한정현 기자(취재부)
한정현 기자(취재부)

지겹게 나온 코로나19 이야기. 그렇지만 2년 만에 단과대별로 새내기 배움터와 신입생 환영회가 대면으로 진행됐고 본부가 본격적으로 대면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다.

룸메이트와 기숙사에서 꿈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룸메이트는 실시간으로 진행되는 강의에 지각하는 꿈을 꿨다며 아직 고등학생에서 못 벗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나는 무슨 그런 꿈이 있냐며 웃어넘겼지만, 이야기를 나눈 지 며칠 후, 나도 똑같은 꿈을 꾸고 아직도 고등학생에서 못 벗어났음을 실감했다. 실제로 녹화 강의를 깜빡하고 못 들었는데 조금 과장해서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들었다. 당시 일정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나를 자책했는데, 고작 강의 결석 한 번에 목맸던 것을 보면 대학교에 다니는 고등학생과 다를 바 없었다.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요즘 20·21학번의 문제라고 올라왔던 글이 떠올랐다. 20·21학번 학생들은 대면 수업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학생 및 선배들과 상호 교류를 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모두가 학점과 출석에 목을 매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문제라는 글이었다. 기원전 수메르 점토판에도 “제발 철 좀 들어라”라며 자신의 어린 자식을 혼내는 내용이 있다는 것을 보면, 그 글은 단순히 20·21학번들의 생각이 어리다며 비판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한때 ‘라떼는 말이야’ 밈이 유행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확실히 요즘은 다들 A+을 기본으로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학점이 낮게 나올 것 같으면 차라리 C+ 이하를 맞아 재수강하겠다는 의견이 많은 것 같다. 수요가 많은 과의 복수전공 합격 커트라인 학점은 4.2를 넘어가기에 모두가 고등학교 내신 마냥 학점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대면 수업일 때는 날씨 좋은 날 ‘자체 공강’이라며 수업에 출석하지 않는 학생들도 있었다고 하는데, “수업에 5분 지각했는데 학점 잘 나올까요?” 또는 “드랍하는 것이 좋을까요?” 같은 글이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심심치 않게 올라오는 것은 확실히 기이한 현상이다. 하지만 학점을 안 챙기면 남들보다 뒤처지는 기분이 들고, 실제로 로스쿨이나 다전공에 지원할 때 상대적으로 학점이 낮으면 불리한 것은 사실이니 다들 학점에 집착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 같다. 고등학교 졸업 후 다른 사람들과 교류할 충분한 기회 없이 바로 대학교에 들어오니 이런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A+와 A0가 1등급, 그 이하는 2등급, 3등급인 것처럼 취급된다. 

그래도 비대면 시절이 끝나간다. 대면으로 새내기 배움터를 진행한 선배들 없이 21학번들끼리 새내기 배움터를 잘 진행할 수 있을까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지만 21학번들이 나름대로 잘 해내고 있다. 앞으로 많은 활동이 다시 대면으로 전환되고 코로나19 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물론 다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상황이지만 말이다.

대학교는 말 그대로 대(大)학교다.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비해 확실히 크고, 많은 사람이 있고, 고등학교보다 깊은 공부를 하고, 앞으로 인생을 살아가는 데 바탕이 될 많은 경험을 쌓고 사회로 나갈 준비를 하는 곳이다. 인생에서 다시는 안 올 대학생 시절, 학점도 적당히 챙기면서 나 자신을 발전시킬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도 나름대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하려고 노력 중이다. 『대학신문』에 들어온 것도 그런 이유 중 하나다. 22학번은 20·21학번과는 달리 조금 더 활발한 대면 대학 생활을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대면에 파묻혀 있었던 20·21학번도 조금 늦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대학 생활을 할 수 있으리라. 이번 학기부터 여러 사람을 만나고 많은 경험을 하다 보면, 다들 자신만의 번데기 세계에서 벗어나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훨훨 날아갈 수 있지 않을까. 나 자신부터가 번데기에서 나와야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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