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화된 사범대 9동 건물이 리모델링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기존 9동은 건축된 지 오래된 낡은 건물로, 난방 방식을 비롯해 건물 전면에 보수가 필요한 상태였다. 리모델링 이후 엘리베이터가 새로 설치됐고, 벽과 복도와 강의실이 깔끔히 단장됐으며, 낡은 난방장치도 바뀌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 바로 남자 휴게실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리모델링 이전 9동 1층에는 사범대 남학우들을 위한 휴게실이 있었다. 낡은 유리문을 열면 몇 개의 가죽 소파가 터진 채 있었고, 바닥은 손가락을 대면 먼지와 모래가 한데 모여 훑어졌다. 방치된 것이 아닐까 생각될 수준이었으나, 휴식이 필요한 남학우들에게는 단비 같은 공간이었다. 누워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이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전무했기 때문이다.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하지 않는 학우들은 많은 시간을 사범대와 가까운 곳에서 할애하게 된다. 그 근처에서는 제대로 누워서 쉴 공간을 찾아보기 힘들다. 학생회관에도 별도의 남자 휴게실이 없으며, 그 대안으로 관정도서관의 가죽 소파, 멀티미디어실, 혹은 각 과방이나 동아리방 정도가 있겠으나, 공간의 특성상 마음 편히 쉬기가 어렵다. 쉬는 것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은 휴식이 필요한 사람에게 얼마나 낡았든 소중하다. 남자 휴게실이 사라진 지금, 휴식이 필요한 사람들은 1인용 소파나 한적한 의자를 찾아 앉아서 쉬는 것밖엔 할 수 없으니, 제대로 ‘쉴 권리’ 혹은 ‘잘 권리’는 보장되고 있지 않다. 낡고 누추한 공간이나마 있는 것과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의 차이는 크다. 

리모델링 작업의 방점은 낡은 공간을 뜯어고쳐 새것으로 바꾸는 데에만 있지 않다. 이용객의 편의가 궁극적으로 증진돼야 한다. 9동 리모델링 이후 남자 휴게실이 사라진 것은 크나큰 안타까움이다. 공간이 얼마나 낙후됐는가는 보수할 필요성을 증명할 뿐 철거할 당위가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면 수업을 방침으로 하는 이번 학기부터 많은 사범대 남학우들이 학교로 등교한다. 긴 시간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달려 학교에 도착해 이들은 수업에 집중하고 과제를 해치우며 학업에 열중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필연적으로 지쳐 잠시 쉴 공간이 필요할 것이다. 이들에게 제대로 된 쉴 공간이 마련돼 있는가? 학생들과의 협의를 통해 한시라도 빨리 적절한 공간이 마련되기를 바란다. 

이상윤

국어교육과·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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