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용 기자(취재부)
박지용 기자(취재부)

『대학신문』 123기 부서 발령 면접 날이었다. 취재부는 어떻겠냐는 데스크의 물음에 “학생사회를 잘 몰라서 자신이 없다”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생사회와 멀어졌다는 핑계를 대기도 민망할 만큼 나는 예전부터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자치 활동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내게 학생회란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것으로, 학생회를 둘러싼 논쟁을 접할 때면 피로감이 앞섰다. 이런 내가 학생사회의 요소요소를 기사로 써도 되는 걸까. 용기를 내 취재부에 들어간 이후에도 스스로에 대한 이런 의심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이번 총학생회 공동선본발족식을 취재하면서도 ‘내가 이 기사를 쓸 자격이 있나?’라는 생각이 순간순간 스치곤 했다. 단순한 스트레이트 기사였지만 잇따른 선거 무산 이슈나 선본의 비전을 설명한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다. 세상에, 내가 선본발족식에서 녹음기를 틀고 속기를 적고 있다니. 내 마음은 아마 발족식 앞자리에서 속기를 치는 몸뚱어리와 무심하게 지나치는 사람들 사이 어딘가에 있었을 것이다. 

총학생회 선거나 학생자치 문제에 대해 나처럼 막연한 거리감을 느끼는 학우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분들에게 주제넘게 학생자치에 관심을 가지라든가 학생사회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우선 나 자신이 여전히 학생사회의 문제를 충분히 안다고 자부할 수 없으며, 내가 쓴 기사는 주장이 아닌 정보를 전하기 위한 글이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다만 한 가지 바람은 있다. 독자들께서는 ‘내가 이걸 써도 될까’라고 걱정하는 기자의 괜한 자격지심은 제쳐 두고, 기사를 통해 간단하게나마 자기 나름의 관점을 세울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누구도 기사를 읽고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일에 자격을 따지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학생회를 신뢰하지 못하거나 학생사회에 무심할 거라면, 예전의 나처럼 ‘그냥’ 무심할 게 아니라 나름의 이유 정도는 마련해 두는 편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물론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기사를 읽고 별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면 부족한 기자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격언과 취사선택한 사실은 때로 하나의 주장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할 때, 기사 쓸 자격이 있다고 자부하기란 정말이지 쉽지 않아 보인다. 아무튼, 기자로서 나는 앞으로 계속 기사를 쓰기 위해서라도 학생사회의 흐름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질 생각이다. 독자들께서도 기사를 읽으며 나름대로 총학생회 선거에 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을까? 그랬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내 마음속 기사 자격시험에 1점 정도 더해야겠다. 아니라면, 아쉽지만 어쩌겠나. 더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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