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 이설아 센터장을 만나다

2020년, 생후 16개월의 아동 입양인*이 입양 부모의 학대로 사망했다. ‘정인이 사건’이라 불리는 이 아동 학대 살인 사건은 단순한 아동 학대를 넘어 입양 부모가 입양인을 학대해 죽음에 몰아넣었다는 점에서 더 큰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입양 가정에서는 이런 일이 더더욱 벌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을까. 세 아이를 입양한 엄마이자 입양 사후 서비스 기관 ‘건강한입양가정지원센터’를 운영하는 이설아 센터장은 입양에 관한 환상과 편견을 깬다. 

(사진 제공: 이설아 센터장)
(사진 제공: 이설아 센터장)

 

우리가 입양을 바라볼 때

흔히 사람들이 ‘입양’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올리는 이미지가 있다. 입양인은 구원의 대상이고 입양 부모는 아이를 구원하기로 한 천사 같은 존재로 굳어져, 입양은 입양 부모의 숭고한 헌신으로 비친다. 특히나 특정 기획 의도를 가지고 입양을 조명하는 미디어를 통해서는 입양 가족의 삶을 깊이 이해하기 어렵다. 이설아 센터장은 “미디어는 주로 가정의 달이나 크리스마스 같은 특정 시기가 오면 입양 가족을 섭외하는 것 같다”라며 운을 뗐다. 그는 “방송에서 모든 이야기를 담을 수 없다 보니 주로 어린아이와 행복해 하는 부모의 모습만 그려진다”라며 “이후 아이들이 성장하며 입양 사실을 받아들이고 정체성을 찾아갈 때부터 진짜 입양 가족의 삶이 시작되지만, 이는 방송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미디어가 입양의 일부분만 조명할수록 입양 가정의 이면은 더욱 가려진다. 입양의 긍정적인 부분만 소비될 때 발생하는 폐해 또한 온전히 입양인과 입양 가족의 몫이다. 이 센터장은 “입양인과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는 입양 가족은 ‘나만 힘든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책하게 돼 더욱 힘들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생물학적 연결의 부재에서 오는 상실감을 간과하고 이를 채워가는 과정을 생략한 채 입양인이 무조건 행복할 수 있다는 편견을 깨는 것은 입양인에게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회가 ‘너는 선택받았으니 감사해야 하는 존재야’라고 말할수록 그 메시지는 입양인에게 족쇄가 된다”라고 말했다. 

생물학적 연결의 부재는 입양 부모와 입양인 모두가 극복해야 하는 하나의 장벽이다. 이 센터장은 “산모가 출산한 아이를 낯설어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미 태어난 지 한 달 혹은 몇 년이 지난 입양인을 만나는 일은 굉장히 낯설다”라며 “동시에 입양인도 낯선 곳에서 낯선 이와 사는 것을 두려워한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입양인은 분리를 경험한 적이 있기에 입양 부모를 안전하다고 쉽게 믿을 수 없어 애착 형성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그 역시 다섯 살 딸을 입양하는 과정에서 “애착이 형성됐다고 느낄 때쯤이면 또다시 도망가 버리는 아이에게 엄마로서 좌절감과 배신감도 느꼈다”라며 “그런 아이를 안심시키면서 엄마로서의 역할을 해내기는 쉽지 않았다”라고 고백했다. 

 

입양 이후를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이처럼 입양의 현실은 그리 아름답지 않다. 이 센터장은 입양을 여정에 비유한다. 입양하는 순간보다 여정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입양 이후의 삶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센터장은 “이전까지는 입양인이 입양됐다는 사실이 가장 중시됐기에 입양 부모를 대상으로 한 교육도 잘 갖춰지지 않았고, 국가도 입양 이후의 삶에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입양은 마냥 선한 일이 아니라 평생 가족이 되는 아주 힘겨운 일”이라며 “친생 가족과 분리돼 생긴 좌절감을 새로운 가족과 잘 연결해 회복시켜 줄 전문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사후 관리 없이는 부모의 인격과 선택에 의해 철저히 좌우되는 입양 이후의 삶이 행복한 여정으로 거듭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입양 사후 관리 전용으로 세워진 기관은 전국에 4곳뿐이고, ‘입양 3자 자조 모임’과 입양에 관해 학습한 일부 상담사가 그 기능을 부차적으로 수행하는 실정이다. 자조 모임은 입양인, 친생 가족, 그리고 입양 부모 3자가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삶의 조각을 맞춰 나갈 수 있는 자리다. 이 센터장은 “우연히 나와 한 입양인, 그리고 아이를 입양 보낸 경험이 있는 다른 생모끼리 만날 기회가 있었다”라며 “서로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데도 각자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으면서 모두가 치유받았다”라고 회상했다. 

자조 모임의 가치를 깨달은 이 센터장은 대화의 장을 마련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자조 모임은 물론, 입양 부모에 비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자리가 부족했던 생부모와 입양인을 위한 토크콘서트를 개최해 왔다. 이 센터장은 “그동안 생부모와 입양인의 삶에서 무엇이 빠졌고, 서로에 대해 알 권리 등이 얼마나 무시됐는지 사회가 돌아보지 않았다”라며 “생부모도 입양인을 축복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 줄 권리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사람들이 생부모와 입양인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입양 3자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정관념을 깰 수 있기를 바랐다. 또한 그는 “어느 한 쪽만 행복하고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삶이 왜 남들과 다른지도 모른 채 사는 것은 모두를 위한 입양이 아니다”라며 “토크콘서트와 자조 모임을 통해 입양 부모 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무게 중심을 3자 모두에게로 옮기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입양

입양의 양상이 세대를 거듭하면서 발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센터장은 희망을 찾는다. ‘입양’이라는 단어조차 입에 올리지 않던 시절을 거쳐 맞이한 1990년대의 공개 입양은 하나의 사회적 운동에 가까웠다. 미디어에서는 입양인이 어딘가 부족한 것이 아님을 홍보하기 시작했다. 이를 위해 입양 가족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진 나머지, 더 나은 입양 방법이나 입양인 및 친생 가족의 인권까지는 미처 고려하지 못했다. 그 당시에는 그저 한 사람이라도 더 입양시키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제는 입양의 중심이 입양 부모에서 입양인으로 이동하는 과정에 있다. 이 센터장은 윗세대가 이야기하던 ‘입양은 사랑이다’라는 명제에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명제는 입양 부모의 입장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많은 입양인이 새로운 가족과 연결되는 과정에서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입양 사후 서비스에 대한 요구도 늘어났다”라고 밝혔다.

다가올 세대의 입양은 어떤 모습일까. 이 센터장은 “젊은 세대는 인권감수성이 높기에 앞으로 더 입양인 중심의 입양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입양인뿐만 아니라 생부모와 입양 부모의 인권이 모두 훼손되지 않도록 입양을 섬세하게 다루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생부모가 아이를 낳았다는 사실은 변함없기에 입양인을 떠나보내는 이로서 애도할 권리와 신상정보서 작성 등 입양인에 관한 정보를 남길 권리가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입양인도 출생 시간 및 장소를 비롯한 입양되기 전의 어린 시절, 생부모의 사정 등 자신의 역사를 알 권리가 있기에 생부모가 기록을 남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며 “그런 권리가 잘 지켜졌을 때 입양 부모도 입양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더 잘 양육할 수 있다”라고 제언했다.

 

우리 모두 삶의 모양이 조금씩 다르듯, 입양 가정의 삶도 그저 ‘조금 다른’ 모습의 삶 중 하나다. 이 센터장은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편견으로 가득 찬 삶을 살아왔을 입양인들에게 가장 큰 존중은 그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며 입양인이 말할 기회가 많아지기를 소망했다.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올 입양을 마주하기 위해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자. 더 많은 사람이 그들의 삶에 귀를 기울일 때 입양은 비로소 모두의 일이 된다. 

 

*입양인: 양자나 양녀로 들어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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