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학번 새내기들을 만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준영 씨, 정원준 씨, 김민서 씨, 이효은 씨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준영 씨, 정원준 씨, 이효은 씨, 김민서 씨

지난 2일(수)부터 새 학기가 시작되며 캠퍼스는 한층 더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특히 대면 수업이 늘며 코로나19 이전의 대학 생활이 차츰 회복되기 시작했다. 교내에서 강의를 듣는 순간을 고대해 왔던 재학생 및 교수자들은 물론, 대학 생활의 첫발을 뗀 새내기들 역시 기대에 부풀었다. 『대학신문』이 ‘처음’의 설렘을 가득 안고 있는 네 명의 새내기 김민서 씨(인문계열·22), 이효은 씨(인문계열·22), 장준영 씨(교육학과·22), 정원준 씨(사회학과·22)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해당 학과를 희망하게 된 계기는?

김민서(김): 인문계열로서 미학과 진입을 희망한다. 영상과 예술 중심이지만 철학적 고찰도 이뤄진다는 점에 큰 흥미를 느꼈다. 장르는 고민하고 있지만, 방송 분야 PD를 꿈꾸고 있어 영상 편집 기술을 배우는 것도 또 다른 목표다.

이효은(이): 박준 시인의 책을 추천받은 것을 계기로 한국 현대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시가 아름다운 문장들로 형용하기 어려운 울림과 아름다움을 전한다는 점을 느껴 훌륭한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고 싶다는 열망이 피었다. 국어국문학과에 진입해 문학에 몰두하며 내가 어떤 부분에서 글의 아름다움을 느낀 것인지 그 답을 찾고 싶다.

장준영(장): 초등학교 6학년 때 은사님을 보며 교육의 중요성을 느꼈다. 이전 담임 선생님들과 달리 체벌 없는 안정적인 분위기를 경험하며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게 됐다. 이후 교육 전반에 대한 애정이 커져 교육학과 진학을 결심했다.

정원준(정): 수험기간 내내 ‘지금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계속 질문하면서 슬럼프를 겪었다. 교육에 대한 일종의 회의감이었다. 이는 단순히 내게만 적용되는 경험이 아니기에 초등부터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교육의 현 방향에 지속적인 의문을 가지고 개선 방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에 교육 사회학 관련 연구원으로 학업을 이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Q: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나 사건이 있다면?

김: 입시를 경험하면서 깨달음을 얻었다. 예전부터 서울대 입학을 너무나 갈망해 왔기에 최종 합격이 선물처럼 기뻤다. 그런데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허망함이 밀려 왔다. 입시라는 하나의 눈에 보이는 결과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감정인 것 같다.

이: 사건보다는 사람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책으로 먼저 접했던 박준 시인과 남궁인 작가가 내게 큰 힘이 됐다. 고2 때 박준 시인의 라디오에 사연을 보냈을 때 “누구보다 수험생활을 잘 해냈으면 좋겠다”라고 답변받아 기뻤고, 서울대 면접을 앞두고 남궁인 작가의 북 토크에서 면접에 관한 조언도 얻을 수 있었다. 이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수험생활을 잘 견딜 수 있었다.

장: 앞서 언급한 은사님에게 큰 영향을 받았다. 사실 초등학교 5학년 때까지는 모범적인 학생이 아니었다. 받아쓰기 100점 만점에 10점을 받기도 하고, 담임 선생님과 친밀한 관계도 아니었다. 그러다 6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나를 예쁘게 봐주시면서 자기 효능감이 생겨 학업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정: 고등학교 2년을 맡아주신 담임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이전에는 생각해본 적 없던 서울대에 원서를 넣어 보라 권유하셨다. 이후에는 생활기록부 작성에 관해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고, 진학과 진로를 모두 아울러 어떤 사람이 돼야 하는지를 상담해주시곤 하셨다.

 

Q: 대학 생활 중 가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김: 최근 망막박리로 인해 몇 차례 시술을 받았다. 아직 망막이 회복되지 않아 약을 복용 중인데, 이 약 때문에 성인이 된 이후 술을 마셔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의 생활도 고등학생 때와 크게 다를 바 없어 캠퍼스에 대한 기대가 크지 않다. 다만 남들에게 지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이번 1학기에 좋은 학점을 받아서 과탑을 해보고 싶다.

이: 종일 도서관에서 책 읽고 영화를 보는 것, 캠퍼스 내 여러 식당에서 골고루 학식을 먹어 보는 것, 동기들과 과잠을 입고 벚꽃을 보는 것 등의 소박한 기대가 있다.

장: 고등학생 때부터 영어에 흥미가 있었지만 당시 영어에 많은 시간을 쏟을 수 없어 아쉬웠다. 앞으로 스터디를 통해 연습하며 원어민에 준하는 영어 실력을 갖추고 싶다. 그리고 올해 다양한 사람들과 활발히 교류하는 시간을 보내는 것에 큰 기대가 있다.

정: 학생회에 대한 열망이 매우 크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약 9년간 학생회 임원으로 활동했다. 시작은 단순히 임원직에 대한 친구들의 선망에 뿌듯함을 느꼈기 때문인데, 어느 순간 학생들을 포용하며 함께 이끄는 리더가 나에게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마음 맞는 동기들과 해외로 배낭여행을 떠나는 것도 꿈꾸고 있다. 하루빨리 코로나19 걱정 없이 여행을 떠날 수 있기를 바란다.

 

Q: 신입생으로 개강 첫 주를 보내며 기억에 남는 일화가 무엇인가?

김: 지난 3일에 기숙사에 사는 아우토반 동기들과 저녁에 학교 캠퍼스를 산책했다. 캠퍼스 전체를 돌아본 것은 아니었지만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걷는 자체가 즐거웠다. 도서관 이벤트로 관정도서관 준공 당시의 사진이 담긴 액자도 받았다. 흔하지 않은 기념품을 받아 서울대 구성원이라는 소속감을 느꼈다.

이: 오전 대면 수업에 갈 준비가 한창일 때 갑자기 교수님으로부터 비대면을 통보받아 아쉬웠다. 그래도 인문대 신양학술정보관에서 비대면 강의로나마 교수님을 뵙고 대화했던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장: 수험생으로서 서울대 면접을 보러왔을 때는 낯선 건물 속 차가운 면접장에서 시험을 보며 막연히 ‘서울대는 차갑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교육학과 OT에 참여하고, 인자하신 교수님들을 뵈면서 오히려 소수 과의 가족 같은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즐거웠다.

정: 입시를 준비할 때 유튜브 채널 <스튜디오 샤>에서 서울대 사회학과 선배님의 생활기록부를 소재로 한 유튜브 동영상을 참고했다. 일주일에 3번 이상 시청할 정도로 내게 소중한 영상이었다. 지금은 사회학과 선배님인 그분께 밥 약속을 신청해 승낙받아서 기쁘다.

 

Q: 앞으로 본인이 ‘어떤 인간’으로 성장하기를 바라는가?
김: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이라 성취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 매우 강한 편이다. 항상 스스로 몰아세우기만 했던 것 같아 이제는 달라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학에서 뛰어난 사람들을 만나 함께 공부하는 과정에서 자신에 대한 부족함을 인정하고, 나아가 “그 부족한 나 자신도 사랑한다”라고 말할 수 있는 성숙함을 얻고 싶다.

이: 우리는 모두 살아가면서 많은 선택의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이때 신중한 것과 망설이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에게 주어질 많은 선택지에 신중하되 망설이지는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리고 선택을 기꺼이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한다.

장: 지식 수준의 성장도 중요하겠지만, 동시에 지식을 수용할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는 곳이 대학이라고 생각한다. 4년 동안 대학에서 확장된 사고로 지식을 정리하며 지혜를 얻어가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 

정: 더 큰 학문의 장으로 나온 만큼 이 사회 전반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존재, 특히 교육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들을 비롯한 많은 새내기들이 올해 대학이라는 낯선 공간을 향한 문턱을 힘차게 넘고 있다. 저마다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는 모든 22학번의 시작을 응원한다.

 

사진: 이호은 사진부장 hosilver@snu.ac.kr 장재원 기자 jaewon062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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