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호 교수(경제학부)
이인호 교수(경제학부)

천문학자이자 작가인 클리포드 스톨은 “자료는 정보가 아니고, 정보는 지식이 아니며 지식은 이해를 의미하지 않고, 이해는 지혜가 아니다”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 이 문장은 최근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 혁명의 성격을 잘 설명해 준다. 자료, 정보, 지식, 이해, 그리고 지혜는 서로 대등하지 않지만 앞의 개념이 바로 뒤에 오는 개념을 만드는 데 필요한 원재료로 작용한다.

우리는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 덕택에 엄청난 양의 자료를 축적하고 전달해 정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됐다. 세상에는 온갖 종류의 사건이 벌어진다. 이 모든 사건들을 우리는 자료의 형태로 파악할 수 있는데, 이런 사건들을 이전에는 기록할 방법이 없었으나 디지털 기술은 이들 중 많은 부분을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해 줬다. 

일단 기록이 가능해진 자료는 축적이 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도 가능해진다. 사람들은 이를 모으고 가공해 정보의 형태로 만들어 낼 수 있게 됐다. 그리고 정보를 분석해 지식을 만들어 내는 과정이 바로 과학이다. 과학은 인류 역사에서 적어도 수백 년 발전돼 왔는데, 최근 사용 가능한 자료가 훨씬 많이 축적됨에 따라 생산되는 정보의 양도 급속히 증가하고 그에 따라 과학의 발전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인류의 물질적 삶을 훨씬 편하고 풍요롭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우리가 살고 있는 정치경제 환경도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됐다. 민주 정치의 가장 중요한 과정인 선거에서 사람들은 후보자의 장단점과 그들이 약속하는 공약에 대한 정보를 서로 교환하며 올바른 선택을 하려 애쓴다. 많은 경우 사람들 간의 소통 덕택에 집단의 지혜라고 불리는 현명한 결과가 만들어진다.

금융 시장에서 투자 대상을 찾고 있는 투자자에게 정보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어느 기업이 중요한 혁신을 했는지, 혹은 어느 기업의 대주주가 기업 가치를 사적으로 편취하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올바른 투자 대상을 찾는 데 매우 중요하다.

여러 사람들이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할 때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 ‘쏠림현상’이 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 중에 자신에게 유용한 정보를 추출해 의사결정에 사용하려 하고, 그 결과 여러 사람이 같은 선택을 한다. 이런 시도는 매우 합리적인 것으로, 혼자 모은 정보에 이들을 더하면 보다 다양한 정보에 기초해 의사결정을 하기에 더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사람들의 반응을 예상하고 정보를 왜곡하려는 시도가 생겨난다는 것이다. 선거 때마다 반복된 가짜 뉴스 사건들은 바로 이런 정보의 왜곡을 통해 사람들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하려는 것이다. 금융 시장에서 가격 조작을 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가짜 주문을 하는 등 가짜 정보를 흘려 사람들의 합리적 선택을 막는 것이다.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정보의 유통 시 정보 전달자에 대한 정보를 개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선택을 모방하는 것은 다른 이들이 가진 정보가 자신에게도 유용하기 때문인데, 만일 다른 이들의 선택이 자신의 선택을 왜곡시키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면 이들에게 속지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인터넷 시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알바들의 구매 정보의 경우 그들이 알바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이를 따라 할 소비자는 없다.

요즈음 메시지가 싫어서 메신저를 탓하면 안 된다는 비판적 주장이 나오는데, 사실 메신저의 의도를 아는 것은 메시지의 가치를 파악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터넷 공간에서 소통을 할 때 어느 정도의 익명성은 활발한 참여를 불러와 긍정적 기능을 하지만, 적어도 메신저 각자의 과거 메시지 이력을 밝히도록 하는 제도는 그 의도를 파악하게 만들어 가짜 뉴스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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