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삽화: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각 후보는 공약과 토론 과정에서 나라의 미래에 관해 서로 다른 청사진을 그렸지만 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데에는 동의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오른 주택 가격은 ‘벼락 거지’라는 말까지 만들며 세대 간, 세대 내 자산 격차를 일으켜 사회 통합을 해쳤고, 주택 문제는 젊은 세대의 출산율에까지 영향을 미쳐 나라의 미래까지 잠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택 가격 급등의 원인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지 못한 정책은 주택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새로운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다. 따라서 주택 시장에 관한 경제학 연구 몇 가지를 소개하며 한국 주택 문제 해결을 위한 교훈을 얻으려 한다.

1970년대 경제학자 로젠은 주택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찾아내려고 했다. 로젠의 생각에 따르면 개별 주택의 가격은 그 주택이 가지고 있는 특성인 주택의 크기, 질, 위치 등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에 이 특성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이후 연구는 주택 가격을 결정짓는 원인으로 사회, 문화, 환경적 특성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발전했다. 예를 들면, 백인 비율이 높은 동네는 치안, 교육 수준이 높으므로 더 비싸며, 따뜻한 지역은 거주자가 살기 좋으므로 상대적으로 비쌀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드로스는 여기서 더 나아가 가격 결정 요인이 고정적이지 않으며 시대, 장소, 사회적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런 연구는 최근 수십 년 사이 세계 주요 도시의 급격한 주택 가격이 오른 이유를 설명하지 못했다. 이들 도시는 공통적으로 경제와 인구 성장 이상으로 가격이 급등하는 문제를 경험했다. 규르코는 그 원인을 수요와 공급을 중심으로 설명하되, 이를 결정 짓는 특성이 무엇인지 꼼꼼히 바라봐야 한다고 봤다. 이들 ‘슈퍼스타 도시’는 경제, 교육, 치안, 편의 시설 등에서 다른 도시보다 우월해 많은 사람이 살기 원하지만, 만성적인 공급 부족 때문에 사회 환경의 변화에 주택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하게 된다. 컵 속 물이 표면장력으로 당장 넘치지는 않지만 한방울의 물에도 넘쳐서 식탁을 흥건하게 만드는 것처럼, 작은 수요 증가에도 가격이 크게 변하는 것이다.

이 이론은 주택 가격을 다양한 사회적 현상과 결부될 수 있어 상당한 설득력을 지닌다. 한국의 사례에서 볼 때 LTV, DTI, 종부세,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보유세, 거래세 등 다양한 제도적인 압력은 오히려 단기적인 수요 과민 현상을 불러왔을 수 있고, 비탄력적인 공급을 더 억죄는 정책이었을 수 있다. 또는 유동성 지표와 주택 가격과의 관계를 분석하며 한국의 주택 문제 원인을 거시경제적 요인과 결부해 설명하기도 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이어진 저금리 기조와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적 재정, 통화정책의 결과로 넘쳐나는 유동성이 투자처를 찾지 못해 주택 시장으로 흘러왔다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주택 시장과 무관한 정부의 활동까지도 주택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에서 살펴봤듯이 한국의 주택 가격은 많은 요인이 영향을 미친 결과이며, 사회 구성원들의 삶에 큰 영향을 일으키는 주제다. 따라서 단기적인 해결책보다는 주택 가격 상승의 원인과 상승 과정, 그로 인한 결과까지 깊게 고민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주택 시장에서 외국과 다른 한국만의 특징이 무엇인가를 꼼꼼히 살피고 조세 정책, 출산 정책 등 다양한 정책과 연계지은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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