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연 기자(사회문화부)
최다연 기자(사회문화부)

내가 꿈꿨던 대학은 대형 강의실에서 열정적인 토론이 벌어지는 학문의 장이자 연인과 함께 손잡고 캠퍼스를 누비는 낭만의 공간이었다. 그러나 2020년에 입학한 내가 마주한 건 ZOOM 화면 속 반쯤 보이는 얼굴들이었고, 내가 경험한 대학은 eTL 사이트가 거의 전부였다. 내가 지금 대학에 다니는 게 맞나, 종종 불안감이 엄습하곤 했다.

급작스런 대학의 변화가 내게만 불안했던 것은 아닌 듯하다. 지난 학기 대면 수업 재개에 관한 기사를 준비하며, 기존 수업 체계가 뒤바뀐 상황 속 교수자들도 대학 교육의 역할을 근본적으로 고민 중임을 알게 됐다. 대학 교육에 관한 관심이 높아진 지금 대학 교육 전반을 다루는 기사를 써야겠다는 열망이 생겨 넓은 식견을 가진 취재부 박지용 기자와 연재 기사를 준비하게 됐다.

대학은 사회 변화를 반영한다. △융합학과 △공유대학 △평생교육 세 편의 연재를 통해 변해가는 대학의 모습을 포착하고 싶었다. 그러나 취재 중, 변화를 달가워하지만은 않는 모습도 엿보였다. 경직된 학사 제도 아래 마이크로디그리와 같은 새로운 학제를 도입하기 어려운 현실, 대학 간 자원이 공유되면 설 자리를 잃을까 걱정해 공유대학 확대를 꺼리는 교수자들, 기사에는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사업들로 기존 학과가 혼란과 소외를 겪을까 걱정하는 마음에는 공감하나,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전통적인 학문만 고집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학이 기존 체계와의 조화를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대학 교육의 지속 가능한 변화를 위해서는 보다 장기적인 안목도 필요하다. 공유대학 사업은 대부분의 교육부 사업과 마찬가지로 5년 단위의 기획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연구 결과나 취업률과 같은 단기적이고 가시적인 성과에 주목해 이 사업을 섣불리 재단할까 우려된다. 신기술 분야를 이끌 인재, 지역을 혁신할 인재의 양성은 단기간에 이뤄지지 않는다. 결국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정비한 학사 체계와 탄탄한 인프라가 남는다는 인터뷰이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4년 남짓 남은 사업 기간, 공유대학에 굵직한 성과들을 기대하기보다는, 대학들이 시행착오를 겪으며 협력해 더욱 다양해질 사회적 수요에 발맞춘 교육과정을 자유로이 구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본다. 더는 대학 졸업장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 시대에 대학은 어떤 곳인가? 나는 대학이 다원 사회에 걸맞은 다양한 가능성을 제공하는 공간이길 바란다. 이를 위해 유연한 태도와 장기적인 안목으로 변화를 만들기를 소망한다. 서울대는 현재 장기발전계획위원회를 통해 2040년까지의 교육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앞으로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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