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다솜 부편집장
신다솜 부편집장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투표권을 갖게 된 첫 대선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렇듯, 나도 마지막까지 투표할 후보를 고심할 때 ‘이 사람은 안 된다’라는 두려움이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이 두려움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크게 두 가지였던 것 같다. 첫째로는 촛불 시위 이후로 대한민국이 나아가려 했던 방향에 역행하는 정부가 세워질까 하는 두려움이었고, 둘째는 윤석열 후보가 내세운 ‘국민이 만든 대통령’이라는 문구의 ‘국민’에 과연 내가 포함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그가 대변하겠다는 국민의 목소리에 내 목소리도 포함될 수 있을까.

국민은 다양한 모습을 하고 다양한 생각을 가진 존재다. 지상파 3사 선거 개표 방송에서 국민의 다양한 직업과 삶의 모습을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일상 속에서 가까이 느끼지 못했던 다양한 삶의 모습이 있구나’ ‘이들은 어떤 생각과 어떤 마음으로 투표를 했을까?’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확진자도, 거동이 불편한 사람도, 남녀노소 모두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러 나온 것이다.

그러나 이런 다양한 국민의 모습과 민의를 잘 반영하지 못하는 선거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번 선거를 지배하는 감정은 아마 ‘두려움’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정권을 교체하지 못하면 어떡하지’ ‘대한민국의 비전이 퇴행하면 안 되는데’ ‘정말 여성가족부가 폐지되고 사드가 배치될까’ 등의 저마다 다른 두려움. 또 ‘내가 정말 지지하는 후보를 뽑음으로써 ‘최악’이라 생각되는 후보가 당선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은 소수 정당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이 울며 겨자 먹기로 거대 양당의 두 후보를 뽑게 만들었다. 그래서 굉장히 박빙의 결과가 나왔음에도 그 결과가 과연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선거에서 세대별, 성별, 지역별로 지지율이 큰 차이가 나고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0.73%p 차로 당선 여부가 갈린 만큼,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허탈함과 무력감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사회적 무력감은 매우 무서운 병이다. 우리는 희망을 먹고 살아가는 존재다. 그런데 앞으로의 삶에 희망이 없고 뭔가를 바라거나 노력해도 바뀌는 게 없을 것이라는 생각, 누군가에게 지배당하고 이용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은 우리를 병들게 한다. 병든 사회는 다시 사람들에게 허탈함과 무력감을 주입시킨다.

이런 두려움과 무력감에서 벗어나 앞으로의 5년은 우리의 삶에 희망과 자부심이 있었으면 한다. 구석에 있었던,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삶이 보이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핵심을 간파해 정확히 문제 제기할 수 있는 힘과 지혜, 자기만을 위하는 사회에서 타인을 돌아볼 줄 아는 사회로 갈 수 있는 여유와 관용이 생기길 바란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눈을 부릅뜨고 견제하고, 정당한 것을 요구하고, 희망을 노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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