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친환경을 향한 가지각색의 움직임들

지난달 케냐에서 열린 제5차 유엔환경총회에서 유엔 회원국들은 플라스틱 오염을 끝내기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 협약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유엔환경총회에서 구속력이 있으면서 플라스틱의 전 주기 관리를 다루는 협약 제정에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미룰 수 없는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민 사회의 움직임을 소개한다.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과 이를 활용해 만든 업사이클링 치약짜개 (사진 제공: 플라스틱방앗간)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과 이를 활용해 만든 업사이클링 치약짜개 (사진 제공: 플라스틱방앗간)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업사이클링으로

서울환경운동연합의 ‘플라스틱 방앗간’은 지자체 단위의 재활용 시스템을 넘어 시민 참여로 자원 순환을 시도하는 캠페인이다. 페트병 뚜껑과 같은 작은 플라스틱을 시민에게 수거해 치약짜개, 열쇠고리와 같은 업사이클링 제품으로 제작한 후 재전달해 주는 형식이다. 이들이 작은 플라스틱을 위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이유는 재활용률과도 연관이 있다. 장동영 연구조교수(환경계획연구소)는 “생활 수준이 높아지며 늘어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재활용률이 따라잡기 어렵다”라며 현재의 재활용 수준을 지적한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작은 플라스틱이 일반 쓰레기로 배출되는 것을 막고, 이를 재활용하고자 한다. 서정아 환경활동가는 “플라스틱 방앗간의 목적은 개인이 플라스틱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분리 배출한 플라스틱이 어디로 가는지 깨달을 수 있도록 일상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실제로 참여자들의 후기에서 작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일반 쓰레기로 분류됐었다는 것을 자각하는 등의 인식 변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라고 감회를 이야기했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작은 목소리가 모여 사회를 변화시키기를 목표한다. 일례로, 서 활동가는 일부 탄산음료 뚜껑의 마감 방식을 문제 삼는다. 그는 “고무 재질로 마감을 하면 재활용을 할 수 없게 되는데, 이런 생산과 유통 단계의 문제는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다 같이 움직여야 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서 활동가는 “플라스틱을 모아 오는 것도 하나의 용기 있는 실천”이라며 “시민들의 목소리가 모여 담론이 형성되고, 제도가 될 수도 있기에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가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사진 제공: 날으는자동차)
(사진 제공: 날으는자동차)

뮤지컬의 목소리로 환경을 돕다

캠페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 작품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제고될 수 있다. 극단 ‘날으는자동차’는 전문 배우들이 아마추어 연기자들의 연기를 돕기 위해 사회 환원을 목적으로 설립한 단체다. 극단은 어린이와 청소년 단원을 중심으로 이뤄져 있다. 박정선 단장은 “한 어린이 단원이 자신의 꿈은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지구를 지켜라〉라는 작품을 시작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환경을 다뤘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이후 환경 뮤지컬 제작에 집중한 덕에, 〈지구를 지켜라〉를 시즌 23편까지 무대에 올릴 수 있었다”라고 이야기했다. 

관객은 물론이고 극에 참여하는 단원도 자연스레 환경 의식이 높아진다. 박 단장은 “아이들이 실생활에서 분리수거나 에너지 절약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등 환경 의식이 철두철미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작은 몸짓으로 환경이 중요하다고 외치는 것 자체가 감동으로 다가온다”라며 “아이의 환경 의식 변화가 학부모도 친환경을 생각하게끔 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온다”라고 전했다. 날으는자동차에서 환경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해 보자는 취지로 극이 만들어졌기에 아이들도 주인 의식을 갖게 된다. 박 단장은 “이전에는 극단이 자체적으로 작품을 기획했다면, 이제는 극단 외부 어린이의 공모를 받거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는 등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으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날으는자동차는 무대 밖에서도 다채로운 활동을 이어간다. 극단의 감독들이 학교에 파견돼 생태전환 교실 운영에 도움을 주거나, 공연 영상을 포함한 다양한 환경 콘텐츠를 유튜브 채널 ‘날자TV’에 지속해서 올리고 있다. 전문 성인 배우들을 뽑아 한강 공원의 쓰레기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C.U.E’(Clean Up Earth)라는 거리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스크린을 통해 보는 환경 문제

환경재단은 서울환경영화제를 통해 오늘날의 환경을 이야기하고 환경을 위한 실천을 독려한다. 2004년부터 주최돼 올해로 19회를 맞은 서울환경영화제는 메가박스 성수점과 온라인 상영관에서 동시 개최된다. 이는 안전한 비대면 관람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온라인 공간과 방송 채널로 상영 플랫폼을 다원화해 영화제와 같은 대형 행사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저감하려는 노력이다. 이렇게 다원화된 상영 플랫폼은 전국 각지의 관객들이 환경 영화에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

서울환경영화제는 다양한 환경 문제를 다루는 영화를 대중에게 소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이끌어 내는 원동력이 되고자 노력했다. 서울환경영화제 서도은 프로그래머는 “환경영화제가 처음 개최된 2004년에는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라며 “지금은 환경에 대한 인식이 제고됐지만, 여전히 환경 문제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접할 수 있는 매체가 부족하다”라고 매체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서울환경영화제는 주요 환경 현안을 설득력 있게 다루는지, 영화라는 매체 내에서의 새로움이 있는지를 중요시한다. 이를 통해 플라스틱 사용 문제를 다루는 〈플라스틱의 모든 것〉, 기후변화 문제를 다루는 〈얼음 없는 집〉, 환경재해를 담아내는 〈석탄재 속 오하이오〉까지 서울환경문화제는 다양한 주제와 장르의 환경 영화를 발굴해 낸다. 서 프로그래머는 “서울환경영화제에서 운영하는 영상자료원인 ‘그린아카이브’를 통해 영화제에서 소개됐던 작품들을 다시 관람하고자 하는 분들이 아주 많아졌다”라고 밝혔다. 스크린으로 풀어낸 환경 문제가 더욱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 

 

환경 문제는 개인의 힘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개인의 작은 움직임에서부터 더 큰 환경 보호로 나아갈 수 있다. 환경을 위해서 힘쓰고 있는 단체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우리 모두가 이들의 발걸음에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키워 지구를 위한 외침을 내 보면 어떨까. 우리의 환경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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