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차장(사회문화부)
김무성 차장(사회문화부)

24만 7천 표, 0.73%p 차이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다. 민주화 이후 대선 중 가장 적은 표 차다. 그렇게 윤 후보는 승리했지만,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실패했다. 그의 캠페인은 한마디로 대실패했다. 55%를 넘나드는 정권교체 여론을 등에 업고도 고작 48.56% 득표에 그쳤다. 여소야대의 국회와 함께 험난한 국정 운영이 예상된다. 

이준석의 정치는 ‘능력주의’와 ‘갈라치기’로 대변된다. 전자는 청년 세대의 보편적인 감정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채용 논란과 조국 논란으로 국민의힘은 공정과 능력주의 의제에서 우위를 점했다. 그러나 대선 국면에서 공정과 능력주의만을 외칠 수는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또한 ‘공정한 세상’을 전면에 내세운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차별화를 위해선 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그렇게 ‘이대남’과 ‘세대 포위론’으로 이름 붙은 ‘이준석표 갈라치기’가 전면에 등장했다. 이준석은 문재인 정부가 노골적인 갈라치기를 일삼는다고 비판했지만, 정작 선거 전략으로 갈라치기를 선택한 것이다. ‘성 중립적 공약’으로 위장한 젠더 갈라치기 공약과 발언이 쏟아졌다.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강화, 그리고 선거 막판 외신 인터뷰로 불거진 페미니스트 논란까지(이를 혐오라 칭하진 않겠다. 본인은 그 용어에 동의하지 않는다). 청년 여성을 유권자로서 온전히 존중하지 않는 이준석의 본모습은 선거 직전 발언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여성의 투표 의향이 남성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 온라인의 (이재명 지지 성향의) 조직적 움직임이 실제 투표 성향으로 나타나기는 어렵다고 본다.”

세대 갈라치기도 등장했다. 2030과 6070세대로 4050세대를 ‘포위’하겠다는 발상은 당 내부에서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전략을 정당의 공식적인 선거 전략으로 내세워 대대적으로 홍보하자는 생각은 대체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나온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분열을 봉합하고 국민 통합을 이끌 대통령을 뽑는 선거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편 가르기를 하다니. 

본투표 직전까지 10%p 차이로 승리할 것이라며 판세를 낙관하던 이준석은 정작 선거 당일 웃지 못했다.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그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고 개표 도중 모든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거부한 채 침묵했다.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30대와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에서 이재명 후보가 앞섰다. 40대의 저조한 투표율과 60대 이상의 압도적인 투표율로 윤 후보가 한 끗 차이로 당선됐으나 세부 지표는 이준석의 명백한 실패를 가리킨다. 출구조사 결과 20대는 47.8%와 45.5%, 30대는 46.3%와 48.1% 비율로 각각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에 표를 던졌다. 두 연령대 내에서 성별 득표율은 정반대로 갈렸다. 

완벽한 역풍이다. 이 후보는 선거 기간 막판까지 2030 여성의 지지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청년 여성의 표심은 대체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정의당 심상정 후보로 향했다. 그러나 안 후보의 사퇴와 젠더 갈라치기로 청년 여성이 이 후보로 대결집하며 청년 득표율은 사실상 동률을 기록했다. 세대 갈라치기도 실패했다. 이준석은 2030세대에서의 승리를 확신했으나 4050세대를 포위하기는커녕, 예상보다 많은 청년 남성이 이 후보에 투표하며 역으로 포위당하고 말았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이준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럴 만도 하다. 과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옥새 파동’을 연상케 하는 잠적 소동을 일으키고, 상대 후보를 향한 모욕적 언사로 후보 단일화를 방해한 데다 그가 자랑하던 비단 주머니는 투표 당일까지 실종 상태였으니까. 윤 후보의 당선에 공은커녕 누만 끼쳤으니 앞으로 그의 입지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이번 선거를 끝으로 이준석에 붙은 ‘청년 정치인’이라는 칭호도 이제 그만 사용했으면 좋겠다. 그가 그동안 보여준 정치 행보는 구태 정치인과 별반 다르지 않다. 절반의 청년이 그에게 준엄한 경고를 내보였는데 어떻게 이준석이 청년을 대변하는 정치인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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