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기자(사회문화부)
박수영 기자(사회문화부)

만나는 것만을 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모두가 학교가 아닌 자신의 생활 근거지 내에서만 활동했기 때문에, 한 사람을 만날 때도 자발적이고 지속적인 연락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동기와 얼굴 한 번 보는 일도 힘들었다. 아직 얼굴을 맞대지 못한 사람들이 가득했다. 화면으로만 보는 교수님과 동기들은 가상 세계에 있는 것만 같았다. 말 한마디 하려면 음소거를 해제하고 자신의 화면을 조정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했다. 이 모든 것이 코로나19의 여파로 인한 비대면 수업 동안 일상이 돼 버린 일이다. 

처음에는 학교에 자주 가지 않고 집에서 대학 생활을 하는 것이 괜찮았다. 학교와 꽤 먼 곳에 살고 있어서, 한 번 학교에 가려고 1시간 반의 시간을 들여 지하철을 타는 것이 부담됐기 때문이다. 또 비대면 수업 초반에는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 여가를 보내며 에너지를 축적하면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된 2학기에 접어들자 비대면 수업 자체가 염증이 났다. 갑갑했다. 

올해 들어 대면 캠퍼스 생활에 대한 열망은 커졌다. 그러나 비대면이 당연시된 상황에서, 봄 학기부터 대면 수업을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각 수업마다 대면 수업을 한다는 공지가 내려왔어도 강의실 안에 발을 딛는 순간에는 꿈을 꾸는 것 같았다. 반방에 가면 화면에서만 보던 사람들과 만나 일상을 공유할 수 있었다. 학식을 먹고 교정을 거니는 것이 이제는 일상이 됐다. 드라마로만 보던 대형 강의실에 앉아서 수업에 열중할 수 있었다. 교수님과 ‘실제로’ 눈을 마주칠 수 있었다. ZOOM의 소회의실 기능으로 조가 짜여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존재하는 사람들과 한 조가 돼 대화할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고 같은 수업을 듣는 사람에게 eTL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말을 건넬 수 있었다. 대면 캠퍼스 생활을 아예 체험해 본 적이 없었기에 이외에도 대면 생활이 가지는 장점이 더욱 많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미 이것만으로도 대학 생활이 180도는 변화했다고 느낀다.

한 달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대면 대학 생활을 처음 접한 소감을 요약해 보자면, 사람을 직접 사람으로 만나는 것이 우리의 삶에서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이다. 캠퍼스에서 많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들은 감격스러웠다. 체력이 소모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내 삶에 활력을 가져왔다. 이전에 노인 복지 문제를 취재할 때, 코로나19로 어르신들의 인적 교류가 줄어 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을 이야기한 것이 떠올랐다. 이 무지막지한 바이러스가 가져오는 무기력함은 어느 세대가 더 심하게 겪고 있는지 따질 필요도 없이 모든 세대가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이다. 무기력함의 크기만큼 대면으로 사람과 교류하는 일은 모든 세대에게 간절히 필요하다.

내가 하려는 말은 코로나19가 종식돼 대면 생활의 일상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당연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만날 때 느끼게 되는 감정은 홀로 느끼는 행복감과는 이루 비교할 수 없다는 점을 짚고 싶다. 이는 심리학 연구만이 말해 주는 것이 아니다. 일상을 곱씹어 생각해 보면, 사람을 사람으로 만나는 순간들은 우리에게 큰 행복감을 가져온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되돌아봤으면 좋겠다. 코로나19로 딱딱해진 인간 관계가 눈이 녹듯 다시 풀어지길 바란다. 인간은 함께하는 존재라는 말을 조심스레 꺼내 본다. 코로나19 덕에 사람 간의 관계가 더욱 끈끈해질 수 있는 따뜻한 세상이 되길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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