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 동안 카메라에 사람을 담아 온 윤갑식 씨는 아내 장복희 씨와 함께 녹두거리에서 ‘만족한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다. 

친척의 소개로 우연히 사진업에 발을 들인 그는 40년째 업을 이어 오며 시대의 변화를 몸소 겪었다. “사진이 디지털화된 뒤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라며 고충을 토로한 그는 “이전에는 녹두거리에서 자취하는 서울대생과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고시생들이 많았다”라고 녹두거리의 변화와 사법고시 폐지로 인한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전체적으로 손님은 줄었지만, 이곳을 찾는 서울대생과 고시생들의 발길은 여전하다. 윤 씨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 역시 학생이었다. 특히 “마지막 사법고시 수석 합격자가 여기에서 사진을 찍었다”라며 “그 학생이 감사하다는 인사를 열 번도 더 했다”라고 좋은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사진관에서 제출용 사진을 찍은 학생들이 합격과 취업 소식을 전해 오면 “내 자식이 합격한 것 같고 좋다”라며 웃음 지었다. 그는 학생 손님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합격하라고 아침마다 기도도 하고, 학생들이 기분 좋게 나갈 수 있도록 최대한 친절하게 대하려고 노력해요.” 

윤 씨에게 사진은 세월을 간직하는 매체다. 그에게 사진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묻자 “사진을 오래 하다 보면 얼굴에서 살아온 흔적이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한 곳에 자리를 잡고 오랫동안 장사를 하다 보니 사진관을 여러 차례 방문하는 손님도 많다. 

“돌 사진을 찍었던 아이가 어느새 성인이 돼 자식을 데려와 사진을 찍는 경우도 있어요. 수십 년 전 관악에서 대학 생활을 하며 사진관에 왔던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가다 추억 삼아 사진관을 한 번씩 들르기도 하고요.”

사진 속 손님들을 통해 세월을 절감한다는 윤갑식 씨처럼 손님들에게는 ‘만족한 사진관’이 세월을 간직하는 장소가 아니었을까.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