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삽화: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지난 24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 대한민국 대 이란의 경기가 있었다. 경기는 2 대 0으로 우리나라의 승리로 끝났다. 이란을 상대로 이렇게 통쾌한 승리를 거둔 게 도대체 얼마 만인지... 속이 다 후련했다. 그리고 이 기쁨을 함께한 것은 역시 치킨이었다. 요즘 다이어트 좀 해 볼까 하고 슬슬 시동을 걸고 있었지만 전반전 손흥민의 중거리 골을 보니 참을 수 없었다. 전반전이 끝나고 하프타임에 들어가자마자 그대로 달려 나가 닭강정을 한 컵 사 왔다. 역시 축구와 함께하는 치킨은 최고다. 승리와 함께하니 맛도 배가 됐다. 

이렇게 치킨과 함께 기쁨을 만끽한 다음날 인터넷을 둘러보니 치킨 가격이 3만 원으로 오를지도 모른다는 흉흉한 말이 떠돌아다녔다. 진원지는 치킨 브랜드 BBQ의 윤홍근 회장의 입이었다. 윤 회장은 지난 2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등의 비용을 고려하면 치킨 가격이 3만 원 이상은 돼야 가맹점주들이 지금의 최저임금도 못 버는 사업 수준을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가맹점을 위한다는 논리를 펴긴 했지만 당연하게 여론의 반응은 좋지 않다. 윤 회장은 ‘3만 원 치킨’에 대한 근거를 들며 치킨과 삼겹살을 비교하며 무게당 가격으로 따지면 치킨이 지나치게 저렴한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사육기간과 비용에서 큰 차이가 나는 닭과 돼지의 가격을 단순 비교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말이 많다. 또한 그는 자사의 치킨을 튀길 때 사용하는 기름의 가격이 마리당 3~4천 원이라 말했는데, 치킨을 튀기는 기름은 한 마리만 튀기고 버리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가격 책정은 잘못된 것일 가능성이 크고, 혹여 그것을 고려해서 말한 가격이라고 해도 그렇다면 매우 비싼 가격의 고급 기름을 쓴다는 것인데 이 또한 수긍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그리고 근본적인 이야기로 재료비 문제는 결국 본사에서 가맹점주에게 필수적으로 사게 하는 파우더나 기름 같은 물품 가격의 문제인 것인데 왜 이것을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하려고 하냐는 지적도 있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치킨 업계는 호황을 맞이했고 당사의 영업이익도 증가했는데 그 이익은 도대체 어디로 간 것이냐는 의문도 존재한다.

이런 여론의 반발을 윤 회장이 몰랐을 리가 없다. 치킨 가격이 천 원, 2천 원 오르는데도 불매운동이 벌어지곤 하는데 공식적으로 가격을 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해도 전 국민이 다 들을 수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무려 3만 원이란 비현실적인 가격을 언급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그래서 이것 또한 기존에 해 왔던 천 원, 2천 원 정도의 치킨 가격 추가 인상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심을 지우기 힘들다. 단순히 1~2천 원을 올리겠다고 말을 하는 것과 사전에 가맹점주를 위해선 3만원은 돼야 하지만 소비자를 생각해 1~2천 원을 올리겠다고 말하는 것은 받아들이는 입장에서 분명한 차이가 날 수 있다. 예사말로 추가 가격 인상을 위한 간을 보고 있는 건 아니냐는 것이다.

극단적인 말로 여론을 한번 떠보는 것, 기업의 경영을 위해서 할 순 있다. 하지만 그것은 윤 회장이 가격 인상의 명분으로 든 가맹점에게 직접적인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 결국 소비자와 면 대 면으로 장사를 해야 하는 것은 가맹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로 사태가 벌어질 경우 일차적으로 피해를 보는 쪽은 대부분 가맹점이다. 수많은 불매운동의 사례들이 그것을 증명한다. 안 그래도 가격 문제 때문에 평소부터 인상이 썩 좋지 않은 당사다. 진정으로 가맹점의 사정을 생각한다면 앞으로 적어도 가격에 관해선 신중하게 언급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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