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글쓰기’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최고의 텍스트는 대학 내에서 자생적으로 쓰여 왔고 쓰일 수 있다고 믿는다. 이런 믿음에 바탕해 『대학신문』을 ‘대학 글쓰기’의 한 종류로서 읽으며 ‘대학 글쓰기’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기도 한다.

창간 70주년을 기념하는 2044호에서는 ‘『대학신문』의 사람들’이라는 이름 아래 학보사 구성원들과 애독자들이 특별한 시간을 함께 기념했다. 이 잔치의 분위기 속에서 묵직하게 다가온 것은 대학 언론으로서의 역할에 대한 모색과 기대였다. “학생 기자단이 만드는 신문으로서의 정체성”을 둘러싼 내부의 모색과 더불어, “기성 언론과 구별되는 (...) 차별점” 때문에 『대학신문』을 읽는다는 애독자들의 응답은 『대학신문』의 역할과 정체성을 공동의 의제로 설정했다는 의미가 있다. 

‘『대학신문』의 사람들’이 『대학신문』의 역할에 주목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웠던 점은 이들의 지향점이 “『대학신문』만의 차별점”이 있다는 공통된 믿음에서 출발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사회 현안을 바라보는 서울대 학생의 관점을 제시하려는 데서, 누군가는 아마추어리즘에서 『대학신문』의 차별점을 발견했다. 그것이 무엇이든 『대학신문』만의 것이 있다는 두터운 믿음이 창간 70주년 특집호에서 확인되는 『대학신문』의 결실이다. 

이 결실 위에서 독자로서 『대학신문』만의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본다. 이 질문은 필자가 『대학신문』을 읽는 다소 사적인 이유인 ‘대학 글쓰기’란 무엇인가라는 물음과도 닿아 있다. 필자는 기사의 의도와 효과, 기사 자체와 기사에 대한 성찰이 맞물려 만들어 내는 긴장 구도가 『대학신문』만의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사실의 보도와 진실에 대한 촉구, 중립적 기사와 기자 칼럼이라는 글쓰기 양식의 차이, 글쓰기의 자격에 대한 의심과 도전 사이의 긴장이며, 이 같은 긴장 속에서 보다 나은 기사를 기약하는 일이 가능해진다고 믿는다. 이것이 필자가 생각하는 ‘『대학신문』만의 것’이자 『대학신문』을 통해 바라보는 ‘대학 글쓰기’의 가능성이다. 

앞으로도 『대학신문』이 기사와 에세이 사이의 긴장을 오롯이 담아내기를 응원한다. 지난 5년간의 기사를 회고하는 기획 ‘이 기사 읽어 보셨나요?’는 기사 자체와 기사에 대한 성찰 사이의 긴장을 하나의 양식으로서 제시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이런 지면이 확대돼 기사의 의미가 주기적으로 발굴되고, 어렵게 키운 문제의식이 독자들에게도 이어지기를 바란다. 기성언론보다 조금은 천천히 나아가는 대학 언론의 행보에 어떤 의미가 있다면, 이는 바로 그 긴장 속에서만 가능한 성찰과 성장의 힘에 있다고 믿는다.

 

허윤
기초교육원 강의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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