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교로 돌아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인터뷰

(사진 제공: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사진 제공: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지난달 1일 자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정치외교학부 초빙 석좌교수로 임명됐다. 아울러 그는 지난달 24일 개원한 국가미래전략원의 초대 명예원장도 맡게 됐다. (『대학신문』 2022년 3월 7일 자) 졸업 후 52년 만에 서울대로 돌아온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이야기를 『대학신문』이 들어봤다.

 

Q. 서울대 첫 교외 초빙 석좌교수다. 석좌교수로 임명된 소감은?

A.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1970년에 서울대를 졸업하고 52년 만에 다시 모교로 돌아오게 돼 설렌다. 사실 동숭동 캠퍼스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기 때문에 관악캠퍼스는 낯설다. 앞으로 후학들과 자주 대화하며 서울대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앞으로 3년간 어떤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가?

A. 초빙 석좌교수로 임명됨과 동시에 국가미래전략원 명예원장으로 취임했다.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위해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과정에 내 경험과 생각을 보태려 한다. 나는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부터 인류의 미래를 위해 지속가능발전을 추진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그 결과 지속가능발전 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설정과 파리기후협약이라는 두 가지 국제사회의 위대한 합의를 이뤄냈다. 귀국 이후에도 두 가지 목표는 변치 않아 반기문 재단을 설립했고 연세대 글로벌사회공헌원 명예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가미래전략원에서 인류 공동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자 한다. 서울대가 세계 유수의 대학들과 견줘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Q. 대학 시절 에피소드가 있다면?

A. 1963년 입학 당시 한일협정 반대 운동이 극심해 학교는 거의 수업을 하지 못하는 형편이었다. 1965년에 ROTC 후보생이 됐지만 졸업할 때까지 학교 수업보다 ROTC 수업만 받게 될 것 같아 2개월 만에 그만두고 사병으로 입대했다. 군대를 다녀오면 면학 분위기가 되살아날 것으로 생각했고, 5․16 군사정변으로 군사정부가 들어서면서 폐지된 외무고시가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실제로 1968년에 복학 후 면학 분위기도 달라졌고 외무고시도 다시 도입됐다. 그렇게 1970년 제3회 외무고시에 합격해 꿈에 그리던 외교관이 됐다.

Q. 한국 사회 갈등의 수준이 심각하다. 사회 갈등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지? 

A. 이번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도 드러났듯 정치권의 분열과 대립이 극심하다. 우선 정치 지도자들이 건전한 시민 정신을 갖춰 합리성에 기초한 주장을 하고 상대를 존중해야 한다. 이는 국민에 대한 최소의 예의다. 국가미래전략원에서도 이런 사회 문제에 관심을 갖고 민주주의 위기와 교육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할 것이다. 또한 학교에서 시민 정신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서로 배려하고 포용하며 협동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고, 이는 한국의 미래를 위해 중요하다. 

Q. 서울대에도 외교관을 꿈꾸는 학생들이 많은데.

A. 외교관이 되고자 한다면 뚜렷한 비전을 갖고 도전해야 한다. 본인이 대한민국과 세계를 위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이를 위해 세계시민 정신을 기르는 것도 필요하다. 

Q. 서울대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우리나라 최고 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감사한 기회다. 개인의 노력도 있었겠지만, 국가에서 여러분의 학업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자신의 이익만을 위하는 편협한 생각에서 벗어나 관용과 포용의 정신을 바탕으로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 그것은 유엔의 이상과도 유사하다. 이것을 이룰 때 비로소 ‘Veritas Lux Mea’라는 서울대 상징이 빛을 발하고 의미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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