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대형 산불의 원인과 예방책을 톺아보다

지난 4일(금) 시작된 대형 산불인 ‘울진·삼척 동해안 산불’은 발생 9일 만에 진화돼 역대 최장 기간 지속된 산불 기록과 최대 규모 피해 산불 기록을 갈아치웠다. 24시간 이상 계속되거나 발생 면적이 100만 제곱미터 이상인 산불은 ‘대형 산불’로 분류되는데, 이번 산불은 건조한 날씨에 작은 불씨가 강한 바람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며 커다란 피해를 낳았다. 대형 산불이 점점 빈번해지는 지금, 산불이 대형화되는 원인과 예방책을 짚어 보고자 한다.

날이 갈수록 커지는 대형 산불의 위협

지난달 유엔환경계획(UNEP)은 「Spreading like Wildfire: The Rising Threat of Extraordinary Landscape Fires」 보고서를 통해 대형 산불의 확산과 이에 따른 복합적인 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기후위기가 지속돼 2100년 지구 평균 온도가 약 2°C 상승할 경우 덥고 건조한 기후 탓에 전 세계 산불 발생 건수가 현재보다 50% 증가한다는 것이다. 국지적인 산불은 △고온 △강풍 △강우량 변동과 결부돼 대형 산불로 번지기 쉬운데, 기후변화로 산불이 잦아지면 대형 산불의 빈도와 강도도 덩달아 증가한다. 이렇게 발생한 대형 산불은 생물량을 변화시키고, 영구 동토층을 녹여 대기 중 메탄과 이산화탄소 농도를 증가시키는 등 기후변화를 촉발한다. 기후변화가 대형 산불을 낳고, 다시 대형 산불이 기후변화 를 가속하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들어 산불 발생 건수가 늘어나고 있다. 1990년대에는 연평균 104일의 산불이 발생했으나, 2010년대에는 158일로 52% 증가했다. 산불 발생은 담배꽁초 투기·쓰레기 소각 등이 직접적 원인이지만, 건조해진 공기는 산불 위협을 증가시킨다. 일정한 면적의 산림이 가진 목재의 부피를 측정한 임목축적이 2010년 125㎥/ha에서 2030년 193㎥/ha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숲이 울창해져 화재에 더 취약해지는 것이다. 국토문제연구소 이훈종 객원연구원은 “향후 임목축적의 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라 대형 산불의 발생 빈도·강도·고도가 높아져, 산불 대응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산불의 특성: 봄철 기후와 소나무림

우리 국토를 특히나 산불에 취약하게 만드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꼽힌다. 우선 건조한 봄철 기후 조건이 있다. 동해안 지역의 경사진 산림 지형과, 건조한 바람이 강하게 부는 봄의 계절적 특성에 따라 봄철(3월〜5월)에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강풍이 많이 부는 4월의 산림 피해 면적은 연 산림 피해 면적의 약 53%로, 그 피해가 매우 크다. 지역적으로는 산불로 인한 전체 산림 소실의 약 50%를 차지하는 강원도의 피해가 크다. 이는 태백산맥 사면에 위치한 강원도 동해안의 지형적 특성과 맞물리는 양간지풍*과 푄 현상*의 영향 때문이다. 영서 지역의 공기가 서풍을 타고 백두대간을 넘는 순간, 푄 현상으로 형성된 공기층을 만나 풍속이 빨라지며 동해안 지역에 강한 바람을 일으킨다. 이 때문에 동해안 지역에서는 산림에 떨어진 작은 불씨 하나가 강한 바람을 타고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일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

우리나라 숲의 특성 또한 산불의 확산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그간 숲가꾸기 사업을 통해 넓은 면적의 소나무림을 조성해 왔는데, 소나무에서 나오는 송진과 솔방울의 강한 인화성이 산림을 산불에 취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홍석환 교수(부산대 조경학과)는 “그동안의 숲가꾸기 사업은 우량목인 소나무 외의 다른 나무들을 모조리 잘라 버리는 ‘간벌’ 방식으로 진행돼, 숲이 발달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숲가꾸기에 이어 한꺼번에 모든 숲의 나무를 베어내는 ‘모두베기’를 진행하다 보면 숲은 계속 척박한 토양의 소나무 순림(純林)으로 유지된다는 것이다. 

 

산불의 일상화, 대책을 마련하려면

대형 산불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예방-대비’, ‘대응-복구’의 전 단계에 걸친 관리가 필수적이다. 산불이 발화되면, 해당 지자체의 산림과 소속 공무원과 인근 소방서가 출동한다. 산불이 대형화될 경우, 관외 소방서 및 산림청 소속의 장비들과 비관련 부서의 공무원들까지 추가로 동원돼 구역을 나눠 진화를 담당한다. 소방 헬기와 같은 장비들이 방화선을 구축하면, 직접적인 진화를 소방 인력이 담당하는 식이다. 원활한 진화 작업을 위해, 우선 필수 산림 기반시설에 해당하는 친환경적 산림 도로인 임도(林道)가 확대 조성돼야 한다. 산림 내에 개설되는 임도는 인근 도로망과 연결돼 산불 진화 차량이 고지대에 접근하도록 도우며, 때론 임도 자체가 대형 산불 예방과 진화에 큰 도움을 주는 방화선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산불의 사전 예방 작업에 필수적인 ‘예방-대비’ 단계에서 기후위기 상황을 고려한 정책 형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기후위기는 △폭염·가뭄·산불 등 자연 재난 △경제적 손실에 따른 인적·물적 피해 △생물 다양성 및 생태계 교란 등 복합적인 위기를 초래한다. 따라서 기후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훼손된 산림을 회복시키는 친환경적·예방적 관점의 해법이 필요하다. 이훈종 연구원은 “기후위기 대응, 산림 자원의 보전, 사회적 피해 저감의 복합적 목표를 달성하도록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라며 “더 나아가 기후위기 대응 및 탄소중립을 위해 산림 자원을 탄소 저장 및 흡수원으로 적극 활용하는 자연 기반 해법에 대한 논의가 더욱 진전돼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산림 자체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석환 교수는 숲가꾸기 방식으로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림이 형성된 것에 대해 “산불에 취약한 숲을 만든 그간의 관리 방식과 정책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다”라며 “산림 정책에 대한 반성을 시작으로, 산불이 발생하기 어렵거나, 발생하더라도 대형 산불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산림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기후 위기 시대, 산림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해 우리나라 대형 산불의 일상화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후적인 대응과 복구에서 시야를 전환해, 예방과 대비 차원에서의 다각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양간지풍: 양양-고성 사이에 부는 빠르고 고온 건조한 강풍. 

*푄 현상: 바람이 산 표면에 닿은 뒤, 산을 넘어 하강 기류로 내려오며 따뜻하고 건조한 바람에 의해 그 부근의 기온이 오르는 현상.

 

삽화: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