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7일(목)에 개최된 2022년 제1차 생활협동조합(생협) 이사회 회의에서 2022년도 사업계획(안) 및 예산(안)의 원안 승인이 가결됐다. (『대학신문』 2022년 3월 21일 자) 해당 사업계획이 지난달 24일 대의원총회에서 승인됨에 따라 생협은 사업 다각화를 통한 매출 증대 와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목표 및 경영 방침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계획에서 생협이 중대재해 및 산업재해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새로운 매뉴얼을 마련하겠다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사업계획에 수년간 반복돼 온 생협 본부와 노동자 간 갈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됐는지에 대해서는 점검이 필요하다. 2019년에 생협 노동자들은 임금 인상과 휴게시설 및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단행했고, 지난해에는 △단일호봉제 △식사 질 개선 △명절휴가비 인상을 요구하며 2년 만에 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노동자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산재해 있다. 예컨대, 코로나19로 인해 생협은 그동안 비용을 절감하려 긴축 운영을 유지했으나, 최근에는 대면 수업 전환으로 식당 이용객 수가 증가하면서 노동자들은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발간된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의 ‘서울대 생협 단체급식 조리실 노동환경 및 건강 영향실태 조사연구 보고서’에서는 교내 식당 노동자의 높은 노동 강도와 노동환경 개선의 필요성이 지적됐다. (『대학신문』 2021년 10월 18일 자) 노동자 복지 수준 향상이 원활한 생협 운영의 기반이 된다는 점은 새삼 강조될 필요가 있다.

더군다나 생협 본부와 노동자 간 갈등은 결국 생협 시설을 이용하는 구성원들의 피해로 이어진다. 서울대 생협은 학내 구성원 전체의 복지 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단체인 만큼 구성원들의 의견에 좀 더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번 이사회 결정과 관련해 학내 구성원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인 것은 식대 인상안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적자 폭과 물가 상승을 고려할 때 식대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생협 학부생 이사들도 동의했으나, 문제는 학내 구성원 사이에서 “음식의 가격에 비해 질이 낮다”라는 지적이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생협 식당은 저렴한 가격에 식사를 제공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었으므로 식대 인상이 교내 구성원의 부담 증가와 생협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학내 구성원의 출자를 통해 구성된 자치조직이자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근거해 설립된 비영리 법인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서울대 생협의 획기적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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