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의혹에 ‘관장과의 대화’ 열려

1월 16일 관악학생생활관(관악사) 919동에서 화재가 발생한 이후 2월 말부터 화재 건물에 본격적인 입주가 진행됐음에도, 관악사의 화재 후속 조치에 관한 의혹과 학생들의 불만은 계속됐다. (『대학신문』2022년 3월 14일 자) 이에 지난달 30일 관악사는 ‘관장과의 대화’ 간담회를 개최해 화재 사건에 대한 사실관계 공개 및 후속 조치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대학신문』이 관악사 화재 사건 복구 과정에서 제기된 몇 가지 의혹을 살펴봤다.

 

◇실내 공기질 측정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지난 2월 18일부터 지난달 10일까지 관악사는 농생명과학공동기기원(NICEM)에 의뢰해 세 차례에 걸쳐 919동 △체력단련실1 △체력단련실2 △상담센터의 공기질 측정을 진행했다. 측정은 다중이용시설의 실내공기질 측정 기준에 따라 개방된 상태에서 진행했다. 그러나 각 시설에 상주하는 직원이 있고 화재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밀폐된 상태에서 공기질 측정을 해야 한다는 화재대응 TF(TF)의 의견이 있었다. 이에 2차 측정은 2월 25일부터 4일간, 별도의 환기 없이 밀폐된 상태에서 진행됐다. 세 곳에서 측정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의 평균 농도는 1073.2㎍/㎥이었다. 이는 대조군이었던 더블에스 휘트니스 센터(900동)의 수치(93.9㎍/㎥)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였다. 실내체육시설에 대한 TVOC 수치 기준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나, 학원이나 도서관 등의 실내공기질 권고 기준(500㎍/㎥ 이하)이나 어린이집, 의료기관 등의 권고 기준(400㎍/㎥ 이하)을 상회했다. 관악사 윤유선 행정실장은 “에폭시 도장작업의 영향으로 공기질 측정값이 높게 나왔다는 NICEM의 판단이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에폭시 공사는 2월 24일, 측정 장소에 인접한 기숙사 식당 매표소 근처 계단에서 진행됐다. 이에 특정화학물질이 아닌 TVOC 수치가 전부 상승한 것으로 보아 화재의 영향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에폭시 공사가 측정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기영 교수(환경보건학과)는 “에폭시 제품에 포함된 화학물질들로 인해 TVOC 측정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김성균 교수(환경보건학과) 역시 “2차에서 높게 측정된 TVOC 수치가 에폭시 공사의 영향일 가능성이 있다”라며 “공사 위치와 측정 장소의 가까운 거리도 이를 반영한다”라고 전했다.

2차 공기질 측정에서 높은 수치가 나오자 관악사는 지난달 8일부터 이틀간 3차 공기질 측정을 진행했다. TF는 “3차 공기질 측정 전날 청소업체가 체력단련실과 상담실을 방문해 소독을 진행했다”라며 “이는 측정 직전에 수치를 낮추기 위한 고의적인 행동”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환기 실시 과정에도 의혹이 제기됐다. 2차 측정 후 악화된 공기질을 개선하고자 베이크 아웃을 실시하고 3차 측정 전 환기를 진행했는데, 이후 측정 직전 관악사 측이 환기를 한 번 더 진행했다. 이것 역시 공기질 수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독약이나 탈취제를 이용해 TVOC 수치를 낮추기는 어렵지만, 환기는 조건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이기영 교수는 “일반적으로 소독약에 포함된 유기화학물질로 TVOC 농도가 되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라면서도 “환기는 TVOC 농도를 낮출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경호 교수(환경보건학과)는 “화재가 발생한 지 한 달 이상 지난 시점에서, 그동안 환기가 잘 진행됐다면 남은 유해물질은 대부분 고체상의 유해물질(검댕)일 것”이라며 “환기로 많은 기체 유해물질이 이미 배출된 상황이라면 유의미한 차이가 있을 것이라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TF 측은 “체력단련실은 실내 공기가 밖으로 빠져 나가기 힘든 구조”라며 “이곳에서의 공기질 측정 결과에는 측정 직전의 환기가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남아있는 오염물질에 대한 우려=미진한 청소 상태로 인해 기숙사 다중이용시설 곳곳에 오염물질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기자가 직접 살펴본 결과, 눈에 보이는 곳은 깔끔하나 천장이나 내부 배기구는 화재 분진과 먼지가 혼합돼 있는 상태였다. 일부 천장에는 검은 분진에 찍힌 손자국도 보였다. 시설물을 닦자 물티슈 가득 분진이 묻어나왔다. TF 측은 관악사의 현장점검이 늦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TF는 “관장과 행정실장이 화재가 발생한 지 두 달이 지난 후에 체력단련실을 처음 방문했다”라고 대처 순서를 문제 삼았다.

전문가들 또한 화재로 인한 고체상의 그을음이 입주생의 신체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경호 교수는 “그을음이 고운 입자로 떨어져 공기 중에 부유하거나, 큰 입자로 떨어져 생활환경을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을음에 갇혀 있던 휘발성유기화합물이 배출될 수도 있다”라며 일부 다중이용시설 천장에 남은 그을음에 대해 우려를 드러냈다. 이기영 교수 역시 “폴리염화비페닐(PCB),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PAH), 다이옥신류 등 화재 이후에 남아있을 수 있는 유해물질이 많다”라며 “보이지 않는 곳에 쌓인 화재 잔존물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화재로 인한 오염물질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관악사의 철저한 청소가 필요하다. 최 교수는 “통풍구가 지나가는 공간에 그을음이 쌓여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통풍구 내부도 오염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라며 “공조 시스템은 연결돼 있으므로 이곳의 그을음은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물청소를 통해 큰 분진을, 헤파 필터*를 사용해 미세한 오염물질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입주생의 개인위생 관리도 중요하다. 최 교수는 분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바닥에 있는 분진들을 꼼꼼히 닦아 없애고 손 씻기를 철저히 해야 한다”라고 권고했다.

◇‘관장과의 대화’, 갈등 해소 돌파구 될까?=행정실과 TF 양측의 엇갈린 진술로 인해 관악사의 화재 후속 조치에 관한 입주생의 혼란은 가중됐다. 이에 관악사는 화재 관련 궁금증 해소를 돕고자 지난달 30일 ‘관장과의 대화’ 간담회를 추진했다. 간담회는 사랑채(920동)와 ZOOM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간담회에는 △서은영 학생부처장(간호학과) △관악사 송재준 관장(에너지자원공학과) △관악사 윤유선 행정실장 △관악사 윤철진 인사행정부장을 비롯한 관계자들과 △관악사 자치운영위원회(자운위) △TF △919동 입주생의 일부가 참석했다.

화재 초기 대응과 후속 조치 전반을 시설기획팀이 설명한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3차 공기질 측정 당시 베이크 아웃 환기 외에 직전 추가 환기가 있었다는 TF의 지적에 윤 인사행정부장은 “추가 환기가 있었다는 점도 사실관계에 반영하겠다”라고 말했다. 윤 행정실장은 “측정 전 환기가 진행됐어도 해당 공기질 수치는 며칠에 걸친 측정에서 도출된 정상 수치”라고 덧붙였다. 167개의 호실 중 51개 호실만 화재 청소가 진행된 이유와 미흡한 청소 상태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송 관장은 “청소업체가 화재 피해가 심각한 호실을 직접 선정했다”라고 밝혔다. 윤 인사행정부장은 “이후 청소 총괄 팀장이 검수를 진행했으나, 급하게 퇴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거대 폐기물과 생활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인력이 대거 투입돼 청소 검수가 미진했던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2일 관악사는 추가 후속 조치로 신청 호실에 대해 △추가 청소 △베이크 아웃 △실내 공기질 측정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추가 청소는 지난 1일(금)까지 완료됐으며 베이크 아웃과 공기질 측정은 오늘부터 오는 8일까지 진행된다. 공기질 측정의 신뢰도를 묻는 입주생에게 윤 인사행정부장은 “NICEM을 통해 공기질을 측정하되 화재 유해물질과 관련된 수치를 면밀히 살피고, 입주생을 대상으로 결과를 공개하겠다”라고 답했다. 공기질 측정 결과 거주 부적합 수치가 도출되는 경우를 대비해 임시 호실 배정 등으로 안전을 확보하고 입주생 편의를 고려해 대응책을 강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관악사의 대처 및 소통에 관한 차후 개선책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자운위는 “화재 후 임시 호실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사생들의 불만이 많았다”라며 “개선될 대응 매뉴얼에 학생과의 소통이 포함되길 바란다”라고 제언했다. 이에 송 관장은 “빠른 대피를 위해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던 점을 인정한다”라며 “소통 창구를 강화하겠다”라고 답했다.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휘발성유기화합물을 종류별로 합산해 계산한 수치다. TVOC에 포함되는 물질인 벤젠, 톨루엔, 자일렌 등은 새집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는 인체 유해물질이다.

*헤파 필터(Hepa filter): 극도로 미세한 입자까지 걸러내는 고성능 필터.

 

사진: 유예은 기자 eliza72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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