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미래의 동력, 민간 우주 산업을 짚어 보다

우주는 인류가 하늘을 바라보며 꿈꿨던 공간을 넘어 새로운 자본의 동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민간 기업을 혁신적 우주 기업으로 육성하고, 이를 통해 우주 기술을 확보하는 ‘한국형 스페이스X’ 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에 찾아온 뉴 스페이스 시대

기업이 국가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게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민간 기업 주도의 경제적 우주 개발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에 우주는 새로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의 영역으로 진화했다. 장영근 교수(한국항공대 항공우주 및 기계공학부)는 “과거의 우주 개발이 강대국 정부 주도로 군사·정치적 목적하에 수행됐다면, 2000년대에 들어서 민간 기업의 상업적 수단으로 뉴 스페이스 시대가 열렸다”라고 말했다. 신성호 교수(국제학과)는 “이전의 미·소 우주 개발과는 다르게, 미·중만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도, 유럽, 일본 같은 국가와 민간 기업 등 제3행위자들도 많은 역할을 한다”라고 밝혔다. 

해외의 대표적인 민간 우주 기업에는 미국의 ‘스페이스X’, ‘버진 갤럭틱’, ‘블루 오리진’ 등이 있다. 재사용 로켓 엔진과 같은 혁신으로 우주 산업 발전의 장애물이었던 발사 비용이 현저하게 낮아지면서, 우주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져 다양한 우주 사업 모델이 창출됐다. 장 교수는 “스페이스X의 발사체 펠컨 9은 △재사용 △수직 계열화 △자동화 등의 혁신을 통해 발사 비용을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민간 우주 생태계 구축에는 나사(NASA)의 서비스 조달 프로그램 ‘상업용 궤도 수송 서비스’(COTS)가 큰 역할을 했다. 기존에는 민간 기업이 나사의 요구에 따라 발사체 등을 납품하고 개발 주체는 어디까지나 정부였지만, 현재 미국에서는 기업이 우주 개발의 주역이 돼 저가의 서비스를 다양한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다. 황정아 교수(한국천문연구원)는 “서비스 조달을 통해 민간은 자유도가 높은 서비스를 개발하고 정부는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형태”라며 오늘날 우주 산업의 핵심으로 서비스 조달을 꼽았다. 

다른 국가들 역시 민간 우주 산업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유럽우주국은 60여 개의 도시에 ‘비즈니스 인큐베이션 센터’를 설립해 700개가 넘는 스타트업을 양성했고, 중국은 정부가 민간 분야의 우주 산업 투자를 적극적으로 장려해 ‘갤럭틱 에너지’, ‘아이스페이스’와 같은 기업이 탄생했다.

 

한국의 뉴 스페이스 시대는?

우주 산업에서 잔뼈가 굵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 외에도 다수의 민간 기업이 뉴 스페이스 시대 개막에 힘을 보태고 있다.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민간기업만도 300여곳이다. 최근에는 ‘이노스페이스’, ‘페리지’, ‘컨텍’ 등과 같은 스타트업도 등장하고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 우주사업실 이창한 실장은 “최초로 민간 주도 방식으로 추진되는 차세대중형위성 시리즈를 개발 중이며, 최근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민간 우주센터를 건립해 다양한 위성 플랫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우주 사업 컨트롤 타워 ‘스페이스 허브’를 설립해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기술이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뉴 스페이스를 향한 생태계 조성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가장 대표적인 요인은 인프라 부족이다. 2018년 OECD 통계에 따르면, 민간 우주 산업 R&D 투자 규모는 △미국 264억 달러 △프랑스 34억 달러 △영국 24억 달러 △독일 20억 달러 △일본 8억 달러 수준이지만 한국은 일본의 절반 수준인 4억 달러에 그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정영진 정책팀장은 “국내 우주 산업의 내수시장 규모가 다수의 민간 기업이 성장할 만큼 충분한 규모는 아니며, 민간 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기술력도 부족하다”라고 설명했다. 정부 주도의 우주 개발이 산업계 성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영근 교수는 “지난 30여년 동안 수행된 국내 R&D 우주 개발은 우주 산업체 육성과 우주 기술 확보에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이를 극복하고자 과기부는 ‘한국형 스페이스X’를 통해 국내 민간 기업 간 경쟁형 연구 개발을 유도할 계획이다. 이 사업은 소형발사체 개발을 희망하는 산·학·연 연합체를 지원하고, 상단 엔진 기획부터 설계까지 민간 기업 주도로 수행한다. 과기부 거대공공연구정책과 조성헌 사무관은 “민간 기업이 발사체를 자체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하고, 독자 기술을 보유한 중소·벤처기업의 사업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기업에 큰 자율성을 부여했다”라고 밝혔다. 엔진 개발과 검증이 완료되면 향후 소형발사체 핵심 부품 국산화를 위한 ‘스페이스파이오니어’ 사업 연구성과와 연계해 소형발사체 체계 사업이 추진될 예정이다. 

 

향후 한국의 민간 우주 개발은?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의 뉴 스페이스 시대로 변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은 여전히 중요하다. 이에 범부처 차원의 관리 및 조정 체계의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항공우주청’의 설립은 하나의 해결책으로 제시된다. 안재명 교수(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는 “항공우주청은 우주 기술을 필요로 하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요구를 조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항우연의 적극적인 기술 이전과 인력 지원도 필수적이다. 장영근 교수는 “미국과 유럽에서 정부의 우주 개발 지식과 노하우가 민간 기업으로 전수돼 스타트업의 성공 확률도 증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정영진 팀장은 “앞으로 항우연의 역할은 민간 기업의 참여를 확대하면서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우주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기업 내의 혁신도 불가결하다. 특히 우주 개발의 문턱을 전반적으로 낮출 수 있게끔 발사 비용을 절
감하는 혁신 기술의 개발이 중요하다. 정 팀장은 “민간 기업도 선도적으로 국가 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은 신기술 연구 개발을 수행해야 한다”라며 “해외의 선진 우주 기업은 자체적인 연구 개발에 대한 투자가 크다”라고 설명했다. 조성헌 사무관은 “국내 위성체 설계 기술은 100% 독자 기술로 이뤄지고 있으나, 부품 국산화는 60~70% 수준에 머물러 있는 실정”이라며 부품의 국산화도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국의 경쟁력을 담보할 특화 기술을 개발하려면 다양한 분야의 주체와 함께 총체적인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황정아 교수는 “우주 탐사는 융합적인 기술을 필요로 해, 다양한 산업 분야와 시너지 효과를 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며 “한국이 강점을 가진 자동차·반도체·ICT 등 비(非)우주 산업 분야와 우주 산업과의 연계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우주 개발의 원칙과 윤리 등 국제 규범 형성에 동참할 필요성도 커진다. 신성호 교수는 “새로운 국제 규범이 나타날 때 목소리를 내는 것이 개별 국가에게 장기적으로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황 교수는 “미국 이외의 우주 탐사 참여 국가와의 협력 관계를 다변화시킬 필요가 있다”라며 “국익 보호 및 우주 외교 강화 차원에서 관련 국제 규범 논의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의 민간 우주 산업은 걸음마 단계에 있기에 정부와 기업, 우주 산업과 비우주 산업 분야를 가리지 않는 총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에 우주 개발 과정에서의 실패를 소중한 경험으로 여기는 문화가 형성된다면, 한국의 뉴 스페이스로의 도약이 촉진될 수 있다. 한국의 뉴 스페이스 시대의 성공을 기원하며, 우리 모두 우주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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