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 마이스누 강의평가의 현주소는

강의평가는 대학에서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의 만족도를 평가하는 제도다. 서울대 강의평가는 내실 있게 운영되고 있을까? 서울대 강의평가에 대한 구성원들의 인식을 파악해 보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봤다.

 

서울대는 교원과 수강생 간 의견 교환을 통한 강의 질 향상을 위해 학기당 2회씩 강의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수업일수 1/2선에 시행하는 ‘강의 중간 수강소감 조사’는 강의 담당 교수가 수강생의 애로 사항 및 건의 사항 등을 파악하고 수업에 반영하기 위해 실시된다. 학기말에 실시되는 강의평가는 △강의 만족도 △강의 준비 및 내용의 충실도 △교육 방법 등에 대한 수강생의 의견을 수렴해, 그 결과를 △강의 담당 교수 △소속 학과(부)장 △소속 교무부학(원)장이 조회할 수 있도록 한다. 강의평가 결과는 공통문항 평균 점수로 공개되며 스누지니나 수강신청 사이트의 강좌상세조회 탭에서 확인할 수 있다. 평가 결과는 수강생 수나 강좌 성격 등이 반영되지 않은 단순 평균 수치지만 이전 수강생들의 전반적인 만족도를 파악할 수 있다. 강의평가 응답 개수가 다섯 개 이하일 때는 답변 작성자가 특정될 가능성이 있어 평균 점수를 매기지 않고 있다. 

강의평가는 기본적으로 교수자에게 전달돼 수업 개선에 활용된다. 송지우 교수(정치외교학부)는 “수업 난이도나 교수법 조율에 강의평가를 활용한다”라며 “다른 학생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해서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다는 강의평이 종종 있어, 이후에는 학생 질문이나 발표를 나름대로 요약하고 확인함으로써 수강생 모두가 내용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라고 말했다. 사범대 소영순 교무부학장(영어교육과)은 “상대적으로 점수가 낮은 객관식 항목이나 아쉬운 점이 담긴 주관식 답변을 통해 개선점을 살펴보고 다음 학기에 반영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객관식 강의평가 결과가 3점 미만으로 나올 시, 해당 교원은 강의 컨설팅이나 교수법 등이 포함된 필수 교육을 의무로 이행해야 한다. 또한 본부는 강의 개선이 필요한 교원을 위해 교수법 향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주관식 답변은 정량화하기 어려워 교원이 개별적으로 강의 개선에 활용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단과대별로 강의평가 활용 현황은 다르지만 대체로 강의평가는 교원 승진 및 재임용 심사, 성과급 심사에 반영된다. ‘서울대 교원 인사 규정 시행세칙’은 대학교원 승진·재임용 심사 항목 중 교육활동에 40점을 배정하고 있다. 이 40점에 강의평가 항목이 포함되며, 세부 기준은 각 대학인사위원회가 따로 정한다. △인문대 △사회대 △자연대 △공대 △사범대 △생활대 △의대 등의 단과대 내규는 거의 비슷하게 교육활동 40점 중 5점을, 농생대는 8점을 강의평가 항목에 할당했다. 자연대 오병권 교무부학장(수리과학부)은 “현재는 교원평가에서 강의평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지만, 강의평가 비율 확대를 추진 중”이라며 “자연대 우수강의상 시상에 강의평가 점수는 물론이고 주관식 평가도 반영한다”라고 강조했다. 소영순 교무부학장은 “영어교육과에서는 강의평가 평점이 성과급 산정 등급의 차이를 가져올 수 있을 만큼 꽤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6일부터 21일까지 『대학신문』이 실시한 ‘마이스누 강의평가 경험 및 인식조사’에 따르면, 학생들이 마이스누 강의평가의 주관식 문항에 성실하게 답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았다. 객관식 문항의 경우 응답자 중 29.2%(14명)가 ‘수강한 모든 강의’에 45.8%(22명)가 ‘1~2개를 제외한 강의’에 성실하게 답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주관식 문항의 경우 10.4%(5명)만이 ‘수강한 모든 강의’에 성실하게 답했고, 14.6%(7명)가 ‘대부분의 강의’에 성실하게 답했다. 

학생들의 강의평가 응답에 대해 교원의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오병권 교무부학장은 “학생들이 좋았던 점을 쓰는 것에는 익숙하지만 안 좋았던 부분을 쓰는 데는 서투른 것 같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기천 강사(동양사학과)는 진행 수업에서 “주관식 평가 응답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라며 “‘없음’이나 점만 찍은 주관식 답변을 제외하면 주관식 답변의 개수가 전체 수강생 28명 중 4명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이화진 교수(기초교육원)는 “좋았던 점과 개선할 점 항목에는 구체적인 내용이 있어 더 집중해서 보는데 간혹 개선할 점에서 익명성 기대어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작성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지양해야 할 태도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마이스누 중간 강의평가가 유명무실하다는 점도 문제다. 중간 강의평가는 학생들의 강의 개선 요구를 제때 반영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2011년부터 시행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18.8%(9명)만이 지난 학기 마이스누 중간 강의평가에 참여했다고 응답했다. 또한 마이스누 강의평가보다 교원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설문조사가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이기천 강사는 “평가 문항을 필요에 따라 기민하게 조절할 수 있는 자체 강의평가를 더 유용하게 활용한다”라고 밝혔다. 이 강사는 자체 설문조사에서 △강의 운영(과제, 시청각 매체, 설명 방법, 흥미도 등) △수업 구성(도움이 됐던 주제, 보완이 필요한 주제, 추천하는 주제 등) △소감(개선할 점과 좋았던 점)을 묻는다.

강의평가가 시행 목적을 달성하고 신뢰도 높은 평가가 되기 위해서 우선 학생들의 성실하고 능동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설문조사 결과 학생들이 강의평가에 성실하게 답하지 않는 이유는 △귀찮음 △익명성 우려 △수업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음 등이 있었다. 특히 마이스누 강의평가가 강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느냐는 설문에 4.2%(2명)이 ‘매우 그렇다’, 16.7%(8명)이 ‘그렇다’, 47.9%(23명)이 ‘보통이다’라고 응답하는 등 학생들에게 체감이 덜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많은 교원은 강의평가가 실제로 강의를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계정 교수(법학과)는 “강의평가는 유산이다”라며 “강의평가를 통해 교수들도 발전할 부분을 찾고 이후 후배들이 더 좋은 강의를 들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기천 강사 역시 “강의평가를 통해 강의를 개선할 수 있으므로 좋은 반응이든 나쁜 반응이든 최대한 많이 남겨 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강의평가의 피드백을 강의에 반영하고자 하는 교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송지현 씨(사회교육과·20)는 “강의평가를 교수님들이 읽는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제로 개선하는지는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손서연 씨(영어교육과·20) 역시 “다수의 학우가 변화의 필요성을 강의평가를 통해 제기해 봐도 다음 수업에서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강의평가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강의평가 응답 성실도 저하로 이어지고, 이것은 교원이 강의평가를 신중하게 여기지 않게 되는 악순환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교원들은 강의평가를 이후 수업에 유의미하게 반영해야 하며, 강의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신호를 학생들에게 보내 강의평가의 실효성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의평가의 효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중간 피드백 활성화를 통해 개선할 수 있다. 수강생이 해당 수업을 재수강하지 않는 이상 그 학생은 강의의 변화를 체감할 수 없다. 특히 수업이 모두 마무리 된 시기에 진행되는 학기말 평가의 경우, 참여할 유인이 더욱 떨어진다. 따라서 중간 강의평가를 활성화해 즉각적인 피드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 학기 수업에서 피드백을 상시로 받았다는 전종호 교수(언어학과)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처음으로 수업을 줌으로 진행해 수업 방식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알 수 없었다”라며 “그러나 학기가 끝나고 받는 강의평가에서 피드백을 받고 이후에 반영하면 해당 학기 수강생들은 더 나은 수업을 받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라고 상시 강의평가를 도입했던 이유를 밝혔다. 아울러 강의평가의 익명성 보장도 더 적극적으로 공시될 필요가 있다. 설문조사 자유 응답 16개 중에서 6개의 답변에서 “강의평가 작성 시 신변 노출이 우려된다”라는 응답이 나오기도 했다. 현재는 마이스누 강의평가 작성 화면에 강의평가 익명성 보장 여부는 적혀있지 않은 상태다. 교무과 관계자는 “강의평가 익명성은 철저히 보장되고 어떤 학생이 어떤 평가를 했는지 개별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라고 확언했다. 

한편 강의평가 문항 구성에 학생들의 성실도 항목을 추가하자는 제안도 있었다. 이화진 교수는 “강의 만족도는 학생들의 성실도와도 관련된다”라며 “일주일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했는가 등 학생들이 수업에 임하는 상황을 교수자가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이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가령, 서강대 강의평가의 1번 문항은 ‘한 주당 이 과목 수업 준비 및 복습 시간은?’으로 2시간 이하부터 9시간 이상까지로 응답하도록 하고 있다. 경북대도 1번, 2번 문항에서 ‘나는 이 강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와 ‘나는 이 강의를 수강하는 동안 충분히 노력했다’를 물으며 강의 참여도를 학생 스스로 평가하도록 한다. 또한 최소 글자수를 설정하는 제도적 보완으로 주관식 응답률을 높이는 방법도 있다. 현재 주관식 문항은 필수로 설정돼 있지만 특수 문자나 한 글자만 입력해도 제출이 가능하다. 반면 서강대는 서술형 문항을 반드시 30자 이상 기입하도록 하고, 부산대는 최저점(1점)을 입력하면 사유를 반드시 작성하도록 사유 작성란이 활성화된다.

강의평가는 강의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학생들은 강의평가가 강의 개선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는 인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강의평가에 참여해야 한다. 더불어 교원들은 수강생과의 소통에 관심을 기울이고 강의평가를 중요한 피드백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강의평가가 그저 관행적이고 형식적인 절차가 아니라 소중한 소통의 기회가 되길 바란다.

 

삽화: 정다은 기자 rab4040@snu.ac.kr

인포그래픽: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