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청년 공유 공간을 살펴보다

오래 머무르며 공부하기 적당한 카페, 그룹 스터디나 ‘팀플’을 할 공간을 찾아 헤맨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일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고, 나아가 다양한 프로그램과 청년 간 네트워킹까지 지원하는 공유 공간이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 『대학신문』이 이렇게 휴식과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청년 공유 공간의 이모저모를 짚었다.

(사진 제공: 청춘삘딩)
(사진 제공: 청춘삘딩)

 

늘어나는 청년 공유 공간

공부하거나 쉴 수 있는 카페 형식의 공간부터 여러 사업체가 함께 사용하는 공유 오피스까지. 모두 최근 늘어나고 있는 공유 공간들이다.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안으로 공유 경제가 주목받으며, 공유 경제에 대한 수용성이 높은 청년층을 중심으로 공유 공간이 확대되는 추세다. 도시와커뮤니티연구소 경신원 대표는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가 제시한 ‘제3의 장소’ 개념을 빌려 “제1의 장소인 집, 제2의 장소인 직장 외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제3의 장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으며, 이런 수요에 맞춰 공유 공간이 전 세계적으로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짚었다.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창업 지원 등의 목적으로 공유 오피스를 조성하기도 한다. 일례로, 경기도 안산시에서는 예비 창업자 및 창업 후 3년 이내의 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청년큐브’가 운영되고 있다. 청년큐브 담당자인 경기테크노파크 김택준 선임연구원은 “청년큐브는 전문가 매칭, 기업 애로 상담, 기업지원사업 소개 등을 지원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청년 정책의 확대에 발맞춘 공유 공간의 확대가 두드러진다. 청년들이 문화생활을 누릴 권리와 청년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의 필요성이 대두되며, 청년 인구가 집중된 수도권을 중심으로 휴식과 문화생활을 자유롭게 누릴 수 있는 공유 공간이 조성되고 있다.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청춘삘딩’의 박초희 센터장은 “이곳이 청년을 위한 자원과 정책이 모이는 공간으로 지역에 존재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쇠퇴하는 지방 중소도시를 살리려는 방안의 하나로 공유 공간 조성이 이뤄지기도 한다. 행정안전부가 2018년부터 시행 중인 ‘청년마을 사업’과 같은 지역 청년 지원사업에서, 공유 오피스나 공유 카페와 같은 공유 공간은 지역 청년들이 정보를 나누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기반이 된다. 경신원 대표는 “공유 공간은 중소도시 지역 청년들의 중간 조직으로 기능한다”라고 말했다. 청년 유입을 활성화하고 청년들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한 기반으로서 공유 공간이 주목받는 것이다.

 

청년 공유 공간에서는 무엇을 하나?

서울 7개 지역에 자리한 ‘무중력지대’나 관악구를 비롯한 서울 각지에 존재하는 ‘서울청년센터 오랑’과 같은 청년 공유 공간은 주로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아 각 지역 청년의 특성에 맞춘 공간과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청춘삘딩은 1인 가구 청년들이 무료로 공구를 대여할 수 있는 ‘청년마을공방’, 개인 학습과 단체 모임을 할 수 있는 세미나실과 ‘청춘홀’, 유튜브 촬영·밴드 연습 등이 가능한 다목적스튜디오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박초희 센터장은 “1인 가구 청년이 많은 금천구의 특성에 맞춰 공구 대여 서비스뿐 아니라, 지역에 관한 정보가 부족한 청년을 위한 주거 상담 서비스와 집을 구할 때 동행을 해주는 서비스도 운영 중”이라고 소개했다. 무중력지대 영등포의 김선호 매니저는 “취업준비생을 위한 증명사진 촬영, 미술심리상담 등 청년 개인에게 도움이 될 프로그램도 있다”라고 소개했다.

공유 공간을 이용한 청년들은 이용의 편리성과 청년에게 특화된 프로그램을 반겼다. 청소년일 적부터 청춘삘딩을 이용했다는 박수빈 씨(상명대 영화영상전공·19)는 “10인 이상의 대인원이 편히 모일 수 있는 무료 공간을 찾기 어려운데, 접근성이 좋은 청년삘딩이 있어 도움이 됐다”라고 평했다. 경기도 의정부시 청년센터에 마련된 공간을 자주 이용한다는 임정민 씨(회사원·26)는 “네이버 예약으로 편히 이용할 수 있고, 영상 편집 강의나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해 보는 수업 등 청년층이 관심을 가질 만한 프로그램이 많았다”라며 “많은 프로그램이 평일 오후 7시 정도에 시작해 직장인임에도 부담 없이 들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청년들이 붐비는 공유 공간을 꿈꾸며

청년 공유 공간들이 더욱 활성화되려면 우선 공유 공간의 개념이 확립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신원 대표는 “지역을 변화시키고 싶은 의지를 가진 청년들에 의해 지방 중소도시 곳곳에 공유 공간이 확대되고 있으나 아직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재정적 바탕이 마련되기 위해 공유 공간에 관한 법적 정의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청년들의 이용과 참여를 늘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시설 대여와 프로그램 운영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홍보에도 어려움을 겪은 탓에 아직 인지도가 낮은 공간들이 많다. 이에 청년 공유 공간은 홍보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박초희 센터장은 “청년들이 많이 이용하고 지역성을 가진 ‘당근마켓’에 청춘삘딩을 홍보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무중력지대 영등포의 경우, 공간을 홍보하고 직접 프로그램을 기획해 볼 수 있는 서포터즈를 모집하고 있다.

많은 청년 공유 공간의 목표는 청년들이 하고 싶은 것을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청년층의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청년층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정민 씨는 “요즘 청년들은 독립적이지만 어느 정도의 소속감을 원하는 특성이 있다”라며 “공유 공간 운영자가 지나치게 개입하거나 인위적으로 교류를 시도하기보다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면 자발적으로 네트워크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하고 쉴 공간을 찾아다니는 청년들은 종종 경제적·정신적 부담을 느낀다. 이들이 필요할 때 자유롭게 이용하고, 원하는 문화생활도 누릴 수 있는 공유 공간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도 ‘카공’(카페에서 공부)할 곳을 찾고 있다면, 내 주변의 청년 공유 공간을 한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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