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SNS와 관계 맺기

오늘날 SNS는 사람들의 주요한 관계 유지 수단이다. 직접 만나지 않고도 SNS를 통해 비교적 쉽게 관계를 유지하고 확장하는 것이 가능하다. 『대학신문』은 20대가 많이 사용하는 인스타그램을 중심으로 사람들이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방식에 관해 들여다 봤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놓인 컴퓨터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기본적으로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Computer-Mediated   Communication, CMC) 개념 틀 안에서 이해된다. CMC란 사람 간의 소통을 컴퓨터가 매개하는 것을 뜻한다. 카카오톡 대화가 대표적이다. SNS는 CMC의 한 종류로, 일대일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참여하는 CMC다.

사람 간 소통을 컴퓨터가 매개할 때의 가장 큰 차이는 눈빛, 몸짓, 표정 등 면대면 커뮤니케이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맥락적 단서들이 누락된다는 것이다. 대신에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활자 그 자체에 더욱 집중하게 만든다. 정일권 교수(광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는 “제안을 거절하는 상황에서 직접 얼굴을 보고 거절하면 미안해하는 눈빛과 같은 정보를 같이 받아들이면서 마음이 누그러지는 측면이 있다”라며 “컴퓨터를 통하게 되면 그런 정보가 제외되고 거절이라는 메시지의 내용만이 남을 가능성이 커진다”라고 말했다.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실시간성을 강화하고 이모티콘이나 짤방*을 활발하게 사용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이런 맥락적 단서의 결여는 사람들이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유지되는 관계가 피상적이고 약한 수준에 그친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그러나 여러 커뮤니케이션학 연구는 이런 통념과는 다르게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에서도 면대면 커뮤니케이션만큼의 친밀도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소셜한가?』의 저자 유승호는 물리적인 가까움보다 심리적으로 느끼는 가까움인 ‘지각된 근접성’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나은영 교수(서강대 지식융합미디어학부)는 “미디어에 친숙한 젊은 세대일수록 SNS로 하는 대화와 오프라인에서 하는 대화의 차이를 크게 지각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맥락적 단서의 결여는 대화에 임하는 개인의 솔직함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 교수는 “어떤 사람은 대화 상대가 어느 정도 가려져 있는 상태에서 더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라면서도 “한편 온라인으로는 실제 속마음과 다른 이야기를 해도 들통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위장의 유혹을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라며 일관된 경향은 없다고 말했다.

 

SNS에서 말하고, 듣고, 공감하는 법

말하기, 듣기, 공감하기와 같이 커뮤니케이션의 기저를 이루는 행동은 SNS에서 다양한 기능으로 나타난다. SNS에서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자기노출’ 행위는 관계 유지의 밑바탕이 된다. 나은영 교수는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은 상대방과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가고 싶고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현한다”이라며 ‘소통적 자기 제시’의 개념을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자기노출 행위는 주로 ‘피드’ 또는 ‘스토리’를 통해 이뤄진다. 스토리는 24시간 동안만 타인에게 노출되고 사라진다는 점에서 삭제하지 않는 이상 계속 남아있는 피드와 차이가 있다. 인스타그램에서의 자기노출 행위에 관해 윤규진 씨(종교학과·20)는 “아무 생각 없이 좋아하는 노래를 스토리로 올렸는데 친구들과 공감대를 얻고 대화의 물꼬가 트인 적이 있었다”라며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내가 듣는 음악을 자주 올린다”라고 말했다. 

SNS가 없던 시기의 자기노출은 자신에 관한 정보를 신뢰할 만한 사람에게 개별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지만, 인스타그램에서는 자신의 정보를 한 번에 다수의 대중에게 공개할 수 있다. 이런 자기노출 방식은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거나 지인의 소식을 접하게 하는 진입 장벽을 크게 낮췄다. 정일권 교수는 “상을 받았다는 사실을 대놓고 떠벌리기는 민망하지만, SNS에 수상 사진 한 장을 슬쩍 올리기만 하면 축하 인사를 받을 수 있다”라며 “마찬가지로 SNS에 올라온 사진을 보고 지인의 근황을 쉽게 알 수 있어 안부를 직접 묻는 수고로움과 심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와 같이 일방적 공개의 성격을 띠는 자기노출에서는, SNS 사용자가 자기노출과 사생활 보호 사이에서 끊임없는 심리적 긴장을 경험하게 된다. 나 교수는 “SNS 이용자는 자기노출 시의 이익과 위험을 모두 고려해 자기노출 여부를 결정한다”라고 말했다. 윤규진 씨는 정치적 견해를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것에 관해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기에 올리지 않으려고 한다”라고 밝혔다. 자신이 올린 사진이나 동영상을 특정 사람만 볼 수 있게 하는 인스타그램의 ‘친한 친구’ 기능은 이런 긴장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김채연 씨(인류학과·19)는 “음식 사진 외에 좋아하는 드라마 장면이나 후기를 ‘친한 친구’만 볼 수 있게 스토리로 올린다”라며 친하지 않은 사람까지도 사적인 내용을 알게 되는 것이 달갑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한편 자기노출은 한꺼번에 많은 사람에게 행해지는 탓에 SNS 사용자가 ‘자기 검열’을 하도록 만든다. 서지선 씨(정치외교학부·21)는 “어떤 사적인 만남이 다른 사람을 서운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되면 올리는 것을 꺼리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스타그램에서 듣기와 공감 행동은 어떻게 수행될까. 인스타그램은 게시물에 공개적으로 댓글을 다는 기능 외에도 스토리의 작성자만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답장 기능을 제공한다. 스토리를 보고 그에 대한 반응을 DM(Direct Message)으로 전할 수 있다. 이희망 씨(인하대 경영학과·21)는 “친구들의 스토리에서 공감 가는 부분이 있거나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때 스토리 답장 기능을 활용한다”라고 이야기했다. 반면 김채연 씨는 “친한 친구가 스토리를 올렸거나 교류가 뜸해진 친구와 연락을 다시 이어 나가기 위해 스토리 답장 기능을 활용한다”라며 스토리 답장 기능의 서로 다른 활용법을 말했다.

인스타그램의 ‘좋아요’ 기능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반응 행동이다. 그러나 좋아요가 공감 행동인지에 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다분하다. 정일권 교수는 “정말 좋다고 생각해서 누르는 좋아요와 무의식적으로 누르는 좋아요의 의미는 같지 않다”라며 “좋아요가 모두의 글에 손쉽게 눌러질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면, 역으로 좋아요를 받지 못한 것이 의미를 갖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SNS 사용자들은 각각 어떤 상황에서 좋아요를 누를까. 서지선 씨는 “불특정 다수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다”라고 답했다. 반면 윤규진 씨는 “친구들이 정제된 형태로 정성껏 피드를 올리는데 그것을 확인했다는 의미로, 마치 방명록을 남기는 느낌으로 좋아요를 누른다”라고 답했다. 김채연 씨 역시 “친한 친구들이 게시물을 올리면 거의 모든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러준다”라며 “좋아요의 개수를 늘려준다는 측면이 강하다”라고 밝혔다.

인스타그램의 기능은 아니지만 ‘선물하기’는 SNS를 통해 더욱 활성화된 관계 유지 행위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톡 선물하기’처럼 간편하게 선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서비스의 등장은 선물 행위의 일상화를 가져왔고, 이는 다시 선물을 주고받는 관계의 폭을 넓혔다. 김채연 씨는 “카카오톡 선물하기가 워낙 편하다 보니 선물을 더 많은 사람에게 자주 하는 환경이 됐다”라며 “해당 기능이 없었더라면 실제로 자주 만나지 않는 친구들과는 선물을 주고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 박세진 전임연구원은 “선물 행위의 기저에는 자신이 느끼는 관계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이 상대에게 전해질 것이라는 믿음이 자리한다”라며 선물 행위의 본질을 짚었다. 그는 이어 “내가 이 사람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가치 있는 사람인가를 확인받고 싶다는 심리가 마음에도 없는 선물을 하게 만든다”라며 “선물을 주고받기 편리해진 환경이 약한 유대 관계에서도 이런 심리가 활발하게 작용하도록 만드는 측면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SNS 관계 맺기의 한계, 그리고 그 미래

우리는 SNS를 통해 사람과의 연결을 유지하고 있지만, 동시에 너무 많은 사람과의 과잉 연결로 인한 인간관계 피로를 겪을 수도 있다. 나은영 교수는 “과잉 연결은 남과 나를 비교하는 ‘사회 비교과정’(Social Comparison)을 촉진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지선 씨도 “SNS를 사용하면서 스스로와 남을 많이 비교하게 됐다”라며 “타인의 삶에서 가장 밝은 부분과 내 삶에서 가장 어두운 부분을 무의식적으로 비교하게 돼 스트레스를 받고는 했다”라고 말했다.

SNS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나 교수는 SNS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한계를 딛고 진화하리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디어를 경유한 커뮤니케이션은 어떤 경우에든 대면 커뮤니케이션을 닮아 가려고 애를 쓴다”라며 ‘스냅챗’의 예시를 들었다. 스냅챗에서는 내가 올린 콘텐츠를 특정 사람들이 모두 열람하면 해당 사진이나 동영상이 바로 사라진다. 나 교수는 “이 기능은 개인이 노출한 정보가 지속적인 기록으로 남지 않는 대면 커뮤니케이션의 특징을 온라인에서도 실현하고자 한 시도다”라고 평가했다. 

우리가 맺는 관계를 전부 SNS로 유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SNS는 여전히 관계 지향적 매체로서 인간관계의 일정 부분을 유지하는 공간으로 남을 것이다. 디지털 매체에서 갖춰야 하는 시민적 자질인 ‘디지털 시민성’이 더욱 중요해지는 이유다. 『소셜 미디어 리터러시』의 저자 김양은은 SNS에서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과 사적인 정보나 견해를 적절한 수위로 조절해 표현하는 능력을 포괄하는 디지털 시민성의 덕목을 강조한다. 개인이 콘텐츠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라는 SNS의 특성과 그 안에서 이뤄지는 관계 맺기의 질서를 이해하는 것이 디지털 시대의 인간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능력이 될 수 있다.

 

SNS에서 어느 정도가 적절한 자기노출인가에 대해 타인과 생각이 다르다고 느낀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SNS라는 공간을 이해하는 저마다의 기준과 신념을 가지고 있다. 나와 다른 SNS 사용자를 마주하더라도 그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존중함과 동시에, 디지털 시민성의 자질을 갖출 때 SNS를 통한, 그리고 SNS를 초월하는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짤방: 감정 및 상황 표현에 사용하기 위해 방송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캡처한 사진.

 

삽화: 정다은 기자

rab4040@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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