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성대역 4번 출구로 나와 걷다 보면 책을 잔뜩 품고 있는 ‘흙서점’이 눈에 띈다. 무수히 쌓인 책 중에 내 취향의 책 한 권 정도는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 때문인지, 사람들은 서점 앞을 기웃거리며 책을 훑어 보고 있었다. 4년 전쯤 근처를 지나다 처음 이곳에 들러 봤다는 한 손님은 흙서점을 “교양 함양에 이바지하는 우량도서가 많은 곳”이라고 평했다. 

흙서점의 주인 김성수 씨(68)는 1986년 봉천동 관악프라자에 처음 중고 서점을 열었고, 1997년 이곳 낙성대로 옮겨 와 37년째 흙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김 씨는 “국민학교를 다니며 처음 읽은 소설이 이광수의 『흙』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가 시골 농부의 아들이기도 하고, 흙은 우리의 대자연”이라며 여러 뜻을 모아 만든 서점의 이름을 설명했다. 좋은 책이 많이 들어와 있는 이유를 묻자, 그는 “대학가 근처에 있다는 지역적 이점이 있다”라며 “적절한 값에 책을 매입하면서 꾸준히 손님을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비결”이라고 밝혔다. 

서점 앞에 붙어 있는 재치 있는 문구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예식장 찾으세요? 저한테 물어보세요” “휴대폰 잠깐 혹은 오래 충전해 가세요” 등 보통의 서점에서 기대하지 않을 만한 서비스도 제공하는 듯했다. 김 씨는 “어느 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해 줄 수 있는 일을 문득 떠올려 봤다”라고 웃음을 보였다. 또한 흙서점은 각종 대학의 영화 동아리 로케이션을 비롯해 2004년부터 방영된 KBS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의 촬영지로도 활용됐다. 그는 “대학 시절 연극과 영화를 했었는데 사람들로부터 여러 도움을 받았던 게 고마웠다”라며 사람들에게 공간을 내어 주는 이유를 설명했다. 

언젠가 흙서점 문을 닫게 됐을 때, 없어져서 서운하다는 손님들의 말이 들리길 바란다는 김성수 씨. 앞으로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손님들을 맞이할 계획이라는 그의 서점에서 누군가 두고 간 선물 같은 책 한 권을 발견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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