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훈 기획팀장(서울대 발전기금)
주정훈 기획팀장(서울대 발전기금)

서울대 관악캠퍼스(관악캠) 사방으로는 관악(冠岳)산이 병풍처럼 서울대를 감싸고 있다. 산자락에 위치한 학교들은 보통 뒤편에 산이 있고 앞쪽으로 캠퍼스가 위치하지만, 서울대는 관악산의 산세가 정문과 후문까지 내려와 캠퍼스를 둘러싸고 있다. 관악산 자락에 서울대가 얹혀 있는 형국이다. 이런 지리적 위치 탓에 서울대는 관악산과 유·무형으로 밀접한 장소성(場所性)을 갖게 됐다. 우리는 관악에서 생활하며 은연중에 관악산 한 번 쳐다볼 때 정상의 웅장함을 느끼거나, 여름철 관악산의 시원한 기분을 느끼는 등 관악산의 기운 속에서 살고 있다. 관악산은 화강암으로 이뤄진 바위산으로, 그 모습이 갓을 쓰고 있는 모습을 닮아 관악산이라고 불리게 됐다고 한다. 관악산은 예로부터 개성의 송악산, 파주의 감악산, 포천의 운악산, 가평의 화악산과 더불어 경기 5악의 하나로 불린 명산이다. 악(岳)에서 풍기는 단어의 느낌은 무언가의 강한 느낌이 든다. 풍수를 말하는 호사가들은 관악의 정기가 학문이나 연구에 좋다고들 한다. 관악캠은 소위 말해 학문하기 좋은 명당에 과거 자하동(紫霞洞)으로 불릴 만큼 자연경관이 뛰어나 최고의 캠퍼스 환경을 갖추고 있다. 

이런 관악산의 물리적 공간 위에 교육, 연구, 지원 시설 등 약 200개 동이 넘는 건물들이 밀집돼 있고, 약 4만 명의 상주 인구가 생활하는 ‘관악시티’(Gwanak City)가 형성됐다. 이 관악시티는 교육, 행정, 의료, 치안, 문화, 외식, 숙박, 금융 등 지방의 소도시 이상의 인프라를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다. 관악시티인 서울대 관악캠은 앞서 말한 대로 관악산이라는 지형적인 요인으로 주변 지역사회와 분리 및 단절돼 있다. ‘단절된 도시’인 관악시티 서울대는 서울대가 속한 지역사회와 얼마만큼 함께 하려는 노력을 해 왔는지 생각해 보고 싶다. 

글로컬(glocal)이라는 말이 있다. 국제(global)와 현지(local)의 합성어로 지역 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말한다. 우리 서울대도 국제화의 노력에 힘쓰면서도 현지 지역사회를 위해 더 노력하는 대학이 됐으면 좋겠다. 최근 학교의 여러 사업들을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노력을 보게 돼 반갑다. 지금 대학 본부(행정관) 앞에 지하 주차장과 새로운 잔디 광장이 조성되고 있으며, 서울대의 상징인 ‘샤’ 정문 주변을 보행자 중심으로 개선하는 ‘정문 환경개선 사업’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이 두 사업이 마무리되면 서울대는 구성원 중심의 캠퍼스에서 나아가, 정문 주변 광장부터 행정관 잔디 광장까지의 동선을 통해 지역사회와 함께 할 수 있는 공간 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

또 다른 사업으로 서울대는 ‘문화관(73동)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관 리모델링 사업은 융복합 문화시설로의 물리적인 인프라 확충을 넘어, 지역사회와 정서적으로 교감하는 공간으로서의 역할까지도 계획하고 있다. 문화관 리모델링 사업이 마무리되면 서울 서남권 최고의 융복합 문화시설로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여러 인프라 확충 사업들은 관악산이라는 지형적 공간 구조에서 만들어진 ‘단절된 도시’인 관악시티를 넘어서 지역사회에 한걸음 다가갈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서울대가 국민에게 사랑받고,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대학이 되기 위해 단절된 물리적 공간 구조를 개방형 연결의 구조로 바꾸고,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더 활발한 교류가 이어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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