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협상 비준안 통일외교통상위원회 통과 이후

지난해 말 미국, 중국 등 9개국과 합의한 쌀 협상 비준안(비준안)이 지난달 27일(목)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통외통위)를 통과했다.

정부 여당은 비준안을 오는 16일(수)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농민단체와 민주노동당은 이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등 농민단체는 수확한 벼를 태우거나 강이나 도로에 뿌리며 비준안 처리를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도 비준안 처리를 반대하며 지난달 27일(목)부터 국회 본청 로텐더홀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

◆ 비준안 처리 시기 논란

비준안은 쌀 관세화 유예 대가로 2005년부터 의무수입물량을 국내소비량의 약 4.4%에서 2014년 약 7.9%까지 매년 고르게 늘리고, 이 중 밥쌀용 소비자 시판양도 올해부터 의무수입물량의 10%에서 2010년 13%까지 늘린 후, 2014년까지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리고 2015년부터는 쌀 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

정부는 “비준안에 따라 올해 쌀 의무수입물량을 수입하기 위해서는 국회 본회의에서의 조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농, 한농연 등 7개 농민단체로 구성된 쌀협상국회비준저지비상대책위원회는 “쌀 시장 개방에 따른 농업 회생의 근본대책이 부재한 상황에서 비준안 처리는 안 된다”며 “비준안 처리를 오는 12월 13일부터 18일까지 홍콩에서 열릴 제6차 WTO 각료회의 이후로 연기하고, 정부-국회-농민의 3자 논의기구를 구성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상법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는 “제6차 WTO 각료회의에서 수입 관세율, 의무수입물량 등에 대해 새로운 농정의 세부원칙이 정해진다”며 “이점을 고려해 바로 개방할지 아니면 비준안에 따라 2014년까지 관세화를 유예한 후 개방할지를 판단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또 올해까지 쌀 의무수입물량을 수입하지 못하면 국제관계에 불이익이 된다는 주장에 대해 “단지 의무수입물량 수입의 이행을 늦추는 것이기 때문에 무역 상대국이 제소하는 등의 마찰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0일(목) 한나라당도 “비준안 처리시한을 연장하는 것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혀 16일(수) 비준안의 국회처리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 실효성 없는 정부의 쌀 정책

정부는 WTO의 규제를 받는 추곡수매제를 포기하고 올해부터 공공비축제를 도입했다. 정부가 정한 가격으로 일괄 매입하는 추곡수매제와 달리 공공비축제는 정부 위탁을 받은 미곡종합처리장이 산지별로 산지가격에 사들인다. 산지가격에 사들이는 대신 쌀 가격 하락시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정부는 쌀 80kg의 목표가격을 17만70원(2005~2006년 기준, 3년 마다 다시 설정)으로 정하고, 이보다 전국연평균쌀가격이 떨어지면 목표가격과 전국연평균쌀가격 차이의 85%를 직불금 형태로 보상하는 쌀소득보전직불제(직불제)를 병행 실시하고 있다. 그러나 추곡수매제 때 500만섬 안팎이던 수매량이 300만 섬으로 줄어들고, 무엇보다도 직불금이 지역별 쌀 가격 차이를 반영하지 않은 채 지급된다는 점이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전국연평균쌀가격이 15만원인 경우, 산지가격이 16만원인 농가나 14만원인 농가 모두 쌀 가격이 17만70원보다 낮으면 보상되는 직불금이 똑같기 때문에 산지가격이 낮은 지역 농민들은 그만큼 손해를 보게 된다.

또 농림부에 의하면 지난 10일(목) 기준으로 쌀 80kg의 전국연평균쌀가격이 전년대비 13.8% 하락한 약 13만9천원으로 결정돼, 직불제가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동규 선임연구원은 “직불제는 애초 쌀 가격이 5~6% 정도 떨어질 경우를 고려한 제도로 예산도 이에 맞춰 책정돼 있다”며 “10~15% 이상 떨어질 경우 정부는 약속한 보상금을 지불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8일(금) 공공비축 물량 확대, 상호금융저리대책자금 상환기한 연기, 정책자금 금리인하 등을 골자로 하는 쌀 비준 추가 지원대책을 농림부가 발표했지만, 민주노동당은 “공공비축 물량 확대, 상호금융저리대체자금 상환기한 연기를 제외하고는 기존 정책들의 재탕”이라고 반박했다. 전농 황경산 정책부장은 “공공비축물량은 최소 650만섬 이상으로 확대해야 하고, 정책자금금리는 최소 1%로 인하해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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