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알파세대의 특성과 미래 교육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인간관계를 비롯한 삶의 모습을 근본적으로 바꿔 놨다. 교육계 역시 큰 변화를 겪었다. 한 교실에 모여 수업을 듣는 것은 추억이 됐고, ZOOM으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채팅으로 학급 친구들과 소통하는 모습이 일상이 됐다. 특히 유년기와 학령기에 학습이 가지는 중요성을 고려할 때 알파세대는 코로나19 시기에 더욱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 종식을 향해 나아가는 지금, 알파세대의 교육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요즘 애들’ 이해하기

알파세대는 호주의 사회학자 맥크린들이 제안한 개념으로, 2010년부터 2024년까지 태어난 사람들을 뜻한다. 알파세대는 출생 직후부터 인공지능(AI)에 둘러싸여 성장한 ‘AI 네이티브’다. 알파세대는 영유아기에 AI 스피커로 동요와 동화를 접했으며, 학령기에는 ‘제페토’와 ‘로블록스’ 등 가상현실이 이들의 놀이터가 됐다. 초등학교 6학년 학생을 과외하는 강채은 씨(연세대 문화인류학과·20)는 “과외 학생이 제페토의 가상현실에서 사진을 찍고 아바타 친구를 만난다고 했다”라며 “제페토에서 아바타들끼리 ‘지뺏(친구의 지인을 뺏는 행위) 금지’, ‘반모(반말을 사용하는 것) 금지’ 등의 규칙을 만들고 따르기도 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알파세대는 TV 등 전통 미디어가 아닌 OTT 서비스·유튜브 등 스트리밍 플랫폼에 익숙하다. 쉬는 시간에 주로 어떤 매체를 이용하냐는 질문에 유지나 학생(귀인초 6)은 “TV 대신 〈여신강림〉과 〈청춘 블라썸〉 등 웹툰이나 유튜브를 본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튜브를 향한 알파세대의 관심에 힘입어 성인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아이가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키즈 유튜버가 성장했다. 키즈 유튜버의 영향력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초등학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랑이 거래’다. 이 놀이는 ‘말랑이’라는 장난감을 거래판 위에서 물물교환하는 것으로, 키즈 유튜버 ‘프리티에스더’, ‘루키밍’ 등이 놀이 영상을 올린 것을 계기로 유명해졌다. 특히 프리티에스더의 유튜브 쇼츠 영상은 조회수 2,148만 회를 기록하며 ‘말랑이 거래’가 아이들의 놀이 문화로 자리잡는 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이처럼 디지털 세계에 친숙한 알파세대는 온라인 프로그램을 활용해 문제를 능동적으로 해결한다. 특히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의 보급이 알파세대의 디지털 자기 주도화를 도왔다. 강채은 씨는 “과외 학생의 경우, 수행 평가를 할 때 이미 만들어진 템플릿에 글만 입력하면 시각 자료가 완성되는 ‘미리캔버스’라는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한다”라며 “내가 초등학생 시절 파워포인트를 배우기 위해 애썼던 것을 생각하면 큰 발전”이라고 전했다. 

한편 갑작스럽게 찾아온 코로나19로 시작된 비대면 교육은 알파세대를 온라인 세상에 더욱 고립시켰다. 이는 알파세대의 사회성 부족 문제를 낳았다. 박남기 교수(광주교대 교육학과)는 “교육 기관에서 단체 생활을 경험하지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가정의 불완전한 교육 환경이 문제”라며 “자신의 삶이 중요한 MZ세대 부모의 특성과 외동 자녀의 증가 탓에 가정에서 사회성을 기르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삶의 초기에 사회성을 학습하지 못한 알파세대는 이후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박형빈 교수(서울교대 윤리교육과)는 “알파세대의 연령 시기에 전전두피질*에 영향을 미치는 뇌 부위가 발달한다”라며 “전자 기기를 활용한 놀이와 교육은 공감 능력 발달을 저해해 피상적 인간관계를 조장한다”라고 설명했다. 알파세대의 사회성 부족은 이들이 팬데믹 종식 후 보육 기관과 학교로 돌아갔을 때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된다. 박남기 교수는 “사회성을 학습하지 못한 아이는 갈등을 회피하는 은둔형 인간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현재 무단결석생과 등교 거부 학생이 증가하는 것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알파세대를 이끌 교육의 미래

전자 기기 활용으로 인한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에듀테크(Edu-Tech)는 피할 수 없는 교육의 흐름이 됐다. 에듀테크가 일명 ‘디지털 키즈’인 알파세대에게 친숙하고 효과적인 교육법이기 때문이다. 에듀테크란 빅데이터·AI 등의 정보통신기술을 교육에 적용한 것으로, 기성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열쇠로 각광받는다.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개최된 제19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에 에듀테크가 핵심 키워드로 등장하기도 했다. 박람회에서는 학생이 직접 코딩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AI 코딩 로봇 ‘비누’(VINU)와 드론을 즐기며 코딩을 학습할 수 있는 코드론 ‘미니’ 등이 소개됐다. 이외에도 올해 하반기에 ‘에듀테크 코리아 페어’와 ‘에듀테크 엑스포’의 개최가 예정돼 있을 정도로 에듀테크에 대한 교육계의 관심이 높다. 

과거 사교육 중심으로 활용되던 에듀테크는 코로나19로 공교육까지 확대됐다. 팬데믹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비대면 교육이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유지나 학생은 “온라인 수업 때 선생님께서 ZOOM과 ‘아이스크림’(i-Scream)을 통해 영상 자료를 보여 주셨다”라며 “학습 자료는 ‘e학습터’를 통해 전달받았다”라고 말했다. 온라인 환경에서 학급 토론을 진행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한 경우도 있었다. 강채은 씨는 “과외 학생이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뮤랄’(Mural) 속 가상의 포스트잇에 의견을 적어 온라인 공간에 배치하는 식으로 토론을 하고 있다”라며 “손을 들고 발표하는 방식보다 기회가 골고루 주어지는 것이 장점”이라고 전했다. 

이런 공교육의 변화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020년 ‘그린 스마트 스쿨’을 한국판 뉴딜 종합 계획의 10대 대표과제로 선정해 온·오프 융합 학습공간을 구현할 것임을 밝혔다. 더불어 공교육 속 에듀테크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에듀테크 시범 학교를 선정해 운영 중이다. 에듀테크 시범 학교인 대구국제고는 학생들에게 개인 노트북을 제공해 구글 프로그램을 수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대구국제고에서 근무하는 정미애 교사는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슬라이드 카니발’과 구글 슬라이드를 이용해 자료를 제작한다”라며 “교사는 구글 드라이브와 구글 클래스룸을 통해 수업 참여를 확인하고 개별 피드백을 제공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공교육에 에듀테크를 안정적으로 도입하려면 민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박남기 교수는 “보편 교육을 제공하는 공교육은 개인의 다양한 수요에 부응하기 어렵다”라며 공교육 보완을 위한 민간의 역할을 강조했다. 실제로 에듀테크 기업과 공교육이 협력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에듀테크 기업 ‘유비온’은 인천시와 초·중·고교에 학습 플랫폼 ‘하이디’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하지만 에듀테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려는 공교육의 의지에 비해 이를 위한 협력과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에듀테크 기업이 알고리즘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공공 학습 데이터가 부족한 것이 큰 문제다. 정영식 교수(전주교대 컴퓨터교육과)는 “공공 데이터 29,462건 중 에듀테크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교육 분야의 표준화된 데이터는 9건(0.03%)에 불과하다”라며 “공교육에서 쏟아지는 데이터가 제대로 공개되지 않아 에듀테크 발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짚었다. 

 

새로운 교육 환경을 맞이하는 자세

그러나 에듀테크 도입이 교사와 학교의 중요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 전면 비대면 교육이 실시되기 전까지 공교육과 교사의 가치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시작된 온라인 교육은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고 학교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교육 격차가 심화된 현상이 대표적이다. 박형빈 교수는 “가정환경에 따라 자기주도적 개별 학습이 수월한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이 나뉜다”라며 “비대면 교육에서는 교사가 완충재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교육 격차가 심화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학교의 역할을 인정하는 동시에 에듀테크를 적절히 활용하는 ‘스말로그 교육’이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안된다. 스말로그 교육은 스마트(smart) 교육과 아날로그(analogue) 교육의 합성어로, 학교와 교사의 주도하에 에듀테크의 도움을 부가적으로 받는 교육법이다. 비대면 교육을 중심에 두고 교사가 추가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혼합형 학습(blended learning)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했다. 스말로그 교육을 창안한 박남기 교수는 “부모의 지도를 받기 어려운 학습 약자의 존재와 AI의 한계 등을 고려할 때 혼합형 학습의 도입은 시기상조”라며 “AI가 인간처럼 자연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다양한 업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기 전까지는 기계가 교사를 대체하기 어렵다”라고 짚었다. 

에듀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교사의 역할 변화와 이에 대한 고민도 필수적이다. 정영식 교수는 “지금까지 교사는 학생들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이해시키는 ‘무대 위의 현자’(sage on the stage)였다”라며 “미래에 지식 전달은 디지털 기술이 맡고, 교사는 학생이 습득한 지식을 바탕으로 창의적인 활동을 수행하도록 돕는 존재(guide on the side)가 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정미애 교사는 “교사가 에듀테크에 익숙하지 않으면 학생을 이끌기 어렵기에 계속 공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며 “에듀테크 도구를 어떤 식으로 수업에 적용해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세상으로 학생들을 안내할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AI를 이용한 에듀테크를 공교육에 도입하면 과정 중심의 누적 평가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것은 AI가 학생의 표정·음성·행동을 인식한 누적 결과를 교사가 평가의 근거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정영식 교수는 “누적 평가는 학업 성취도가 아닌 발달의 변화 과정을 본다”라며 “일상의 기록이 평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정기 고사에 비해 학생들의 부담이 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는 에듀테크를 공교육 현장에 실험하는 계기가 됐으며, 에듀테크는 이제 교육의 새 표준이 됐다. 하지만 동시에 팬데믹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비대면 수업은 기술의 한계를 드러내며 교육에서 인간 교사의 중요성을 증명했다. 이로부터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교육을 설계할 단서를 얻었다. 교사와 학교를 중심으로 에듀테크를 보완적으로 사용할 때, 알파세대를 위한 미래 교육은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전전두피질: 사회적 행동과 규칙 학습을 담당하는 전두엽의 앞부분을 덮는 대뇌 피질.

 

삽화ㆍ인포그래픽: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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