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ESG위원회 신설, 지속가능한 발전 위한 가교 될까?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이후 논의되기 시작한 ESG위원회 설립안이 시행을 앞뒀다. ‘서울대 ESG위원회 설립 및 관련 학칙·규정 제·개정(안)’이 지난 19일(목) 진행된 평의원회 제7차 본회의에서 심의를 통과했다. 친환경과 ESG 열풍이 부는 지금, 서울대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짚었다.

대학가로 확대된 ESG 열풍

ESG는 인류가 당면한 환경 및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기업이나 조직이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에서 등장했다. RE100 참여 기업 확대, 미국의 자산운용사와 연기금들의 사회적 기여 요구 등 ESG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한국에서는 연기금과 기업 CEO들이 ESG 경영 및 투자를 선언하며 관련 논의가 점차 확대됐다. 최근에는 기업뿐 아니라 대학에서도 ESG 경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김화진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ESG는 대학, 병원 등 사회적 영향력을 지닌 모든 단체가 구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어도선 교수(고려대 영어교육과) 역시 “대학은 ESG 경영과 실천을 통해 스스로 혁신을 유도하면서 새로운 발전 의제와 성장 동력을 찾아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ESG의 정착과 확산을 위한 기초 연구와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환경대학원 조경진 원장(환경조경학과)은 “기후위기로 인한 대전환의 시대에 대학은 교육과 연구를 통해 환경 전문가를 양성하고 혁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여러 대학은 본격적으로 관련 조직을 만들고 프로그램을 시행하며 ESG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는 중이다. 건국대는 지난해 4월 국내 대학 최초로 ESG위원회를 설립했다. 고려대와 한림대 역시 각각 지난해 4월과 9월 ESG위원회를 설립하며 대학 ESG 경영의 신호탄을 쐈다. 이외에도 △연세대 △인하대 △홍익대 등은 관련 교과목을 개설해 ESG 경영 인력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국내 대학의 ESG 경영이 아직은 피상적인 단계에 그친다고 평한다. 이우종 교수(경영학과)는 “ESG위원회 같은 지배구조의 설립은 도구적인 방안에 불과하다”라며 “국내 대학이 ESG를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이는 수준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지 않다”라고 말했다. 해외 대학의 경우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실존적 위험에 대한 해결 방안을 ESG에서 찾고,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영국 옥스퍼드대는 인류미래연구소(Future of Humanity Institute)를 설립해 인류의 문제를 학제 간 융합을 통해 연구하며, 미국 스탠퍼드대는 오는 9월 지속가능대학(School of Sustainability)이라는 단과대를 신설해 미래형 인재를 양성할 예정이다. 한편 국내 대학은 ESG뿐만 아니라 친환경 발전 전반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된다. 조 원장은 “환경부와 대학이 협약을 맺고 그린캠퍼스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지만 가시적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라며 “대학이 환경문제에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사회가 정한 기준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서울대, ESG에 뛰어들다

서울대는 2000년대부터 친환경 대학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서울대는 2008년 ‘지속가능한 친환경 서울대’ 선언을 통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연구·교육·실천 △지역·지구사회와의 협력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캠퍼스 환경관리 △친환경적 캠퍼스 조성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관리와 운영체제 정비의 5대 실천 목표를 세웠다. 또한 2013년에 글로벌사회공헌단을 설립해 사회 공헌 교육을 실천해 왔고, 시설관리국과 온실가스‧에너지종합관리센터에서 온실가스 배출을 관리하고 있다. 

서울대 ESG위원회는 이와 같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노력의 연장선이다. 김태균 협력부처장(국제학과)은 “ESG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의 증가로 인해 서울대 내 ESG 정책 확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라고 밝혔다. 이에 서울대는 지난 2월과 3월에 걸쳐 학내 ESG위원회 설립 추진단을 구성했다. 이후 ESG위원회 설립 추진단이 마련한 ‘서울대 ESG위원회 설립 및 관련 학칙·규정 제·개정(안)’이 평의원회 본회의 심의를 통과했고, 안건이 내일(24일) 이사회 심의 및 의결을 거쳐 5월 말 공포되면 총장직속기구인 서울대 ESG위원회가 출범하게 된다. ESG위원회는 ESG 관련 분야 교원 등 교내외 전문가 15명 이내로 구성될 예정이다. 아울러 서울대 ESG위원회는 △ESG 정책 수립 및 실행 방안 자문 △ESG 정책 연구 및 보고서 발간 △ESG 정책 추진 관련 주요 계획에 대한 의견 수렴 및 권고 등의 역할을 맡게 된다. 김 협력부처장은 “서울대 ESG위원회 신설로 서울대가 △친환경 발전 △사회적 책임 강화 △지배구조 개선 등 대학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논의를 주도할 것을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ESG가 서울대에 정착하려면

ESG가 하나의 구호에 그치지 않으려면 ESG위원회가 종합 컨트롤 타워가 돼 대학 전반의 ESG 경영을 이끌어야 한다. 이우종 교수는 “ESG가 광범위한 사안을 포괄하기에, 우선순위에 관한 구성원 간 합의가 어려울 수 있다”라며 “ESG위원회가 리더십을 발휘해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우선순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조경진 원장은 “ESG위원회가 몇몇 위원을 임명해 자문을 구하는 형식에 그쳐서는 안 된다”라며 “학생·교직원·동창회 등 다양한 주체가 참여해 상시로 의제를 논의하고 성과를 공유하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서울대 ESG위원회가 ESG 경영을 구현하는 것뿐만 아니라 학제 간 연구를 통해 관련 성과를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준혁 교수(법학전문대학원)는 “현재는 온실가스 배출을 비롯한 환경 관련 연구 주체가 여러 단과대에 분산돼 있어 학제 간 융합 연구가 힘들다”라며 “ESG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울대 ESG위원회가 학제 통합으로 큰 방향성을 이끌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화진 교수 역시 “ESG위원회가 연구 결과를 모아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학교 밖과 소통하는 창구를 전담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울대에 ESG 경영이 잘 자리 잡으려면 학내 구성원의 합의와 참여도 필수적이다. 가령, 캠퍼스의 탄소 배출량 감축과 친환경 교통정책의 시행은 이해관계 충돌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구성원 간 공감대가 형성돼야 시행이 가능하다. 또한 지금껏 서울대가 수행해 온 사회 공헌 활동을 되돌아볼 필요도 있다. 배종훈 교수(경영학과)는 “과거의 농촌 활동과 같은 단순한 사회봉사 활동은 큰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라며 “서울대가 사회적 책무를 다하려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본질적 전환을 만들어 내는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ESG는 우리 사회의 확고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서울대 역시 ESG위원회를 신설하며 이런 흐름에 발을 담갔다. 서울대 ESG위원회가 유행에 휩쓸린 ESG 경영에 그치지 않고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며 사회 혁신을 주도하는 핵심 기관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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