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금) 기초교육원(61동)에서 ‘관악캠퍼스에서의 기숙형 교육(RC) 도입 방안’ 발표회가 열렸다. 발표회에서 제시된 시범 실시안에 따르면 관악캠퍼스 RC는 △참여 △융합 △원형 세 가지 트랙에 총 300명가량의 학내 구성원을 수용하는 것을 목표하며, 올해 말에서 내년 초에 시범 운영을 계획 중이다. 시범 사업의 결과에 따라 이후 RC 도입 확대 여부가 결정된다.

그러나 가까운 시기에 시범 운영을 진행하겠다는 본부의 포부와 달리 RC 시범 사업에 관한 실질적 논의는 미흡하다. 시범 실시안에는 기본적인 운영에 대한 확정된 계획이 논의되지 않았다. 재학생과 신입생, 자유와 의무 등 참여 대상과 선발 방식에 관해 여러 방향성을 고려할 수 있다는 열린 가능성만이 언급됐을 뿐이다. 또한 학점 부여가 가능한 정규 교과목을 편성하겠다는 내용이 언급됐음에도 RC 시범 운영이 현행 학사제도와 어떻게 연계되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RC 수업 진행과 평가 방식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 방향성과 구체적인 이행안이 부족한 RC 시범 실시안은 교육위원회가 목표하는 시기에 비해 진행된 논의의 정도가 미진한 것은 아닌지 염려하게 만든다.

관악학생생활관(관악사)에 거주 중인 기존 사생들과의 형평성이나 시설 수용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관악캠퍼스 RC는 재건축 예정인 관악사 구관(920~926동)을 사용할 예정이나, 아직 재건축이 진행되지 않은 관계로 시범 RC 운영은 기존 건물에서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300명가량의 학생을 기존 건물에 수용할 예정이라면 △지역 △학점 △소득 분위를 기준으로 하는 현행 선발 내규와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할 것이다. 관악사의 입주 수요가 높은 상황에서 RC 시범 운영으로 관악사 선발 인원이 기존보다 감축될 수 있다는 점은 학생들의 처지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또한 RC 시범 사업 대상과 기준을 어떻게 설정할지도 구성원의 동의와 숙의가 필요하다. 충분한 공개적 숙의 없이 관악사 운영 방침 수정에 관한 공지가 하달될 때 학부생이 느낄 수 있는 불만도 고려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공지나 소통 부재의 문제로 마찰이 빚어지지 않도록 본부는 구성원에게 시범 RC의 구체적인 시행안을 빠르게 공유하고 그 필요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이제 본부는 시범 RC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을 넘어 실현 가능한 시범 RC의 형태를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한다. 그리고 본부는 기숙사 수용과 관련한 문제는 물론, 기숙형 ‘교육’에 미비한 점을 보충해 학내 구성원에게 설득력 있는 답변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서울대 교육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RC의 비전에 걸맞은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고, 학내 구성원의 여러 의견을 반영해 더 나은 대학 교육을 만드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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