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10일로 예정됐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이 결국 연말로 미뤄졌다. 환경부가 전국에 100곳 이상의 매장을 가진 카페·제과점·패스트푸드점 3만 8천여 곳을 대상으로 실시하려던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소비자가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구매할 때 지불한 보증금 300원을 추후 컵을 반납할 때 현금이나 계좌로 돌려주는 제도다. 2002년에 이미 시행됐던 이 제도는 저조한 컵 회수율 문제로 2008년에 폐지됐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급증하자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부활시키려 했으나, 가맹본부 및 가맹점사업자(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강한 반발이 일자 결국 지난 20일(금) 이를 유예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행되면 업주들은 회수된 일회용컵을 지정된 수거업체를 통해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수거업체들은 일회용 컵이 최소 1,000개 이상 모여야 수거할 수 있다고 해 각 매장은 유제품이 묻은 일회용 컵을 장시간 보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한 위생 및 보관 문제는 매장이 떠안게 된다. 보증금에 대한 카드 결제 수수료 역시 문제다. 소비자가 일회용품에 담긴 음료를 카드로 결제하고 추후 현금으로 보증금을 요구할 경우, 매장은 카드 수수료 만큼 손해를 입는다. 환경부는 이 경우에 한해 카드 결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검토했으나, 현행법상 불가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편, 적용 대상 선정에 있어 형평성 문제도 불거졌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실시 대상을 전국에 100곳 이상의 매장을 가진 프랜차이즈로 정했다. 예컨대 규모가 커도 개인이 운영하는 가게는 환경부장관이 인정하지 않는 이상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프랜차이즈 매장은 그 규모나 매출에 상관없이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실시해야 한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여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미 깊은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에 앞서 컵 수거업체를 확충하고 무인 회수기를 시범 운영하는 등의 방안을 통해 제도 보완에 힘써야 한다. 대상 매장의 선정에 있어서 형평성을 확보해 특정 가맹점주들이 일방적으로 손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미 일회용품 보증금제가 그 한계를 마주하고 폐지된 적이 있는 만큼, 그 실효성이 담보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에 대한 모색도 필요하다. 일회용컵 회수율을 높이지 못하면 보증금은 환경과세로 전락하게 돼 종래의 정책 목적에서 멀어지게 된다.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안정적으로 시행될 수 있도록 환경부는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실현 가능성과 형평성을 고루 갖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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