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 토론의 화제어는 ‘RE100’이었다. 논란이 있었음에도 현 정부는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서 태양광과 풍력 기술 개발을 비롯한 탄소중립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선거 기간 중 구체성 없는 기후·환경 공약이 남발되는 것을 보며, 정책 시행 이후 발생 가능한 문제 상황까지 해결할 수 있는 입체적인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해법으로 규제만 반복되는 것이 과연 최선일지 궁금증을 갖고 취재를 시작했다.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가 그 심각성과 긴박감을 강조하기 위해 ‘기후 위기’와 ‘지구가열화’라는 용어로 대체된 지도 몇 년이 지났다. 기후변화는 생물 다양성 손실, 물과 식량 부족 위기, 인간 생태계 시스템의 균형 파괴로 인한 전염병 확산, 기후 난민 발생으로 이어지며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 극심한 가뭄, 파괴적인 폭우 등 세계 곳곳에서 잦아지는 환경 재해는 어느새 가까운 곳까지 성큼 다가왔다. 올봄 산림 4,000㏊를 태우고 90시간 만에 진화된 강릉·동해안 산불도 기후변화의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기후 위기는 시급하게 해결해야 하는 ‘나’의 문제라고 인식하기 어렵다. 나 한 사람이 텀블러·플라스틱·비닐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분리배출을 철저히 하고 탄소를 줄인 채식 중심 식단을 먹는다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냉난방 온도를 조절한다고, 물을 아껴 쓰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인다고 당장 가시적인 변화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일상에서의 개인적인 실천 역시 중요하지만,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큰 차원의 목표 설정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이들이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는 한국 정부의 탄소중립 중장기 감축목표가 너무 낮아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만 5세 이하 아기들을 대상으로 아기 기후 소송 청구인을 모집하고 있다. 기후 위기에 지금 당장 대처하지 않으면, 그 피해를 미래 세대가 고스란히 물려받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기후변화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다. 기후 위기는 인류세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극복해야 할 거대 의제인 만큼,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고 ‘넷제로’(Net-Zero)를 이뤄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산업 구조 전반에 대한 개편이 필요하다. 우리 모두가 국가와 국제사회에 기후 위기를 해결할 정보와 시스템을 요구해야 한다. 국가는 개인, 기업과 협력해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해야 하고, 기업은 친환경 생산 라인을 구축해야 하며, 개인은 기후 위기에 경각심을 갖고 환경을 위한 실천을 지속해야 한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모두의 준비가 필요하다는 말을 되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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