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환경의 날을 맞아 살펴보는 기후 위기 대응 방식

기후 위기 문제가 대두되며 친환경 전환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은 주로 규제를 통해 이뤄져 왔는데, 최근 들어 기존의 단순 규제 방식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제시되는 중이다. 『대학신문』은 다음 달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기존의 환경 정책들을 검토하고, 바람직한 기후 위기 대응의 방향성에 관한 다양한 목소리를 담았다.

 

기후변화, 기후 위기가 되다

기후변화는 그 심각성과 긴박감을 강조하기 위해 ‘기후 위기’라는 용어로 대체된 지 오래다. 유엔대학 환경및인간안보연구소는 「상호 연결된 재해위험 2020·2021」 보고서에서 △코로나19 △아마존 산불 △미국 한파 △사이클론 ̒엄펀̓(Amphan) 등 2020~2021년 사이 일어난 10가지 재난을 분석해 서로 다른 재난일지라도 그 발생 원인 등이 연결돼 있다고 발표했다. 해당 보고서는 재해 간 연결성의 근본 원인을 △인간이 유발한 온실 가스 △재해 위험 관리 부족 △환경 비용에 대한 평가 부족이라 결론지었다. 기후 위기와 환경 재난의 책임은 인간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온의 변화가 발생하면서 위기 의식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에 박정재 교수(지리학과)는 “기후변화의 속도가 빠른 편이라는 점이 문제”라며 “수백만 년 전부터 교차하며 나타난 빙기와 간빙기의 패턴에 따라 현재는 빙기에 들어가야 하는 시점임에도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가 지구의 자기 조절 작용을 방해하고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기후 위기 문제는 인간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정책의 대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동안 과학자들의 경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는 인간 생활과의 연결성이 떨어졌기에 큰 화두가 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다양한 지표를 통해 기후변화가 비로소 사람들에게 위기로 인식되기 시작됐다. 초기 환경 정책은 ‘자원’에 관한 고민으로 시작했다. 한국환경정책학회장을 겸임하는 박순애 교수(공기업정책학과)는 “자원 고갈에 맞서기 위해 환경 정책에 관한 논의가 시작됐다”라며 “환경 정책은 상품이 생산-소비-폐기되는 과정과 인간 생활의 연관성이 두드러지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 지구적 문제라는 기후 위기의 특성상 그 해결은 쉽지 않다. 강제성이 없는 국제 협약이나 국가 단위에서 집행되는 규제는 변화를 만들어내기 어렵다. 홍종호 교수(환경계획학과)는 “전 세계적인 공조가 체결되지 않는다면 기후 문제의 해결은 어렵다”라며 “국가의 노력을 통한 국민의 환경 의식 함양과 더불어 국제적인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환경 규제의 효과에 따라오는 맹점은?

환경 정책 수단은 크게 △환경오염 주체에 대한 규제 △정부의 환경 투자 △환경오염 주체의 자율적 환경 보전으로 분류된다. 이중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정책 수단은 환경오염 주체에 대한 규제로, 그 방식은 크게 직접 규제와 간접 규제로 나눌 수 있다. 직접 규제는 기업의 오염 배출량 규제와 같이 정부의 직접적인 명령과 통제로 이뤄지며, 이행하지 않을 경우 페널티가 가해져 반발을 낳고는 한다. 이에 경제학자들의 제안으로 ‘경제적 유인’이라 불리는 간접 규제가 시행됐다. 간접 규제는 환경세나 배출권거래제도처럼 시장 원리에 입각해, 줄인 양만큼 경제적 이익이 돌아가도록 만들어 자발적으로 오염을 줄이게 만드는 것이다. 

규제에 기반한 정책은 자발적인 오염 물질 배출 저감이 어려운 상황에서 실효성 있는 감축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조은아 활동가는 “현재 대기오염물질과 온실가스 배출 규제 등의 정책이 마련돼 있지만 온실가스를 다량으로 배출해 온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더 강한 배출 규제가 필요하다”라며 “규제 없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또한 규제는 단순히 발전을 저지하는 게 아니라 촉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홍종호 교수는 “환경 규제가 기업의 부담을 가중해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오해가 있다”라며 “환경 규제는 기업에 새로운 혁신의 동력을 제공해 기업의 경쟁력을 궁극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규제 제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어려움도 있다. 규제를 집행하기 위해서는 각 오염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오염 물질의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정수종 교수(환경계획학과)는 탄소 배출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정 교수는 “실효성 있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한 탄소의 배출·흡수·이동 경로 파악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현재 공시되는 정보는 매년 국가에서 산정하는 부문별 탄소 배출 총량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학적 분석 없이 감축을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라며 “모든 탄소 이동 과정에 대한 투명하고 객관적인 자료가 확보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규제 기반의 기존 환경 정책은 기후 위기 개선에 일조할 수 있으나, 국내 규제 논리를 국제적인 차원으로 확장하기는 어렵다는 맹점도 존재한다. 국제적 차원에서 규제를 강제할 수 있는 힘이 부재하기 때문에 환경 의제에 관한 국제적 협약이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강제력을 지니지 못한다. 정수종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저감하고자 각 국가가 목표를 설정할 때는 국제적 압박보다는 자발성이 더 강하게 작용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국제적 차원에서는 자발성이 강제력보다는 더 크게 작용하기에 환경 제도 수립에 국익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

 

기후 정의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

기후 위기를 포함한 모든 환경 의제는 전 인류가 참여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 홍종호 교수는 “RE100*과 같은 자발적인 방식과 유럽의 탄소 국경세와 같은 강제적인 방식 모두 탄소를 배출하는 특정 주체를 포괄하지 못할 수 있다”라며 현재 환경 정책의 근본적인 한계를 지적한다. 이에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기후 정의(Climate Justice)의 구현이 전제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기후변화 해결도 필요하지만, 더 큰 목표로서 기후 정의가 함께 달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 정의는 △기후 위기로 인한 피해와 책임의 분배를 강조하는 ‘분배적 정의’ △정책 수립 과정에 이해 당사자의 실질적 참여를 보장하는 ‘절차적 정의’ △기후 위기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하는 기존의 에너지 생산 구조와 방식을 전환하는 ‘생산적 정의’ △전 지구적 이익과 생태계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인정적 정의’의 개념으로 구성된다.

기후 위기 상황에서 발생하는 불평등을 해소하는 적응 대책은 분배적 정의의 관점에서 주목할 만 하다. 한국환경연구원 한상운 선임연구위원은 기후변화로 인해 보건상의 침해를 받게 되거나, 경제 활동을 지속할 수 없게 되는 이들이 존재함을 설명했다. 그는 “적응 대책의 사업 범위에 관한 정확한 재정의가 필요하다”라며 “기후변화의 영향을 평가하는 정교한 기준을 마련해야 합당한 적응 대책과 조치가 시행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조은아 활동가는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볼 수 있는 지역, 노동자, 주민 등을 보호하려는 정책들을 담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을 적응 대책의 예로 들었다. 하지만 그는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의미 있지만, 지원 기금의 규모가 매우 작을뿐더러 재원을 마련할 방법 역시 난망한 상황”이라며 “실질적인 해법을 위해 정책 대상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수종 교수 역시 “무언가를 포기하거나 선택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 있다”라며 “화력 발전소 노동자처럼 에너지 전환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전통적 방식의 에너지 생산에 일조했던 이들에게 다른 세상으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해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절차적 정의의 관점에서는 시민단체와 같은 미시적인 단위에서의 움직임과 이를 반영하려는 국가의 노력도 필요하다. 전통적인 환경 규제 정책에서 시민단체는 감시자의 역할을 해 왔고, 최근에는 정부 사업에 의견을 내는 주체로 참여하며 급진적인 시민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다. 조은아 활동가는 “이런 거버넌스가 강화돼 시민단체의 의견이 정부의 정책 설계에 반영되고 수용됐으면 한다”라고 전했다. 서울환경연합 기후에너지팀 이우리 팀장 또한 “시민들의 공감과 환경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기후 정의 중 인정적 정의는 환경 정책의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상운 연구위원은 “공존을 강조하는 인정적 정의는 규제 정책의 철학적 근거가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인정적 정의에 관한 고려를 바탕으로 현재의 규제 정책의 설계와 집행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연구원은 통합적 환경 관리 체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염이 발생하는 매체별 관리가 아닌, 지역 단위의 통합적 환경 관리가 행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박순애 교수 역시 “지속 가능한 발전 아래 녹색 성장과 탄소중립의 개념들이 편입된다”라며 “총체적인 관점을 실제 집행 단위인 지역에서 실현해 나가야 한다”라면 집행의 주체가 되는 지역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새롭게 연구되는 기후 대응 패러다임에 대한 관심 역시 필수적이다. 손용훈 교수(환경조경학과)는 “주변에 있는 자연환경을 이용해 자기 조절 능력을 높이는 ‘자연기반해법’*이 시도되고 있다”라며 “전문가뿐 아니라 시민도 주변 공간에서 기후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가며 전체적인 그린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어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도시 안의 탄소 고정과 회복 탄력성에 기여하는 국가도시공원, 탄소를 흡수하고 증발산을 통해 지면을 냉각하는 ‘도시숲’ 등이 자연기반해법을 바탕으로 제시되는 기후변화의 완화 대책들이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한의 규제는 필수적이다. 다만, 규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영향에 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하며 규제 자체에만 집중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외부효과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환경은 정책의 대상일 뿐 아니라, 우리를 살게 하는 배경이다.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환경 정책을 위해 우리 모두가 노력하는 사회를 바라본다.

*RE100(Renewable Energy 100%): 2050년까지 기업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국제 캠페인.

*자연기반해법: 과도한 인위적 간섭으로 기능이 약화된 자연을 복원해, 자연의 생태계 서비스 기능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인간의 삶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혜택을 얻고자 하는 환경 정책.

*그린인프라(Green Infrastructure): △공원 △숲 △습지 △홍수터 △그린벨트 △그린웨이와 같이 인간 삶의 질을 높이고 물 순환과 홍수 조절과 같은 생태계의 서비스를 증진시키는 인프라.

 

삽화·인포그래픽: 신윤서 기자 

oo00ol@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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