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원 기자(취재부)
김여원 기자(취재부)

오랜만에 영화를 보러 갔다가 〈범죄도시2〉가 상영 중이라는 광고를 봤다. 그 광고를 보니 〈청년경찰〉과 〈범죄도시〉가 개봉했던 2017년이 떠올랐다. 두 영화는 공통점이 많다.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 중국 동포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담겨 있다는 점이 그렇다. 이에 중국 동포들은 이 영화들이 중국 동포와 그들의 거주지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부추긴다는 점을 들어 반대 시위를 진행했다. 그때 우리 사회의 여론은 어땠나? 당시 인터넷 기사의 댓글에서는 범죄가 많이 일어나는 게 현실 아니냐는 조롱이 담기기도 했고, 원색적인 혐오 표현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감정을 많이 드러낸 글일수록 많은 ‘좋아요’를 받았다.

이때를 떠올리던 중, 최근 발표 준비를 위해 읽은 글이 생각났다. 글에서 말하길, 우리나라는 민족을 강조하면서도, 민족 안에서 위계화가 이뤄진 독특한 사회라고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다. TV에 나오는 유명 연예인들이 그 대표적 예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살다 왔다는 사실은 하나의 셀링 포인트다. 방송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모습까지 보여주면 금상첨화다. 이런 모습을 담은 방송은 유튜브에서 금방 인기 동영상이 된다. 그들의 국적이 대한민국이 아니라 미국 또는 캐나다라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역시 오히려 긍정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서 다시 중국 동포에게로 돌아와 보자. 사람들은 중국 동포라는 말을 쓰는 것조차 싫어한다. 그들은 중국 국적을 가진 중국인이니까 그냥 중국인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그저 한국말을 잘 쓰고, 과거에 선조가 한국 땅에 살았을 뿐인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그들이 중국어를 쓰면 왜 한국에서 중국어를 쓰냐고 비난받는다. 중국에서 왔다는 사실만으로도 한순간에 혐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앞서 말한 연예인들의 사례와 반대되는 모습이다. 우리는 왜 이런 모순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걸까?

지금은 조금 바뀌었겠지만,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이야기를 수없이 들으며 자라왔다. 특히 초등학교 수업 시간에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었던 것 같다. 이렇듯 우리는 한민족이라는 개념을 누구보다 좋아하고 그 자부심도 대단하다. 그런데 그 한민족의 기준은 우리 사회 안에서 굉장히 차별적이다. 조금 더 생각해보면, 이런 논리는 중국 동포뿐만 아니라 북한이탈주민에게도, 소위 우리보다 못 사는 나라라고 생각하는 곳에서 온 사람들에게도 모두 적용되는 것 같다. 같은 민족 안에서도 서구 선진국에서 온 사람들은 위계 구조의 상층에 놓여 대접받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위계 구조의 아래에 놓여 있다는 글의 내용이 정확히 들어맞는 듯하다.

같은 민족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개념이지만, 그것 하나만으로는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원래 어려운 일이니까. 그런데, 그렇게 중요하게 여기는 같은 민족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가 과연 앞으로 어떻게 외국인과 소수자 등의 다양한 사람과 함께 살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지구화된 현대 사회에서 더 이상 한민족으로만 뭉쳐 살 수는 없는 일이다(사실 한민족 국가라는 개념도 허상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지금은 우리의 시선을 돌아보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에 대해 함께 진지하게 고민하며 이야기를 나눠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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