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문화 | 공대 건축전 〈살과 돌〉 

지난 6일(수)부터 19일까지 2주간 대학원교육연구동(39동) 4‧5층에서 공대 건축전 〈살과 돌〉 오프라인 전시가 열렸다. 이번 건축전에서는 건축학·건축공학 전공자들이 학사 과정에서 배우고 익힌 것을 졸업 작품으로 보여준다. 건축전의 주제 ‘살과 돌’에 걸맞게, 작품들은 육체와 건축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다. 전시는 도시에 대한 몸의 경험, 인간이 건축을 위해 할 수 있는 것과 건축이 인간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한 예비건축가의 생각을 담았다.

 

사진제공: 건축학과
사진제공: 건축학과

 

도시에서 발견한 수많은 잠재력

5층에는 건축학 전공 졸업자 24명의 22개 작품이 전시돼 있었다. 가장 먼저 우수상을 수상한 최하윤 씨(건축학과‧18)의 〈이동.생산.도시〉가 보였다. ‘이동’이라는 키워드로 살과 돌의 관계를 바라본 최하윤 씨는 ‘자율주행이 도입된 미래 인간의 삶에 어떤 건축물이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방향성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 최 씨는 을지로의 도로를 관찰하고, 이곳에 자율주행을 접목해 기술과 생산의 거리를 가깝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그 결과물로 〈이동.생산.도시〉가 탄생했다. 

〈이동.생산.도시〉
〈이동.생산.도시〉

최하윤 씨는 “자율주행하는 물류 로봇들이 빠르게 부품을 배달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이것이 도시 안으로 확장될 수 있게 설계했다”라며 “MIT 미디어랩과 같은 메이커 스페이스*를 상상했다”라고 밝혔다. 최 씨의 설명처럼, 건물의 1층으로는 자율주행 물류 로봇이 다니고, 2‧3층에는 사람들이 서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모임 공간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시의 시간과 공간을 바꿀 수 있는, 지식과 생산이 만나는 모습을 상상한다”라는 작품 소개의 한 대목에서 찾을 수 있듯 이 작품은 기술이 사람을 향하도록 인도하는 건축의 순기능을 담아냈다.

〈광화문 선동가 레지던스〉
〈광화문 선동가 레지던스〉

대상을 수상한 이현정 씨(건축학과‧17)의 〈광화문 선동가 레지던스〉에는 인간이 인식하고 사용하는 돌을 향한 그의 생각이 담겨 있다. 이 씨는 SNS와 광화문에서 일어나는 ‘선동’의 성격에 주목했다. SNS에서의 선동은 사람을 지속적으로 화면 안에 종속시켜 타인을 경험할 수 없게 만든다. 반면 광화문 광장에서의 선동은 일시적 점유를 바탕으로 하기에 사람들이 싸울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한다. 
 
타인을 경험하지 못하고 싸울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선동 공간의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타인을 경험함과 동시에 본인이 선동가 혹은 시민이 돼 싸울 수 있는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 이 씨는 “불편한 것과 직면하는 상황이 일상적으로 벌어질 수 있도록 이런 레지던스를 마련했다”라며 “선동가들이 서로를 바라보도록 강제하는 그리드 아래, 시민들이 자신의 의사를 가감 없이 표현하고 선동가가 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을 만들고자 했다”라고 작품의 의도를 밝혔다.

앞서 소개한 작품 외에도 ‘인스타그램으로부터의 해방’을 주제로 사진으로 보이는 공간의 느낌과 실제 공간이 주는 느낌이 완전히 다른 공간을 제시하거나, ‘표준적 노동’의 개념이 사라진 사회를 상상하며 만든 프로젝트 등 다양한 주제의 작품이 전시됐다. 건축학 전공 김유정 학생회장(건축학과‧20)은 “모두가 살과 돌의 관계에 집중하고 있지만, 각자의 해석에 따라 세부 주제가 바뀐다”라고 전했다.

 

친환경과 혁신을 도시에 녹여내다

4층에는 건축공학 전공자 31명의 작품 11점이 전시돼 있었다. 건축학에서는 인문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건물의 설계와 건축의 역사 및 이론을 주로 다룬다면, 건축공학은 공학적인 부분을 연구하며 △구조설계 △건축시공 △건축환경 등의 분야를 다룬다. 4층 전시실에는 작품마다 입지와 건물의 조화, 건물 기능으로 인한 입지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설명문이 작성돼 있었다. 

〈Green Rebirth〉
〈Green Rebirth〉

최우수상을 수상한 〈Green Rebirth〉는 도심 속 녹지의 조화라는 주제를 매우 독특하게 풀어냈다. 이 작품은 한경태 씨(건축학과‧15), 윤대원 씨(건축학과‧15), 정하윤 씨(건축학과‧14)가 각각 구조, 환경, 시공을 담당해 제작했다. 이들은 ‘단절’과 ‘도심’을 회기역의 문제로 짚고, ‘연결’과 ‘식생’을 통해 이를 해결하고자 했다.

작품 배경으로 회기역을 선정한 이유를 묻자 그들은  “도심 속 녹지의 재편이라는 콘셉트를 정하고 그 방식을 생각하던 중, 기존의 인프라를 변화시키자는 의견이 나왔다”라고 답했다. “물리적‧기능적으로만 이용되고 있던 지상역들 중 주변에 녹지가 많지 않고 대공간 형태의 구심점이 부족한 곳이 회기역이었다”라며 “회기역 인근의 단절이 심하다는 점과 이용객 및 거주민이 많은 교통의 요지라는 특성을 결부시켰을 때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건축공학 전시는 구상한 건물을 물리적, 경제적, 창의적으로 실현 가능한 형태로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며 “제시하고자 하는 건물의 개념도 중요하지만, 개념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들을 어떤 방식으로 해결할 것인가도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작품에는 ‘연결’과 ‘식생’이라는 아이디어와 함께, 이를 현실에 적용하기 위한 그들의 고민이 녹아 있었다.

 

매년 열리는 건축전은 건축학과 사람들의 열정과 학문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다. 건축 모형, 설계도 앞에 서서 작품을 보다 보면, 살과 돌이라는 큰 주제 아래에서 졸업 전시자들이 학부 생활 내내 해왔던 고민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살과 돌〉오프라인 전시는 종료됐지만, 온라인 전시는 건축학과 홈페이지(architecture.snu.ac.kr)에서 다음 달 31일까지 계속된다.

 

* 메이커 스페이스: 컴퓨팅이나 기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아이디어, 장비, 지식을 공유하면서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는 곳.


사진: 하주영 기자 sisn0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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