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내문화 | 2021학년도 후기 조소과, 공예과 졸업전시 및 석사학위 청구전

지난달 30일부터 3일(일)까지 예술계복합교육연구동(74동) 우석갤러리에서 조소과 졸업전시 및 공예과 도자공예전공, 금속공예전공의 석사학위 청구전이 열렸다. 전시는 공예과와 조소과 공간이 분리돼 진행됐고, 해방’과 ‘자유’라는 현대미술의 큰 흐름을 따르고 있었다. 공예과 전시실에는 질감이 다른 도자기와 금속이 한 공간에 전시돼 이질적이면서도 조화로운 분위기를 형성해냈다. 연하고 부드러운 색감을 가진 도자기와 강렬하고 쨍한 금속 간의 대비가 돋보이면서도 매끄러운 표면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었다. 조소과 전시실에는 ‘죽음’이라는 주제로 조소의 여러 표현들을 이용하여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김경민 작가(도자공예전공 석사과정·17)
김경민 작가(도자공예전공 석사과정·17)

◇기존에 다루지 않던 면까지= 공예과 도자공예전공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어떤 주제나 소재를 모티프로 하기보다는 기술적인 측면이 강조됐다. 김경민 작가(도자공예전공 석사과정·17)는 “기존의 도자기는 바닥 면에 유약을 바르지 않는 것이 특징인데, 나는 바닥 면까지 유약을 발라서 앞뒤가 똑같은 도자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라며 “그래서 모든 작품이 ‘합’(合)”이라고 밝혔다. 다른 학생의 작품은 곡선미를 강조해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역동미’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뒀다.

〈Nerve〉 시리즈
〈Nerve〉 시리즈

◇상징체로서의 금속= 금속공예전공 학생들이 출품한 작품 중에는 단순히 금속으로 만든 물품을 넘어 특정한 주제를 금속으로 표현한 작품도 있었다. 양정연 작가(금속공예전공 석사과정·19)의 작품 중 〈Nerve〉 시리즈는 단순한 사면체과 구(球)를 이용해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듯한 모습을 구현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그의 〈Force〉 시리즈는 의자와 테이블처럼 보이는 형체가 구를 짓누르고 있는 형상을 표현했다. 〈Nerve〉 시리즈가 추상적인 형상을 이용한 것과 달리, 〈Force〉 시리즈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체의 이미지를 이용해 끊임없이 무언가를 강요받으며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그려냈다.

◇현대 조소의 새로운 방향성= 조소과 졸업전시에서는 조소가 장르, 소재, 표현 기법 등 모든 것에서 ‘해방’을 추구하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이에 문을 열고 들어가면 회화처럼 보이는 작품이 관객을 맞이하고, 조소는 조각이라는 통념을 가지고 있던 관객은 당황스러운 감정을 느끼게 된다. 전시회장 곳곳에서 조각 작품 외에도 회화와 장르 구분을 할 수 없는 작품들이 섞여 있었다. 이번 조소과 졸업전시는 김아주 작가(조소과·17)의 〈돌된 얼굴〉로만 이루어졌다. 김아주 작가는 “현대 미술에서 조소는 더 이상 흙과 돌을 조각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기존에 평면이라고 인지되던 종이의 입체성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전시장에는 종이와 한지를 이용해 만든 작품들이 있었다. 한지 회화 작품과 한지로 만든 김아주 씨의 작품의 차이를 묻자, 그는 “한지를 찢어서 얇게 붙여 보니 하나의 평면 안에 있는 요철들이 조각처럼 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를 강조하는 작업을 했다”라고 답했다. 이는 조소의 한 형식인 부조*와도 유사한 측면이 있지만, 하나의 평면을 굉장히 얇은 조각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인식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아주 씨는 또한 이번 전시에서 ‘첨예함’에 강조점을 뒀다고 밝혔다. 단순한 도형으로 이뤄진 작품들은 첨예함이라는 주제에 맞게 각져 있었고, 이는 곧 ‘죽음’이라는 제재와 이어졌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곳곳에 죽은 새, 미라, 잘린 얼굴 등이 배치되어 있었다. 

 

미대 졸업전시 및 석·박사학위 청구전은 전공당 대개 한 명의 학생이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 이상 준비해 작품을 출품하는 전시회다. 학내에서 진행되는 전시회인 만큼 작가가 상품성이나 대중성보다는 자신의 내면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해내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작품을 보다 보면 각기 다른 작가들의 정체성이 느껴진다. 

 

*부조: 평평한 면에 글자나 그림을 도드라지게 새기는 일.

 

사진: 구민지 기자 grrr02@snu.ac.kr, 정연솔 기자 jysno@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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