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경제학부 이인호 교수

경제학은 흔히 어려운 계산식의 영역으로 연상되고는 한다. 그렇다면 복잡하게 얽힌 수치들 뒤편에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그 해답을 지난달 21일 사회대(16동)에서 이인호 교수(경제학부)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홍조근정훈장 과 제38회 다산경제학상을 수상한 이 교수는 “경제학은 자신을 만족시키려는 사람들이 취하는 합리적인 선택을 연구한다”라며 “여느 사회과학과 다름없이 경제학에서도 인간이 핵심”이라고 운을 뗐다.

 

 

 

 

Q. 게임이론*을 토대로 경제 주체들의 쏠림 현상을 연구했다.

A. 쏠림 현상의 특징은 우리가 관찰하는 행위가 행위자의 생각을 완전히 전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령 두 식당 중 한 곳을 선택한다고 가정해 보자. 한 사람이 A식당의 음식이 훌륭하다고 알고 있으나 단순히 B식당의 대기 줄이 길다는 이유로 B식당을 택한다면 본인의 생각과 다른 선택을 한 것이다. 뒤에 잇따라 온 사람들은 앞선 행위자가 행한 선택의 이유를 알지 못한 채 그의 표면적인 행위만을 보고 B식당을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는데, 이것이 쏠림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인터넷에서의 정보도 실제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않는다. 기업의 상품이 초기에 매력적인 정보로 사람들을 유인했다면 이후에는 쏠림 현상에 의해 별다른 조치가 없어도 다수가 몰려들게 된다. 이런 경제 현상의 개별 데이터를 합산해 통계적으로 분석하면 소비 흐름을 읽어내 관련 정책의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Q. 경제학의 매력과 아쉬움을 짚자면?

A. 경제학은 인간의 유인 구조*를 체계적으로 연구한다는 매력이 있다. 사회적인 맥락 안에서 개인의 의사 결정과 이에 수반되는 결과를 연구하는 것은 가치 있으며 실제로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해 왔다. 이때 이를 분석하는 가장 유용한 도구가 게임이론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이론 연구에 쏟은 시간들은 내게 자랑스러운 기억이다.

다만 경제학에서 경제 주체들에게 합리성(rationality) 개념을 적용하면서 학문이 현실과 괴리되는 모습을 목격했다. 경제학에서는 경제 주체들 모두가 사회 이면의 복합적인 상황과 관계를 인지하고 있다고 상정한다. 일례로 이론상 투기나 버블현상은 합리성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학에서 존재할 수 없다. 합리적인 주체들은 언젠가 상품 가치가 폭락할 것을 이미 알고 애초부터 구매에 뛰어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부생에게 게임이론을 가르치며 이런 이론적 한계를 자주 언급했다. 동시에 그 이론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경제학에서 거둘 수 있는 큰 성취 중 하나라고도 조언했다. 이제는 이런 접근 방식에 대한 학계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기다.

 

Q. 정년을 맞은 소감이 어떠한가?

A. 솔직히 조금 당혹스럽고 얼떨떨하다. 운 좋게도 별다른 공백기 없이 바로 여러 학교와 직장을 근무하며 경제학 공부를 쉬었던 적이 없었다. 다음 단계가 없는 상황은 처음이라 불안하기도 하다. 앞으로는 그동안의 연구를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이전부터 경제학이 사회 현상과 괴리되는 문제를 인지해 왔다. 그러나 교수자로 재직할 때는 그런 경제학의 사회 접근법에 관한 문제를 차치한 채 단기적인 성과를 위한 연구에 집중했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정년 이후에는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근본적인 해결 방법을 고민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Q. 경제학을 공부할 후학에게 전하고픈 말이 있다면?

A. 여러 학문을 풍부하게 공부하며 상상력을 갖추길 바란다. 같은 문제를 풀어낼 때도 누군가는 흥미로운 답안을 꺼내고는 한다. 이는 경제학만 들여다 본다고 얻을 수 있는 역량이 아니다. 정말 뛰어난 인재는 자기 전공 외에도 넓은 상식을 갖고 있다. 상상력은 다양한 분야의 기본기를 이해하면서 나온다. 학문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위한 기본 소양의 토대가 구축된 뒤 경제학을 마주했을 때 비로소 갈고닦은 상상력이 발동되는 것이다. 대학생은 다방면의 지식을 흡수할 수 있는 스펀지와 같은 존재인 만큼 대학에서 갖춘 상상의 힘으로 학문적 난관을 헤쳐가며 진취적인 깨달음을 얻는 성장을 이룩하기를 바란다.

 

이인호 교수는 “게임이론 강의에서 만난 학생들의 실력에 놀란 적이 많았다”라며 “학부생 덕에 나는 상당히 행복한 선생이었다”라고 교단에서의 자신을 회상했다. “대학에서 똑똑한 학생들과 원하는 분야에 제약 없이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큰 복이었다”라는 이 교수의 답변에는 그 어떤 것과 비할 수 없을 만큼 매력적인 학문에 정진했다는 그의 자부심이 드러나는 듯했다. 

 

*게임이론: 경쟁 상대의 반응을 고려해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행위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주체의 의사 결정 행태를 연구하는 이론.

*유인 구조: 금전적 또는 비금전적인 혜택을 줘 특정한 경제 행위가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여러 가지 체계.

 

사진: 하주영 기자 sisn0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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