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인터뷰 | 경영학과 16학번 장민제 씨

지난 1일(월)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바이트 컴퍼니’의 사무실에서 장민제 씨(경영학과·16)를 만났다. 그는 다양한 진로를 준비하며 수업과 학교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현재는 창업의 길 위에 서 있다.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학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말하는 그는 “긴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마침표보다는 돌아오는 개강처럼 졸업을 맞게 된 것 같다”라면서도 “막상 학교를 나서려니 그간의 경험에 관해 느껴지는 점들도 있다”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탐색의 수렴: 사회에 대한 호기심

장민제 씨는 자신의 학교생활을 끊임없는 ‘탐색의 과정’이었다고 표현한다. 그는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그 일이 무엇인지 알기 어려웠다”라며 “관심이 가는 일에 도전하면서도 지속적으로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야겠다고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장 씨는 재학 중 과학기술학 연계전공을 이수했고, 학생 자치 언론인 「서울대저널」 문화부와 벤처 투자사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에서 근무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왔다. 그는 또한 비즈니스·경제 뉴스레터 ‘데일리 바이트’(Daily BYTE)를 발행하는 미디어 스타트업 ‘바이트 컴퍼니’를 공동 창업해 운영 중이다.

길벗체로 쓰인 「서울대저널」 162호의 제호​​​​​​​(사진 제공: 「서울대저널」)
길벗체로 쓰인 「서울대저널」 162호의 제호
​​​​​​​(사진 제공: 「서울대저널」)

장민제 씨는 여러 활동 중에서도 학내 언론과 연계전공 수업을 통해 사회 현상에 관한 탐색을 꾸준히 해 왔다. 장민제 씨는 “사회 현상의 원인과 구조를 밝혀 드러내는 것을 좋아했다”라고 말했다. 그가 사회 현상에 가졌던 관심은 글쓰기에 대한 흥미로 이어졌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이 ‘고급영어: 학술작문’일 만큼 글쓰기를 좋아했던 장민제 씨는 사회적 소수자와 그들의 목소리를 글로 전달하고 싶었고, 이에 2020년 1학기에 「서울대저널」 활동을 시작했다. 장 씨는 성 소수자 인권 운동을 지원하는 ‘비온뒤무지개재단’에서 진행한 ‘길벗체 프로젝트’를 취재했던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길벗체’는 무지개 깃발이 휘날리는 모습을 형상화해 성 소수자의 자긍심을 담은 서체다. 장 씨는 길벗체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짚어보고 혐오와 차별을 극복하려는 디자이너의 바람을 기사로 써냈다. 이후 편집장과 논의해 해당 기사가 실린 「서울대저널」 162호의 제호를 길벗체로 만들어 「서울대저널」의 이름으로 프로젝트에 후원했다. 그는 이런 경험을 통해 “현상을 설명하고 알리는 일은 더 나아가 사회를 바꾸는 것에 기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장민제 씨가 과학기술학 연계전공을 이수한 이유 역시 사회를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고자 하는 탐색 욕구 때문이었다. 장 씨는 사회과학적 방법론과 자연과학적 방법론의 관계를 연구한 과학철학자 로이 바스카의 이론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사회과학이 자연과학처럼 ‘확실한 과학’으로 인식될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는 과학기술과 사회의 관계를 다루는 ‘과학기술과 젠더’ 수업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물리학을 비롯한 과학이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거나, 학계에 여성 과학자의 비율이 계속해 늘지 않고 있는 등 과학계에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는 문제점을 짚어 보고, 다른 수강생과 직접 연구를 수행하는 경험까지 해 볼 수 있었다”라며 그 이유를 밝혔다.

 

창업: 고민을 바탕으로 실체를 만들다

대학 생활 중 가장 잘한 일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장민제 씨는 창업에 도전한 것이라고 주저 없이 대답했다. 그는 2019년 2학기에 벤처경영학 연합전공의 ‘창업론 실습 2’를 수강했다. 수업에서 지급되는 지원금을 바탕으로 창업 프로젝트를 실행하게 되는데, 그는 팀을 이뤄 의류 대여 사업을 시작했다. 장 씨의 의류 대여 사업은 옷을 사는 데에 드는 비용을 절약하도록 돕는 취지로 일상적인 옷부터 특별한 날 입을 수 있는 옷, 시도해 보고 싶었지만 사기 망설여졌던 옷을 대여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나 학기 중 순항하던 사업도 방학이 되자 학교를 찾는 사람이 적어졌고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이용자가 줄어들었다. 그는 “옷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사업을 확장하지 못했다”라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배너를 만들어 경영대 근처에 걸어두는 등 주위 학생들을 공략하며 사업 과정 전반을 경험했다”라고 회상했다.

‘창업론 실습 2’를 함께 수강한 지인을 포함해 하나 둘 합류한 학생들로 구성된 창업 팀은 수업이 끝난 이후에도 이어졌다. 창업을 희망하는 팀원들이 많았고,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사업을 진행했던지라 팀원 중 누구도 선뜻 의류 대여 사업을 그만두자는 말을 꺼내지 못해서였다. 장민제 씨는 “당시 나는 창업에 큰 관심이 있지 않았지만 다른 팀원들이 창업에 마음이 있기도 했고, 아이템은 없어도 팀이 계속 존재하고 있었기에 한 번 더 시도해 보기로 결정했다”라며 “잘할 수 있는 것부터 해 보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어 배경지식이 있던 비즈니스와 경제를 주제로 창업을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어려운 경영학·경제학 개념을 최대한 쉽게 풀이해 학생들에게 설명해 보자는 취지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뉴스를 요약해 업로드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이 방식은 가독성이 좋지 않고 많은 정보를 전달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따라서 그는 긴 호흡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창구를 찾던 차, 2019년 부상 중이던 뉴미디어 콘텐츠인 뉴스레터 서비스에 도전해 ‘바이트 컴퍼니’를 설립했다.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창업은 장민제 씨에게 성취감을 가져다줬다. 장민제 씨는 “창업은 내가 생각했던 바를 상품으로 구현해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며 “남을 도울 수 있는 일을 한다는 데에 효능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장 씨는 젊은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는 경제 매체를 만들고자 고민하며 콘텐츠를 쉽고 ‘트렌디’하게 만드는 역량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서울대라는 환경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었다. 장 씨는 “혹시 창업을 희망하는 학생이 있다면 먼저 창업해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라며 벤처경영학 연합전공 개설 과목을 수강하거나, 멘토링 및 자금을 지원해 주는 창업 동아리 프로그램을 활용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또한 학교나 정부 차원에서 대학생 창업 지원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고, 대학생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교수님과 외부 인사들을 조금 더 쉽게 만날 기회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장민제 씨는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창업을 경험해 보는 것을 선택지에 뒀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장민제 씨는 경영학 공부에 더 집중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의 말을 남겼다. 그는 “조직 운영, 인사 관리 및 프로젝트 관리가 경영학 지식을 많이 요구함을 체감 중이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현재 콘텐츠 기획과 더불어 회사의 콘텐츠 방향성을 총괄하는 그는 “시사 이슈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수업을 조금 더 잘 소화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라며 경영학과 전공 수업인 ‘재무관리’와 연합전공 벤처경영학 개설 과목을 후배들에게 추천했다. 특히 ‘재무관리’에서 다루는 내용은 비즈니스와 경제 분야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배경지식을 제공하기에, 계산과 문제 풀이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장민제 씨(오른쪽에서 첫 번째)는 ‘2020 SNU 창업동아리 경진대회’에서 ‘바이트 컴퍼니’로 대상을 수상했다. (사진 제공: 장민제 씨)
장민제 씨(오른쪽에서 첫 번째)는 ‘2020 SNU 창업동아리 경진대회’에서 ‘바이트 컴퍼니’로 대상을 수상했다. (사진 제공: 장민제 씨)

만남과 도전: 대학의 기회를 활용하기

장민제 씨는 소극적이었던 저학년 때 자신의 모습을 회상하며 한 일화를 이야기했다. 그는 “저학년 시절 교내 테니스장을 뛰어 지나가다가 교수님과 어깨를 부딪쳤는데 교수님께서 명함을 주시며 한번 당신을 찾아오라고 말씀하셨다”라며 “인연을 중시하시는 분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 두려운 마음에 찾아뵙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돌이켜 생각했을 때, 그런 순간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는 그는 “대학 생활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곧 기회”라고 설명했다.

장 씨는 이후 대학 생활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장민제 씨는 「서울대저널」에서 유튜브 콘텐츠 〈가짜 사나이〉에 관한 기사를 준비하며 어렸을 적 감명 깊게 읽었던 『당신들의 대한민국』의 저자인 박노자 교수(노르웨이 오슬로대 한국학과)를 인터뷰했다. 그는 “주저하다 인터뷰 요청을 드렸는데, 교수님께서 친절하게 응해 주셔서 인터뷰를 진행했다”라며 존경하는 인물과 직접 이야기해 본 경험을 학교생활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꼽았다. 또한 서울대 기술지주회사에서 근무할 때, 스타트업의 대표들을 만나며 투자의 생태계뿐 아니라 사업의 운영 전반을 배운 것 역시 잊지 못할 경험이 됐다. 장민제 씨는 후배들에게 사람으로부터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강조했다.

기자는 2019년도 2학기부터 △학생 기자 생활 △공인회계사 시험 △법학전문대학원 입시 △창업 등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며 쉼 없이 달려온 그에게 매 순간 결정을 어떻게 내렸는지 묻자, “고민을 많이 하지 않는 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해 보지 않은 것들에 도전해야 내가 바뀔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에 있어서는 과감했다”라며 “진로를 결정하기 전에 충분한 근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의 끊임없는 달리기의 원동력 자체는 걱정과 두려움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좋아하고 잘하는 일이 무엇일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이다. 

장민제 씨는 당분간은 창업에 집중하며 서비스의 영역을 점차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웃으며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얻는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향후 과학기술정책에 기여하고자 하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기술이 전 세계 패권 경쟁의 중심이 된 상황에서 우리나라 역시 과학기술을 잘 육성해야 한다”라며 과학기술이 국가 정책에 따라 설계되는 경우가 많기에, 정책을 설계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대학 생활 내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끊임없이 찾아온 장민제 씨는 “탐색의 결과는 성공이었다”라며 웃음 지었다. 눈으로 보이는 도전 이외에도 보이지 않는 탐색을 통해 꿈에 다가간 그를 응원하며, 지금도 자신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을 모든 졸업생들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사진: 하주영 기자 sisn0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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