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의학과 박광석 교수

지난달 12일 연건캠퍼스 의대 연구관 713호에서 박광석 교수(의학과)를 만났다. 박광석 교수는 한국 의공학 분야의 태동기부터 그 역사를 함께했다. 박 교수는 “은퇴를 앞두고 마음이 후련하면서도 더 공부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라며 의공학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Q. 의공학이라는 분야를 생소하게 느끼는 독자도 있을 것 같은데, 의공학이란 무엇인가?

A. 의공학은 의료를 기술·공학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학문 분야로 CT나 초음파 등 의료 기기를 이용한 검진이나 치료법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연구가 시작됐다. 의공학 연구의 궁극적 목적은 의료 기기를 개발하고 연구해 종합적인 의술 발전을 이룩하는 것이다. 초창기에는 인공 심장 연구가 활발했고 점차 그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그 결과로 현재는 의료 기술을 개발하는 전 과정에 의공학이 걸쳐 있다. 병원에서도 융합의학과를 만들고 있고 연구진을 고용해 정부 과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등 상당한 발전을 달성하고 있다.

 

Q. 많은 의학 분야 중에서도 의공학을 전공으로 택한 특별한 계기가 있나?

A. 본래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공학대학원에 진학했다. 여러 공학 분야 중 의공학에 관심이 있었다. 학부 4학년 때 어머니가 심장병으로 돌아가신 것이 무의식적 동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치료를 위해서는 심장 판막을 교환해야 했는데 당시에는 기술이 부족해 수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때 의공학에 대한 호기심이 처음 생겼고 이후 대학원에 진학해 전공 분야를 구체화할 때 의공학을 택하게 됐다.

 

Q. 교단에 있는 동안 가장 주요하게 연구한 분야는 무엇이었나?

A. 유비쿼터스 헬스(Ubiquitous Health) 중에서도 수면의학을 주로 연구했다. 유비쿼터스 헬스란 의료를 병원이라는 공간에 한정하지 않고 시시때때로 환자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하는 분야다. 대부분의 환자는 병이 상당히 진행된 후에 병원에 올 수밖에 없는데 유비쿼터스 헬스 케어를 이용하면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사전에 병을 발견하고 치료할 수 있다. 수면의학은 연구자와 환자 모두에게 편의성이 높은데, 수면 중에 여러 생체 신호를 측정하고 기억해서 환자의 건강 상태를 진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침대 시트에 진단 장치를 설치하고 수면 중에 발생하는 생체 신호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디지털 데이터로 저장하는 방식의 ‘디지털 수면 진단 시스템’이 나의 연구 성과 중 하나다. 

 

Q. 대한의용생체공학회 회장직을 맡은 바 있다. 의용생체공학이란 무엇이며 회장을 역임하며 기억에 남은 경험이 있는가?

A. 의공학이 인체에 한정된 용어라면, 의용생체공학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생물을 포괄하는 용어다. 대한의용생체공학회는 의공학의 초창기인 1979년에 출범해 나와 의공학의 역사를 함께 밟아 왔다. 내가 회장을 맡았을 때는 큰 국제 학술 대회를 한국에서 두 번 개최했고 당시 발행한 저널이 SCI(과학인용색인)에 등재됐다. 출범부터 함께해 애착이 큰 학회인지라 상당히 뿌듯했다.

 

Q. 의공학의 전망은 어떠한가?

A. 의공학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양한 기기를 개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내외에 관련 사업체가 많이 설립되고 있다. 특히 신뢰도와 안전성이 같은 종류의 다른 기기에 비해 높아야 하므로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상당히 높은 산업 분야다. 

 

Q. 교단에 있는 동안 겪은 어려움과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A. 공대에서 의대로 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의공학 분야를 택한 것이 맞는 선택인지 내적 갈등을 겪었다. 그러나 서울대에서 연구에 수월한 여건을 조성하고 지원해 줬다. 또 의료진 중에서도 의공학 발전의 필요성에 관한 식견을 갖고 지원해 준 분들이 있었다. 학생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연구는 교수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과 공동으로 하는 것이다. 학생과의 소통이 원활했고 학생들이 잘 뒷받침해 줬기 때문에 오랜 기간 교단에 설 수 있었다. 이렇듯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크고 작은 어려움을 극복했고 의공학 성장에도 큰 도움을 받았다. 

 

박광석 교수는 후학에게 전하고 싶은 말로 “주어진 시간에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해내는 것이 시간을 가장 의미 있게 사용하는 방식”이라며 자신의 인생관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는 덧붙여 “나는 교단을 떠나지만, 함께 연구했던 학생들이 남아 있다”라며 의공학 분야의 밝은 미래를 기원했다.

 

사진: 유예은 기자 eliza72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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