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이들에게 | 졸업생에 전하는 응원과 격려

박준상(정치외교학부ㆍ19)
박준상(정치외교학부ㆍ19)

우리가 아무리 빨라도 그 이상으로 빠른 것. 쫓을 수는 있어도 잡을 수는 없는 것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닌 무게란 그런 것입니다. 시간은 불공평하게도 앞을 향해서만 달려갑니다.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지금 이 순간도 영영 돌아오지 않을 테니, 익숙함에 젖어 흘려보낸 순간이 소중했음을 뒤늦게 깨닫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일까요. 그런데 언제까지나 비슷하게 흘러갈 나의 일상에서 어떤 순간은 너무나도 특별해서 굳이 애쓰지 않아도 오랜 시간 나를 밝혀 주고는 합니다.

문득 스무 살의 봄이 떠오릅니다. 겨우내 온몸을 덮고 있던 이불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다시 나의 문을 열어 세상을 마주한 시간이었습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목표를 다짐하며 스스로를 풍성하게 채워 나갔던 따스했던 계절. 그래서 화창한 스무 살의 봄날 거리에서 마주쳤던 당신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을까요.

봄의 축복을 만끽하며 피어난 그대들은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왔나요? 여느 봄날의 산뜻한 발걸음은 아니지만 힘이 실린 한 걸음, 또 한 걸음으로 당신들은 제 앞으로 떠나갔습니다. 생기 넘치는 여름을 거쳐 다다른 가을에 각자만의 결실을 수확했나요. 창백한 달빛만이 쏟아지는 시린 겨울밤 좌절하고, 또 절망했겠지만 마침내 그 고독을 이겨내는 방법을 배웠나요.

새내기의 봄날 처음 거닐어 보던 캠퍼스의 교정과 저녁이면 선배들과 동기들과 삼삼오오 모여 밤늦게까지 반짝이며 보내던 그 시간이. 풋풋했던 어린 날의 사랑이, 학교를 오가며 마주한 수많은 사람들과 쌓아온 우정이. 새로 입학해 들어오는 후배들을 바라보며 느낀 설렘과 책임감이, 하나둘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나가는 선배들과 동기들을 보며 때때로 우리를 옥죄던 불안감으로.

‘졸업’이라는 새로운 끝과 새로운 시작의 갈림길 앞에 선 당신의 마음은 어떤가요? 삶은 예측 불가능하고, 자기 자신조차도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알지 못하는 감정과 마음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내일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이유는 오히려 오늘의 세계가 내일은 바뀔 수 있는 그 불확실성 때문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토록 복잡하고도 확신이 없는 세계에서 나만의 길을 찾아 나의 걸음을 떼는 것, 그 한 걸음에 담긴 용기를 감히 어떻게 평가를 할 수 있을까요.

프리즘을 만난 빛이 무지개가 돼 각자의 길을 향해 뻗어 나가듯, 대학 생활에서 그대들이 남긴 발자취 역시 지금의 당신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러니 정들었던 교문 밖으로 발걸음을 내딛기 전, 마지막으로 한 번 캠퍼스를 바라보며 수고했다고, 잘 해냈다고 스스로를 토닥여 주세요. 그리고 고개를 돌려 씩씩하게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주세요.

하루에 한 번 찾아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수평선을 경계로 영영 마주치지 않을 것만 같던 하늘과 땅을 저무는 해가 교차하는 그 순간.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앞으로 언제나 흘러갈 시간 속에서 노을의 주황이 바다의 파랑을 물들이는 그 찰나의 순간에 우리는 마침내 서로 다른 너와 나의 마음이 함께할 수 있음을 깨닫습니다.

우리네 인생에서 그 순간을 대학에서 그대들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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