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의학과 김규한 교수

지난달 12일 서울대어린이병원 교수실에서 김규한 교수(의학과)를 만나 그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피부과 전문의인 김 교수는 알레르기 질환 치료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을 뿐 아니라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힘써 왔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의사로서 환자와의 관계에서 신뢰감을 주고 싶다”라며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Q. 피부과 전문의를 꿈꾸게 된 계기는?

A. 사실 꼭 의사가 돼야겠다는 꿈을 꾸지는 않았으나 부모님의 권유로 의학과에 입학했다. 학창시절에 아버지께서 수직적인 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직업을 추천하셨다. 실제로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굉장히 독립적이다.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환자가 빨리 치유될 수 있도록 치료하면 된다. 이처럼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는 점이 의사라는 직업의 장점인 것 같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관심을 두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알레르기 질환을 앓는 환자 수가 많기 때문이었다. 서양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피부암 환자 수가 적은 편이다. 그런데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 질환은 상당히 많은 사람이 앓고 있다. 이에 부담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들을 잘 치료해서 병원을 떠나는 환자를 보면 보람을 느낀다.

 

Q. 많은 환자를 담당하면서 겪은 어려운 점이 있었나?

A.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인 만큼 어려운 점도 있다. 현재 소아 피부과 진료도 하고 있어서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든 연령대의 환자를 만나는데, 환자들의 성향이 상당히 다양하다. 증세가 악화되는데도 긍정적인 환자가 있는 반면 빠르게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만을 쏟아내는 환자도 있다. 심지어 호전되고 있는데도 상태가 좋아지지 않았다고 우기면서 진료비를 돌려달라고 하는 환자도 있다. 나는 의학 사진을 토대로 객관적으로 진료하는데도 이처럼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 소통이 되지 않는 환자를 마주할 때 어려움을 느낀다. 그래도 끈기를 가지고 얘기하고 또 얘기한다. 짧은 진료 시간 동안 환자를 설득하는 일은 아직까지도 어렵게 느껴진다.

 

Q. 현재 아토피 피부염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이 어떠한가?

A. 아토피 피부염 환자 수가 많은 데에 비해 의사가 환자에게 질환을 설명해줄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짧다. 당뇨병의 경우 공식적인 수가가 책정돼 있고 교육 시스템도 잘 갖춰져 있다. 그러나 아토피 피부염에는 국가적인 치료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아 답답하다. 또한 치료 접근성을 높이려면 환자 교육을 열심히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면 요즘 국소 스테로이드가 무조건 나쁘다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교육을 통해 환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와 대한피부과학회에서 체계적인 환자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치료 접근성이 향상되기를 바란다.

 

Q. 교수로서 학생들에게 중점적으로 가르치고자 했던 내용이나 마음가짐이 있나?

A. 의학 공부는 기본적인 지식 암기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암기한 지식에 의존하기보다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창의성은 공부하는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 의학과에서는 정말 많은 내용을 공부해야 하므로 강의 시간 내에 모든 지식을 다 가르칠 수 없다. 그래서 강의는 최대한 짧게 중요한 내용만 가르치고 나머지는 학생이 직접 찾아가면서 창의적으로 생각해보도록 해야 한다. 일례로, 아토피를 배울 때 ‘이게 아토피구나’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엉뚱하더라도 ‘모양이 왜 이럴까’ 혹은 ‘왜 이게 아닐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탐구하는 게 진정한 배움이다. 의학 공부에서도 자유롭게 질문하고 토론하는 문화를 통해 창의성을 높여야 한다. 

 

김 교수는 퇴임 이후에도 일주일에 한두 번씩 진료를 이어나가면서 그동안 즐기지 못한 여행을 떠날 계획이다. 그는 “알레르기 질환은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가 스스로 주기적으로 관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라며 “환자들이 얼른 다 나아서 앞으로 만날 일이 없기를 바란다”라고 소망을 전했다.

 

사진: 구민지 기자 grrr02@snu.ac.kr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