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의학과 이춘택 교수

지난달 18일 분당서울대병원 1동 연구실에서 이춘택 교수(의학과)를 만났다. 펠로우 시절부터 폐암이 주 전공이었던 그는 교수 생활 내내 폐 건강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해 왔다. 그는 “환자들을 볼 수 있던 것이 나에게는 큰 혜택이었다”라며 정년 퇴임 소감을 밝혔다. 

Q. 폐암 연구의 권위자로서 여러 연구를 해 왔다.

A. 미국 텍사스대의 사우스 웨스턴 메디컬 센터에서 연수를 받으며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유전자 치료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된 새로운 연구 분야였다. 처음에는 폐암에 아데노바이러스*를 이용한 유전자 치료 연구를 했다. 아데노바이러스에 여러 치료 유전자를 더해보고, 특이하게 암세포에만 증식해 암을 치료하는 바이러스도 연구했다. 이 교수는 이런 연구의 결과로 암세포에서만 선택적으로 증식하는 바이러스와, 치료 유전자는 가지고 있지만 사람 세포 내에서 증식을 못 하는 바이러스를 섞어 치료용 유전자를 발현시키는 기법을 발견했다.

또한 ‘간유리음영결절’에 관한 연구도 진행했다. 유리를 갈아 넣은 것처럼 폐 내부가 안 보이게 되는 결절인 간유리음영결절은 폐암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다. 간유리음영결절은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연구가 많이 진행되지 않아 나를 비롯한 연구진들이 이 결절이 생기는 원인을 연구했다. 무엇보다 간유리음영결절이 동시에 여러 개 발견됐을 때 전이가 돼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서로 관계없이 여러 개가 생긴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전이가 된 것이라면 폐암 4기와 같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여러 개의 간유리음영결절은 각각 동시에 생기는 것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Q. 가장 중요하게 여긴 강의 철학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A. 학생이 이해하기 쉬운 강의를 만들고자 했다.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사용하는 지금과 달리, 과거에는 수업할 때 슬라이드를 보여주지 않아 학생이 필기할 시간이 없었다. 교수는 가르치는 입장이니 한꺼번에 많은 내용을 전달했을지 몰라도, 정작 학생은 진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나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OHP*라는 프로젝터를 사용했다. 학생들에게 수업 때 사용할 자료를 미리 나눠주기도 했다. 그 이전까지는 강의록을 나눠준 교수가 없었나 보더라. 학생들에 대한 배려가 통했는지 강의평가 1등을 한 적도 있다.

학생들에게 너무 많은 것을 강의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젊은 교수는 의욕이 넘쳐 학생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 줘야겠다고 마음먹지만, 나는 학생의 수준에 맞춰 꼭 필요한 내용을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Q. 호흡기 질환은 흔히 발생하는 질환인 만큼 다양한 환자를 만났을 것 같다. 수많은 환자를 만나면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치료에 임했는가?

A. 며칠 전 고별 강연에서 누군가가 후학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내게 묻길래 이런 말을 했다. 누구나 초심은 훌륭한 의사가 되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걸 절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환자를 내 가족처럼 대한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실천하기는 정말 어렵다. 나도 환자와 진료에 치이다 보면 잊을 때가 있지만, 그래도 환자 입장에서 그들이 알아듣기 편하게 말하자는 생각을 최대한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 가급적 의학 용어 사용을 지양하고 쉬운 용어로 가능한 한 자세히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태도를 유지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환자를 보다 보면 내 결심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들이 많아서 안타깝기는 하다. 

 

Q. 정년을 맞이하는 소회가 어떤지?

A. 퇴임이 10년 안쪽으로 남게 되면 슬슬 정년을 생각하게 된다. 선배 교수들의 정년퇴임식에 가면 항상 멍때리다가, 10년 전 즈음부터는 ‘내가 정년이구나’ 싶더라. 정년을 맞이할 수 있어 다행이고 은퇴 후에도 이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계속할 것 같다. 한편으로는 환자를 조금 더 내 가족같이 대하지 못한 것 같아 후회도 된다. 잘못되거나 내가 실수한 환자들이 생각이 난다. 항상 마음이 무겁다.

 

그에게서 폐암 연구자, 환자를 대하는 의사, 학생을 대하는 교수로서 사람을 대하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배려와 존중을 갖춘 따뜻한 그의 마음이 환자와 후학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아데노바이러스: 인두 결막염과 유행 결막염 따위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OHP: 투시물 교재를 스크린에 영상으로 비추는 교육 기기.

 

글·사진: 한재민 기자 jaemin432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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