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치의과학과 김현덕 교수

지난달 7일 연건캠퍼스 치의학대학원 본관(16동)에서 김현덕 교수(치의과학과)를 만났다. 그는 ‘공중구강보건학’을 연구하며 구강건강을 위한 사회의 역할에 관한 연구를 이어왔다. 김 교수는 “진리는 변하는 것”이라며 그의 뒤를 이어서도 활발한 연구가 계속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Q. 공중구강보건학을 전공한 계기는 무엇인가?

 

A. 치대 재학 시절 한 강의에서 “국민들이 치과 질환으로 고통받는 일을 없애고 구강 건강과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 치과의사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치의학의 목표는 치과의사 수를 최대한 줄이고 병을 없애는 것이라고 하더라. 듣고 보니 맞는 이야기였다. 이런 정신을 담고 있는 학문이 공중구강보건학이다. 공중구강보건학에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도록 하는 ‘예방’을 기본으로 포괄적인 진료를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이런 공중구강보건학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학문이라고 생각했다. 마침 그 교수님이 다음 학기에 공중구강보건학 수업을 연다고 말씀하셔서, 그 길로 교수님의 연구실로 찾아가 공중구강보건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Q. 치과의사로서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어때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치과의사는 사회적 특권을 면허로써 부여받은 사람이다. 그렇기에 당연히 치과의사의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과거 공중보건의사*와 같은 제도가 생기기 전까지는 우리나라에도 무의촌(無醫村), 다시 말해 의사가 없는 마을이 굉장히 많았다. 사람들이 병원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말이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나도 예전에 ‘학생진료’라는 이름으로 정부의 지원을 받아 서울 근교에 진료를 다닌 적이 있다. 당시 의‧치‧간호대 학생들은 학생진료를 다니면서 사회적 책무를 알아 갔고, 나 또한 그랬다. 지금은 의료법에 의해 치과의사가 아닌 사람은 진료를 하면 안 되기 때문에 학생진료는 불가능하다. 대신 이제는 지역사회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 나는 또한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떼쓰는 사람이 있더라도 이를 받아줘야 한다고 학생들에게 이야기한다. 이런 환자와 싸우기 시작하면 다른 환자에게도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좋게 이야기하는 것이 모두에게 좋다. 의료 윤리 내용대로 선한 사마리아인이 돼야 한다. 

 

Q. 후학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허준이 교수의 이번 필즈상 수상을 보고 더 크게 느껴진 바가 있었다. 이전에 일본의 필즈상 수상자인 히로나카 헤이스케 교수를 내가 서울대로 초청해 그의 저서 『학문의 즐거움』에 관해 물은 적이 있는데, 그는 자신의 인생이 즐겁다고 했다. 학생들도 그처럼 삶을 즐겁게 살았으면 좋겠다. 돈을 목적으로 진료하기 시작하면 피곤해진다. 아무리 많이 벌어도 치과의사는 기업가처럼 돈을 벌 수도 없다. 그렇기에 사람들을 진료하는 데에서 즐거움을 찾았으면 한다. 치과의사라는 일이 목적이 돼야지 단순한 돈벌이 수단이 되면 안 된다. 이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는데, 학생들이 제대로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 

모든 치대의 목적은 좋은 치과의사를 양성하는 것이다. 서울대 치대는 학문의 후속 세대를 양성해야 한다. 교수가 될 사람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서울대 치대는 국민을 위한 새로운 진료법, 더 적합한 진료법을 만들어 국민의 구강건강을 증진하는 의사를 양성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많은 졸업생이 교수 요원이 됐다. 그것이 우리 학교의 학풍이었는데 지금 치대 학생의 목표는 공부나 연구보다 나가서 개원하는 것에 있는 것 같아 아쉽다. 

 

김 교수는 스스로를 깐깐하지만 학생을 아끼던 교수라고 칭했다. 연구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드는 게 요즘의 치대 분위기라며 안타까워하던 그의 모습은 일생을 연구와 함께해 온 그의 열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공중보건의사: 병역 의무를 대신해 병역 기간만큼 전염병 예방과 공중 보건 위생 등 공공 의료 업무를 하는 의사.

 

사진: 이진서 기자 jsleeint@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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