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경영전문대학원 이동기 교수

지난달 19일 SK경영관(58동)에서 이동기 교수(경영학과)를 만났다. 이 교수는 국제경영전략을 산업 현장에 접목하고 △한국국제경영학회 △한국전문경영인학회 △한국중견기업학회 등의 회장을 맡아 경영학 발전과 국내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힘을 기울였다. 유교적 전통이 강한 시골 마을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삶의 원동력이 되는 신념으로 ‘남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한 선비 정신’을 꼽으며 말문을 열었다. 

 

Q. 많은 경영학 분야 중에서도 국제경영전략만이 가지는 매력은 무엇인가?

A. 국제경영전략은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분야로 종합적 시각에서 기업을 분석한다. 또한 국제경영전략은 조직이 기업 외부의 기술·정책·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고민해 외부 환경과 기업 조직을 연결하는 역할도 한다. 특히 창업이나 벤처기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국제경영전략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Q. 한국중견기업학회에서 회장을 역임했다. 한국 경제에서 중견 기업이 차지하는 중요성에 대해 한마디 한다면?

A. 기업은 규모에 따라 △소상공인 △중소기업 △중견 기업 △대기업으로 분류할 수 있다. 중견 기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의 기업군으로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중견 기업을 거쳐서 지금의 모습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기업 약 1,000개, 중견 기업 약 5,000개, 중소기업 약 40~50만 개로 선진국과 비교하면 중견 기업 수가 중소기업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이처럼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양분화된 구조가 고착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부분의 기업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인 현 상황에서, 중소기업이 중견 기업으로 발전하고 더 나아가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사례가 지금보다 많아져야 우리나라 경제 생태계가 더욱 건강해질 것이다.

 

Q. 인공지능(AI) 시대의 기업 경영에 관한 식견을 공유해 달라.

A. AI 시대의 경영은 쉽게 얘기하면 데이터를 확보하고 분석하는 기술을 통해 얻은 정보를 기업 운영이나 의사 결정에 활용하는 것이다. 경영전략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왜’, ‘어떤 목적으로’, ‘어떤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 AI를 도입해야 하는지에 관한 전략적 판단이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싶다. 전략적 판단에 따른 기술 도입이 이뤄진다면 이전과는 조직 시스템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며 조직 문화의 변화도 요구된다. 이때 최고 경영자가 AI의 기술적 측면을 알고, 기술 전문가도 경영전략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갖춰 기술과 경영이 함께 이뤄지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Q.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한 권 뽑는다면?

A. 『Getting to Yes』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가 1990년대 초 미국 유학 시절에 읽었던 책으로 우리말 번역본의 이름은 『Yes를 이끌어내는 협상법』이다. 기업 경영에서 협상 프로세스가 많이 사용되기에 강의를 하며 이 책의 아이디어를 활용하고는 했다. 나아가 인생에서 중요한 지혜를 전달해 주는 책이기도 하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은 협상하는 동물이라는 말과도 같다. 생각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사람과도 함께 어울려 사는 것이 사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같은 분열의 시대에 어떤 방법으로 상생과 통합을 이룰 수 있는지 알려 주는 책이다.

 

Q. 서울대 학생들이 이어 나가야 할 시대적 사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서울대가 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있는 만큼 서울대 학생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선도해 나가야 하는 사회적 책임이 큰 집단이다. 국민연금 고갈, 인구문제, 수도권-지방 간 불균형 등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주요 문제에는 다양한 입장들이 충돌한다. 서울대 학생은 이를 갈무리할 수 있는 ‘통합적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통합적 리더십은 카리스마 있게 나의 주장을 펴는 것보다 남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서울대 학생도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기 위해 통합적 리더십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해 보기를 바란다. 

 

이동기 교수는 은퇴 후 칼럼 집필이나 저술 활동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또한 경영자의 위치에 앉아있는 청년에게 조언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젊은 경영자를 위한 경영 멘토가 되는 것이 하나의 희망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유예은 기자 eliza72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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