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농림생물자원학부 손정익 교수

지난달 23일 농생대(200동)에서 손정익 교수(농림생물자원학부)를 만났다. 손 교수는 △한국생물환경조절학회장 △한국원예학회장 △한국수직농장연구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시설원예 및 식물공장 분야와 농업의 정보화에 기여했다.

 

 

Q. 다양한 농업 분야 중 시설원예 및 수직농장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작고 인구밀도가 높다. 이런 나라에서 농업을 하려면 반드시 기술집약적이고 체계적인 농업이 필요한데 이에 가장 적합한 방법이 시설원예다. 또한 수직농장은 기후변화, 재해, 환경오염 등이 팽배한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수직농장을 통해 청정하고 안전한 식품과 고품질·기능성 식물을 생산할 수 있기에 수직농장은 주목할 만한 미래의 농업 분야다. 수직농장은 작물과 관련한 지식 이외에도 공학 지식도 필요한 융합 분야인데, 전 세계적으로는 30년 전부터 연구됐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교적 최근까지도 체계적인 접근이 부재한 상태였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시설원예와 식물공장을 함께 연구하는 연구실을 선택했다.

 

Q. 한국생물환경조절학회장 및 한국원예학회장을 역임한 소회를 밝힌다면?

A. 1990년 일본 도쿄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치며 우리나라에도 학문 간의 융합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30년 전만 해도 학문의 융합은 생소한 개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1991년 생물과 공학의 융합적 성격을 가진 한국생물환경조절학회를 창립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새로운 시도로 학문의 성공적인 융합을 이뤄내서 감개무량했다. 이후 학회장까지 역임하며 더욱 체계적인 학문의 융합과 스마트팜 개념의 정립을 이끌어 냈다. 또한 서울대에서 국내 최초로 시설원예학 전공 교수로 부임하며 한국원예학회장에 취임한 것도 의미가 크다. 처음으로 학회 정보화를 시도했고, 원예학회의 가장 핵심적인 국제 학술지인 『Horticulture, Environment, and Biotechnology』의 명칭을 제안했다.

 

Q. 인생에서 힘든 순간을 극복했던 일화가 있나?

A. 일본 유학 시절의 초기에 일본어가 유창하지 않아 힘들었고 동시에 학업을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그러다 너무 무리해서 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는데 병원 신세를 지는 동안 주위의 환자들과 더불어 지내면서 점점 말을 트게 됐다. 6개월 동안 그렇게 지내다 보니 언어 실력이 급속도로 늘었으며 상황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이후 한국에서 오신 교수님들에게 일본 가이드를 해드린 적이 종종 있었는데 현지인들이 나를 일본인으로 착각해서 나에게 “한국말을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힘든 시간을 거치며 언어 습관이 잡힌 것이 나에게 큰 자신감을 줬고 덕분에 석사 학위도 1년 반 만에 취득할 수 있었다. ‘어려울 때일수록 기회가 있다’라는 말이 와닿는 순간이었다.

 

Q. 활발한 국내외 학술 활동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A. 그동안 다양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해외 학술대회에도 많은 초청을 받았다. 그중에서도 시설원예 및 수직농장 분야에서 세계적인 권위를 갖는 국제 심포지엄 ‘GreenSys 2013’을 한국에 처음 유치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국내 농업 분야 학문과 산업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알릴 기회였다. 그런데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개최 준비에 힘을 쏟던 중 행사가 있는 달에 태풍이 몰아친다는 예보로 인해 진행 여부조차 모호해지는 상황을 맞닥뜨렸다. 행사를 위해 많은 투자가 이뤄졌는데 준비해 왔던 것이 전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아찔한 기분이었다. 다행히 국내외의 참가자가 모두 도착한 후에 태풍이 불어서 행사는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심포지엄이 종료되자마자 태풍도 함께 그쳐서 제주도를 견학할 여유까지 챙겼다.

 

손정익 교수는 “학문에 흥미가 없던 학생들이 나로 인해서 혹은 내 연구 분야로 인해서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갖게 됐다고 얘기할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후학들에게 “미래를 내다보며 현재를 살아가라”라는 말을 전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 김혜원 기자 wp0077@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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