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교수 인터뷰 | 국어교육과 김종철 교수

지난달 11일 사범대 사범관2(10동)에서 김종철 교수(국어교육과)를 만났다. 김 교수는 판소리와 판소리계 소설 연구에 매진하며 40년 가까이 사범대에서 국어교육과 학생들을 가르쳤다. 책으로 가득한 연구실에서 진정한 교육의 현장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 온 김 교수의 시간을 엿볼 수 있었다. 

 

 

Q. 한국문학교육학회와 한국작문학회 회장을 역임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는가?

A. 한국문학교육학회는 서울대 국어교육과 대학원, 교수, 동문들이 만들었다. 학회 창립 당시에는 이사로 참여했다가 이후 회장직을 맡게 됐다. 한국문학교육학회 회장으로서 학회가 해오던 것을 잘 유지하면서 새로운 주제를 찾아 연구를 진행하는 것에 힘썼다.

한국작문학회는 내가 처음 기획해서 창립한 것이다. 이전에는 문학교육학회, 화법교육학회, 문법교육학회, 독서교육학회까지 있는데 작문학회만 없었다. 학교에서 작문 위주의 교육을 진행하는 등 작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데도 이를 뒷받침할 학회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접 나서 작문을 전공한 선배들을 설득하고 작문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교수들에게 협조를 요청해서 힘들게 한국작문학회를 만들었다. 학회 설립 후 초대 총무를 자진해서 맡았고 이어 3대 회장까지 맡았다. 한국작문학회는 정기적인 학술 연구 발표회를 하면서 굉장히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역사를 지닌 학회를 만들고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힘쓴 것이 나름대로의 보람이다. 

 

Q. 판소리 12마당 중 하나인 <무숙이타령>을 직접 발견했다.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일화를 듣고 싶다.

A. 판소리 12마당 중 7마당이 사라지고 현재 불리는 건 5개의 마당뿐이다. <무숙이타령>은 사라진 7마당 중 하나다. 고전 소설 전공자로서 새로운 작품을 찾아보고자 도서관에서 빌려 온 『영인전집』을 읽었다. 『영인전집』은 박순호 명예교수(원광대 국어교육과)가 평생 모은 한글 소설 필사본을 엮은 책이다. 책을 뒤적거리며 작품들을 살펴보던 중 「게우사」라는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읽어보던 중 그 문체가 판소리 같아 특이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작품의 여성 등장인물의 이름이 익숙해서 기억을 떠올려보니, 판소리 12마당을 듣고 쓴 한시에 나온 이름과 유사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대조해 보는 과정을 거쳤고 「게우사」가 <무숙이타령>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우연이었지만 특별한 인연이 닿아서 국문학의 소중한 자료를 찾아내는 기회가 찾아온 것 같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자료들도 언젠가는 발견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Q. 교수 생활을 마치는 소회는?

A. 서울대에서 전임 교수로 35년 6개월 동안 근무했고 다른 대학에서 가르친 것까지 합하면 38년 정도 교수 생활을 했다. 대학교는 교육 기관이기에 학부생과 대학원생을 전문 연구자 또는 교수로 길러내는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의 대학이 학부생 교육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회의적이다. 본래의 기능인 교육과 연구를 모두 잘할 수 있도록 운영돼야 하는데 아직 부족한 게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수와 대학원생이 적극적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더불어 대학이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교육의 주도권을 가져야 하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면이 있다. 특히 교육의 핵심인 사범대가 교육 주도권을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

 

Q. 학교를 떠나면서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A. 국어교육과 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학생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다. 대학에 들어와서 학과 전공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치열하게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을 보면 굉장히 안타깝다. 학생들은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서울대에 입학하나 졸업할 때는 오히려 경쟁력을 상실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대학에 와서도 자기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뒤처져서 나가는 아까운 인재가 한 명도 없었으면 하는 게 제일 큰 바람이다.

학교 차원에서 자신만의 가치를 향해 나아가는 학생을 길러내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진로 상담 프로그램을 더 활성화해야 한다. 또한 자유전공학부처럼 어떤 단과대에 입학하더라도 그 안에서 자유롭게 전공을 기획해 공부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

 

판소리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점이 무엇이냐 묻는 기자의 질문에 김종철 교수는 “400년 역사를 지닌 판소리의 전통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판소리가 대중성을 얻어야 한다”라며 “<춘향가>나 <흥부가>처럼 대중에게 명성을 널리 얻는 새로운 작품들이 창작돼 대중과 판소리로 호흡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라고 답했다. “퇴임 후 계획은 은퇴한 9월 1일에 일어나서 생각할 것”이라는 김 교수의 무궁무진한 여정을 응원한다.

 

사진: 유예은 기자 eliza721@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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