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반려동물 보유세의 미래를 살펴보다

2020년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가 ‘제2차 동물복지 종합계획’에서 반려동물 보유세를 처음 언급한 이후 해당 법안의 도입을 두고 찬반 논쟁이 이어져 왔다. 그러다 지난달 18일 농식품부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실시한 설문에 반려동물 보유세와 관련한 문항이 포함돼 사회적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반려동물 보유세, 왜 필요할까?

반려동물 보유세란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에 세금을 징수해 이를 동물 복지 재원으로 활용하는 제도를 일컫는다. 실제로 독일은 동물 보유세(Hundesteuer)를 부과해 개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을 마련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와 네덜란드 등에도 유사한 세제가 있다.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의 주요 목적은 보호자의 책임 고취를 통한 동물 보호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AWARE) 이형주 대표는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은 책임 의식이 없는 사람이 동물을 유기하는 것을 방지해 동물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라고 언급했다. 

반려동물 보유세로 동물 복지 기금을 충당할 수도 있다. 김성호 교수(한국성서대 사회복지학과)는 “보유세 세수가 잘 활용돼 동물 파악 및 관리가 잘 이뤄진다면 반려동물과 관련한 개 물림 사고나 동물 학대 등의 사회적 갈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다. 동물법·환경법 전문가인 녹색기술센터 한민지 박사 역시 “보유세는 동물과의 공존을 위한 제도를 마련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한편 반려동물 보유세의 도입이 오히려 동물 유기를 늘어나게 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에 관해 동물자유연대 조희경 대표는 “세금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으로 인해 유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는 이해하나, 반려동물 평균 양육비 대비 과도한 수준의 과세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호 교수 역시 “반려동물 관련 세금이나 기금을 걷는 것은 오히려 유기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라며 “현재 월 평균 12만 원 정도의 양육비를 쓰는 반려동물 가구에 몇만 원 정도의 세금을 추가로 부과한다고 해서 반려동물을 유기할 것이라 보는 시각은 다소 과하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보유세 도입의 선결 조건: 동물등록제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동물등록제가 우선 정착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려동물 보유세의 과세를 위해서는 반려동물의 현황 파악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조경 광주여대 반려동물보건학과 전 교수는 “1987년 영국이 반려동물 보유세를 폐지한 것은 세금을 피하고자 동물을 몰래 키우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등록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시행 중인 동물등록제는 주택·준주택 혹은 그 외의 장소에서 반려 목적으로 기르는 월령 2개월 이상인 개를 대상으로만 등록 의무가 부과된다. 하지만 실제로 2020년 기준 전국 반려견은 602만 마리로 추정되는 반면 등록된 반려견의 수는 232만 마리에 불과한데, 이는 현행 등록제에 몇 가지 허점이 있음을 암시한다. 이형주 대표는 “한국은 반려견 미등록 시 과태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관리·감독이 철저하지 않아 등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이사와 사망으로 동물의 신변 및 양육 환경에 변화가 생겼을 때 자발적으로 신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동물등록제의 문제점이 개선될 때 반려동물 보유세가 본래 목적했던 바를 성취할 수 있다. 이형주 대표는 “동물 등록 당시에만 등록비를 제출하는 한국과 다르게 해외 국가는 매년 일정한 금액을 내고 동물의 사망이나 보호자 정보 등을 갱신하는 방법으로 보유세를 걷고 있다”라며 “등록제를 바탕으로 정보를 최신으로 유지하고 보호자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보유세가 부과돼야 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김성호 교수 역시 “매년은 어렵더라도 2년 주기로 갱신하는 방향으로 등록제에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그는 “등록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동물 복지 시스템 제공 등의 회유책이 단속과 병행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려동물과 공존하는 세상

반려동물 보유세와 동물등록제가 등장한 바탕에는 반려동물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공통의 문제의식이 있다. 그렇다면 반려동물 보유세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설계될 수 있을까?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조해인 변호사는 “두 마리 이상의 동물을 키우는 가구를 대상으로 세금을 늘리면 애니멀 호더*와 같은 동물 학대를 예방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반려동물 보유세를 도입할 경우 해당 가구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김성호 교수는 “보유세를 낸 가구를 대상으로 반려동물의 중성화 수술비를 감면하는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또한 조희경 대표는 보유세에 기반한 반려동물 관련 인프라의 확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럽 내 일부 국가에는 지하철 등의 대중교통 시설에 반려동물 탑승이 가능한 칸이 마련돼 있고, 그 외에도 반려동물 놀이터나 공원 등이 충분히 만들어져 있다”라며 “이런 인프라 구축을 통해 반려동물 가구가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조경 전 교수는 동물 전담 행정 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해당 기구의 주도하에 어릴 때부터 지속적인 생명 존중 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자라면, 동물을 비롯한 생명체를 존중하는 문화가 자연스레 형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제도 설계에 관한 의견 외에도 반려동물 보유세 명칭에 관한 전문가의 지적도 있다. 한민지 박사는 “법률상 ‘보유세’라는 표현은 물건에 대한 소유권이나 점유권을 갖고 있음에 따라 징수하는 금전이라는 뜻으로 이해될 수 있다”라며 “민법 개정 등으로 동물의 비물건화를 고려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적절치 않은 표현”이라고 밝혔다. 김성호 교수 역시 ‘보유세’라는 표현 대신 ‘양육세’ 혹은 ‘복지 기금’ 등의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유라는 말이 자칫하면 반려동물을 물건으로 표현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라며 “보유세라는 명칭은 민법 개정안의 방향과도 어긋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해 법무부에 의해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선언적 조항이 담긴 민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현행 민법 제98조는 물건을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때 동물은 유체물로 취급받는다. 이에 따라 동물 학대 사건에서도 동물은 소유주의 재산이므로 학대범이 재물손괴죄로 처벌받는 경우가 많았다. 조해인 변호사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98조2의 1에 신설함으로써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조 변호사는 “해당 개정안의 98조2의 2에서 ‘동물에 대해서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물건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에 후속 법안이 나오지 않으면 실효성 없는 규정에만 머무를 수 있다”라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한민지 박사도 “해당 개정안에 따른 후속 조치가 압류 금지나 손해배상 등의 형식으로 끝날 수 있다”라며 “민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반려동물에 한정되지 않고 헌법에 모든 동물의 생명 존엄성이 명시돼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반려동물은 우리 사회의 어엿한 일원이다. 조희경 대표는 “기본적으로 동물을 생명체로 대하는 생명 감수성이 있는 사회가 발전적인 사회”라고 강조했다. 반려동물 보유세 관련 논의는 단순히 특정 세금의 도입 여부를 둘러 싼 논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가 동물을 독립된 ‘생명체’로 바라보고 있는지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애니멀 호더(Animal Hoarder): 자신의 사육 능력 이상으로 많은 동물을 키움으로써 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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