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누리호의 ‘SNUGLITE-Ⅱ 큐브위성’을 개발한 서울대 SNUGLITE 팀을 만나다

최근 몇 년 동안 큐브위성 연구에 전념해 온 ‘스누그라이트’(SNUGLITE) 팀은 올해 7월 누리호에 스누그라이트 2호(SNUGLITE-Ⅱ) 큐브위성을 탑재하는 성과를 이뤄 많은 주목을 받았다. SNUGLITE 팀은 기창돈 교수·권기범 교수·김오종 교수(항공우주공학과)의 지도하에 항공우주공학과 GNSS 연구실 소속 심한준 씨·정호준 씨(항공우주공학과 박사과정)과 배영환 씨·박재욱 씨·이지강 씨(항공우주공학과 석박사통합과정)로 구성된 연구팀이다. 수많은 역경과 실패를 이겨내고 성공을 마주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큐브위성 최종 탑재 장면(제공: SNUGLITE 팀)
큐브위성 최종 탑재 장면(제공: SNUGLITE 팀)

부족한 시간과 무한한 테스트 사이의 싸움

2019년 2월 SNUGLITE 팀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관하는 큐브위성 경연대회에서 최종 선발됐다. 이는 그들이 이뤄낸 성공인 동시에 더 큰 목표를 향한 출발점이었다. 예비 설계와 상세 설계를 거쳐 누리호에 탑재될 위성을 제작하고 검증하는 과정은 끝이 없었다. 배영환 씨는 “마지막 단계인 검증이 가장 힘들었다”라며 “우리가 목표한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주에서 작동할 수 있는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우주 환경을 모사하는 것부터도 쉽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SNUGLITE 팀은 통신 테스트를 위해 관악산에 올라갔고, 기온이 낮은 우주 환경을 고려해 위성을 냉동실에 넣어 보기도 하며 발사 환경을 모사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누리호 발사를 하루 앞둔 그들은 문제를 마주했다. 여러 번의 수행에도 문제가 없던 큐브위성이 제대로 전개되지 않았다. 전개 구조 설계 및 개발을 담당한 정호준 씨는 “발사 전날이니 마지막으로 한번 테스트나 해 보자고 한 것이었는데 모두가 당황했다”라며 “한동안 원인을 찾지 못하다가 휘어서 걸리는 부분을 드릴로 최대한 얇게 갈자 문제가 해결됐다”라고 말했다. 

1mm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고 위성을 성공적으로 제작하기 위해 지난 3년간 고군분투해 온 SNUGLITE 팀은 “신기하게 테스트를 하면 꼭 하나씩 오류가 생긴다”라며 “그래도 시간이 허락하는 내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라고 회상했다. 그들은 “마음 같아서는 우주 공간에서 테스트하고 싶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기창돈 교수는 “자동차나 항공기는 고장 나면 고치면 되지만 우주로 나가는 위성은 한 번 올라가면 더 이상 손댈 수 없다”라며 “위성 연구에서 완벽한 준비란 없다고 했다”라고 언급했다. 기 교수는 “누리호 발사가 연기되면서 시간을 벌 수 있었다”라며 “위성 연구는 부족한 시간과 무한한 테스트 속에서 벌어지는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덧붙였다.

 

양방향 교신을 둘러싼 성공과 실패의 연속

지난 7월 3일 16시 24분경 SNUGL ITE-Ⅱ 큐브위성이 누리호에서 정상적으로 사출됐다. 하지만 예상 교신 시각이 지나도 사출된 SNUGLITE-Ⅱ 큐브위성 주파수의 신호가 감지되지 않았다. 큐브위성이 다시 한국 상공을 지나가려면 12시간을 기다려야 했기에 SNUGLITE 팀은 지구 반대편의 호주에 데이터를 요청했다. 이를 통해 안테나가 전개되지 않아 신호를 받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분석해 냈다. 12시간 동안 안테나 전개 명령을 지상국에서 보내는 대안을 생각해 낸 SNUGLITE 팀은 이튿날 오전 3시 21분경 제2공학관(302동)에 위치한 지상국과 첫 양방향 교신에 성공했다. 

기창돈 교수는 “2018년 12월에 쏘아 올린 스누그라이트 1호(SNUGLITE-Ⅰ)의 경우 위성과 GPS가 모두 정상 작동해 내부적으로는 성공이었지만, 양방향 소통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식적으로는 실패가 된 적이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심한준 씨는 성공적으로 데이터를 수신했던 당시의 사진을 보여주며 “안테나가 전개되고 정상적으로 데이터가 들어오자마자 소리를 지르며 춤을 췄다”라고 전했다. 정호준 씨는 “심한준 팀장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SNUGLITE-Ⅱ 큐브위성의 양방향 교신 성공은 단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수만 번의 실패와 부담을 묵묵히 감내한 그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열흘 뒤 SNUGLITE-Ⅱ 큐브위성은 위성상태정보* 수신을 멈췄다. 이들은 통신 시스템과 위성의 두뇌 역할을 하는 컴퓨터 사이의 데이터 송수신 선에 문제가 생긴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당초 SNUGLITE-Ⅱ 큐브위성은 지구 대기에 의해 굴절되는 GPS 신호를 통해 날씨 데이터를 수집하는 임무를 수행할 계획이었다. 수신된 GPS 신호를 통해 위성이 기울어진 정도를 계산하고 관측 결과를 검증하는 것도 SNUGLITE 팀의 목표 중 하나였다. 

배영환 씨는 “한국에 위치한 지상국을 지나갈 때는 큐브위성의 데이터를 모두 받았는데, 해외를 지나갈 때 연결이 끊겨 더욱 아쉬웠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열흘 동안 수신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극복해야 할 지점이 명확해질 수 있었기에 SNUGLITE 팀이 이뤄낸 양방향 교신이라는 결과가 가진 의미는 적지 않다.

 

성취가 빚어낸 용기로 내딛는 한 걸음

SNUGLITE-Ⅱ 큐브위성이 누리호에 탑재되면서 SNUGLITE 팀은 직접 나로우주센터에 가서 발사를 참관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SNUGLITE-Ⅱ 큐브위성을 캐리어에 넣은 채 KTX를 타고 나로우주센터에 갔다는 SNUGLITE 팀은 “사람들은 안에 큐브위성이 들었다는 것도 몰랐을 거예요”라며 일화를 전했다. 심한준 씨는 “이런 상황 자체가 너무 재밌었고 특별한 기회를 얻게 된 것에 감사했어요”라고 말했다. SNUGLITE-Ⅱ 큐브위성 개발이 첫 연구라는 이지강 씨는 “누리호에 한국 위성이 탑재되는 순간을 함께한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라며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더 능숙하게 연구를 진행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심한준 씨는 항공 및 우주 연구의 높은 해외 의존성을 지적하며 “개인적으로 우리 팀이 국내 기업과 함께 개발한 GPS 수신기와 국내 부품도 더욱 경쟁력을 갖췄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라며 SNUGLITE 팀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자세결정*과 자세제어* 시스템이 한국의 항공 우주 기술과 함께 발전하기를 소망했다.

현재 SNUGLITE 팀은 큐브위성 경연대회에 참가해 SNUGLITE-Ⅱ 큐브위성의 오류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능을 향상한 SNUGLITE-Ⅲ 큐브위성을 제작하고 있다. SNUGLITE-Ⅲ 큐브위성의 목표는 국내 개발 우주용 GPS 수신기의 활용도를 넓히고 국내 위성 부품의 비중을 늘려 큐브위성의 국산화 부품의 신뢰성을 검증하는 것이다. SNUGLITE 팀은 “연구 과정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모두 개선해 2년 뒤에 발사 예정인 누리호에 다시 한 번 위성을 탑재하고 싶다”라며 끊임없는 연구 의지를 표했다. 기창돈 교수는 “유명한 화가도 같은 그림을 수천, 수만 번을 그려 명작을 만든다”라며 “처음부터 성공하기란 어렵기에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 SNUGLITE 팀도 실패의 원인을 분석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면 결국 성공을 하리라고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으로 도약할 발판이 되는 역사적 순간에 뜨거운 열정을 불어넣은 그들에게 성공 혹은 실패라는 성적표보다, 그들이 이뤄 온 노력이라는 과정에 힘찬 박수를 보낼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위성상태정보: 배터리 충전 및 전력상태, 자세안정화 상태, 위성의 유닛별 온도 등을 의미한다.

*자세결정: 우주 비행체가 관성 좌표계와 같은 기준 좌표계 혹은 행성, 특정 영역이나 물체와 관련해 상대적 방향성을 제어하는 과정.

*자세제어: 센서 측정값에 따라 우주 비행체를 회전시키는 돌림힘을 적절히 결정한 후 우주 비행체의 자세를 제어해 원하는 자세에 도달시키는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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