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 특별재난지역 선포 제도와 지방자치단체 재난 관리

지난달 22일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관악구를 포함해 전국 10개 시·군·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것에 이어, 지난 1일(목) 서울 동작구와 서초구 등 전국 7개 시·군·구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추가 선포됐다. 과거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2002년 태풍 ‘루사’ 상륙 △2010년 집중호우 당시에도 피해 지역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바 있다. 『대학신문』이 특별재난지역 선포 제도의 내용과 함께 지방자치단체 재난 관리의 현실을 살펴봤다.

어떤 곳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나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66조에 따르면 국가는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을 국고로 보조할 수 있다.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 제5조에 따르면 자연재난의 경우 국고 지원이 가능해지는 피해액 기준은 시·군·구의 최근 3년 평균 재정력 지수*에 따라 달라진다. 시·군·구의 경우 재난 발생으로 인한 피해액이 법령에서 정한 국고 지원 기준이 되는 피해액의 2.5배를 넘어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시 재정력 지수를 고려하는 것은 지자체의 복구 능력 범위를 벗어나는 재해라고 판단됐을 때 추가적인 국고 지원을 하겠다는 취지다.

관악구청 홍보과 박선희 주무관은 “기록적인 폭우가 있었던 지난달 9일부터 사유 시설과 공공시설 피해 상황을 접수한 결과, 피해액이 지난달 16일 기준 219억 원으로 산정됐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지난달 16일 서울시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요청한 결과, 관악구는 22일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우선 선포됐다”라고 말했다. 또한 관악구청은 지난달 9일부터 31일까지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주택 침수 피해 주민과 침수 피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집중호우 피해 신고를 접수했다. 주택 침수 피해의 경우 실제 거주공간 침수 피해만 인정되며 실거주자가 신청하는 것이 원칙이다. 

특별재난지역 선포 제도의 설립 취지는 재정자립도가 낮은 우리나라 지자체의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고명석 교수(부경대 해양생산시스템관리학부)는 “우리나라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상당히 낮고 특히 기초자치단체 재정은 열악하다”라며 “지자체 재정만으로는 재해 복구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라고 밝혔다. 이주호 교수(세한대 소방행정학과)는 “재난 발생 지역의 복구비는 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부담하는데,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국고에서의 지원 비중이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별재난지역, 어떤 지원이 있나

특별재난지역에 대한 지원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뤄질까. 충남재난안전연구센터 조성 센터장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복구비의 최대 80%까지 국고 지원이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총 복구비에서 지자체가 부담하는 지방비 중 일부가 국고로 추가 지원되는데, 이때 국고 추가 지원율은 중앙안전관리위원회에서 별도로 결정한다. 조 센터장은 “일반적으로 복구비는 피해액의 3배 정도에 이른다”라며 “일반 국고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기에 몇십 억에서 몇백 억에 이르는 복구비 지원은 지자체에 정말 큰 수혜”라고 설명했다. 

주택 침수, 농·어업 시설 유실 등의 피해를 입은 주민에게는 △지방세 감면 △국세 납부 유예 등의 혜택이 주어지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건강보험료 감면 △전기 요금 감면 △도시가스 요금 감면 등의 추가 혜택이 주어진다. 그러나 조성 센터장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공공요금 감면은 그렇게 큰 수준의 혜택은 아니다”라며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통한 복구비 지원 대상에 일부 사유 시설이 포함되기는 하지만, 공공시설에 대한 복구비가 주로 지원되기 때문에 특별재난지역 선포 제도는 개인보다는 지자체에 도움이 되는 제도”라고 말했다.

쉽지 않은 재난 예방 예산 투자, 그렇다면 어떻게?

다만 특별재난지역 선포 제도가 지자체로 하여금 재해 예방 관련 예산 투자에 소극적이게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 바 있다. 조성 센터장은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지역이 재난 예방 예산에 얼마나 투자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정말 그 지역을 지원해야 하는지 의문이 드는 경우도 꽤 있다”라며 “특별재난지역 선포 제도가 국비를 확보하는 용도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자체의 재난 안전 예산이 ‘예방’이 아닌 ‘복구’에 치우쳐 있다는 고질적인 문제와 연결된다.

그러나 지자체가 재난 예방에 무작정 예산 투자를 늘리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조성 센터장은 “재난 예방 예산은 실제 예산편성 과정에서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아 아무리 재난 예방에 관심이 있어도 파이를 늘리는 게 쉽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고명석 교수 역시 “재난 발생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모든 재난을 예방하기 위한 투자는 불가능하기에 피해나 발생 빈도 등을 고려해 다른 예산과의 우선순위를 정확히 정하고 예산을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재난 예방 분야가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분야인 이유”라고 말했다. 

재난관리기금을 재난 예방 예산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제67조에 따르면 지자체는 재난관리에 드는 비용에 충당하기 위해 매년 재난관리기금을 적립해야 한다. 재난관리기금은 재난 상황에 대비한 일종의 비상금과 같은 예산으로 재해 예방과 복구에 모두 쓰인다. 이주호 교수는 “지자체는 재난관리기금을 매년 일정 수준만 유지하면 되는 탓에 쓰지도 않고 채우지도 않아 묵히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명확한 규정을 통해 예산 운용의 비효율성을 해소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관악구 재난관리기금은 어떻게 운용되고 있을까. 관악구청 안전관리과에 따르면 2021년 말 관악구 재난관리기금의 조성액은 약 47억 5천만 원으로, 2022년도 조성계획에 따르면 이 중 올해 지출하는 기금액은 약 12억 9천 4백만 원이다. 해당 기금액은 △이주 및 재해 보상금 △지하 주택 침수 방지 시설 보수 △재난 응급 복구 지원 △재난 대응 물품 구입 등에 편성됐다. 관악구 재난관리기금의 매해 최저적립액은 보통세 수입결산액 최근 3년간 평균연액의 1%로, 관악구의 올해 기금 적립액은 약 9억 3백만 원이다. ‘2022년 재난관리기금 운용계획’에 따르면 2022년 말 조성액은 약 44억 4천 7백만 원이 된다. 각 소관부서에서 기금 사용을 요청하면 ‘서울특별시 관악구 재난관리기금의 설치·운용 조례’ 등 관련 법률에 따라 안전관리과에서 검토 후 집행된다. 

재난은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예방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재해 복구를 실질적으로 지원한다는 특별재난지역 선포 제도의 이점은 가져가면서, 지자체의 재난 안전 예산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재정력 지수: 지자체의 재정 수요에 대한 재정 수입의 비율. 100% 이하이면 재정 수입으로 모든 재정 수요를 만족시키지 못해 재정 수요를 선택적으로 충족시켜야 함을 뜻한다.

저작권자 © 대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