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휘문(보건대학원 석사과정)
김휘문(보건대학원 석사과정)

“마스크 내려 주시고요. 입 벌리고 ‘아’ 해보세요. 코는 좀 아픕니다.” 코로나19 PCR 검사를 위해 선별진료소에 가면 자주 듣는 말이다. 필자는 인천광역시의 공중 보건 한의사로서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위해 선별진료소에서 근무해 왔다. 위의 말은 필자가 PCR 검사를 받으러 온 분들께 입술이 마르도록 반복한 말이기도 하다.

선별진료소에 근무할 때면 일반적으로 레벨 D 전신 방호복을 입고 고글, 페이스 실드까지 쓰기도 한다. 검사자와 대상자는 매번 철저히 소독하고 검사를 진행한다. 확진자 동선 파악을 한창 진행하던 때는 대상자 중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는 날에는 주말도 포기해야 했다. 동선이 겹치는 거의 모든 분들께 연락을 드리고 보건소 직원이 총동원돼 검사와 방역에 만전을 기울였다.

초반에 비해 선별진료소의 근무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필자는 코로나19가 유행하던 2020년 4월부터 업무를 시작했는데 임시로 지어놓은 텐트 안에서 무더운 여름날에는 에어컨도 없이 힘들게 검사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최근 근무한 선별진료소에서는 PCR 검사용 컨테이너가 설치돼 있어 냉난방 혜택을 받으며 방역 가운만 입은 채 창문에 설치된 장갑에 손만 넣으면 검사를 할 수 있다. 이는 국가와 지자체 예산이 많이 들어갔음을 방증하는 것이지만 그만큼 선별진료소 업무가 중요해졌고 이제 일상이 된 검사를 조금이라도 편리하게 받을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지면을 빌어 수고하신 의료진 분과 관계 부처 공무원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선별진료소에서 일하며 특별히 기억에 남는 순간들도 있다. 파견 중이었던 지역의 고등학교에는 기숙사가 있어서 입사 전 코로나19 전수조사를 해야 했다. 보건소의 선별진료소에는 필자와 다른 한 사람만이 검체 채취 업무를 담당하던 중이라 필자가 학교로 가서 학생들의 검체 채취를 도맡아 했던 기억이 난다. 또 선별진료소에 오는 대상자 중에는 어린아이도 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울며 자지러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검사를 위해 아이를 붙들고 계신 보호자도 괴로워한다. 이런 모습을 볼 때면 ‘어쩌다 아이들까지 고생하게 됐을까?’라는 생각에 안타까워진다.

필자는 보건학 2부(야간) 석사과정 중에 있다. 덕분에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며 두 세계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 보건소도 치열하게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고 있지만 대학원도 그 못지않음을 느낀다. 보건대학원에 입학한 이후 수업과 관련해 코로나19와 관련 논문을 검색할 때면 쏟아지는 양에 압도될 때가 많았다. 비단 코로나19에 국한된 것은 아니겠지만 그만큼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연구자들이 최선을 다해 연구하고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일선 현장과 학계를 모두 조금씩이나마 경험하며 느끼는 것은 두 곳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병원 및 보건소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할 때면 학교에서는 백신 접종률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진행된다. 국민 전체를 위한 일인 만큼 더 신중할 수밖에 없으니 현장에서는 연구 결과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 국가의 위기 앞에 둘 중 어느 곳 하나 빼놓을 수 없이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우리 모두 분야는 다르지만 각자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것이 나의 커리어를 빛내줄지, 졸업을 위한 수단이 될지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세상에 없던 지식을 창출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지식은 아주 작은 영역일지라도 세상을 밝히고 나아가게 만든다.

연구가 더디다고 낙담하고 있는가? 대단한 업적이라도 남겨야 하는데 과제 하나에 벅차하는 자신을 자책하고 있는가? 그 모든 노력과 열정이 쌓여 지금을 만들었고 또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잊지 말자. 최선 그 이상을 살아가는 당신이 국가 방역의 선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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