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진 전문위원(장애학생지원센터)
임희진 전문위원(장애학생지원센터)

자하연은 서울대 관악캠퍼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한 곳이다. 그런 이유로 캠퍼스를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2018년 글로벌사회공헌단에서는 네 차례에 걸쳐 성분도대학의 장애인 분들을 초대해 캠퍼스 투어를 진행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장애학생지원센터에도 연락을 주셔서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몇 년이 흐른 지금, 대부분은 흐릿한 기억의 파편으로 남아 있지만 일부 생생하게 기억에 남은 순간도 있다. 쌀쌀한 날씨에 글로벌사회공헌단에서 따뜻한 목도리와 핫팩을 챙겨 줬던 투어였다. 자하연과 법대 사이를 지나던 중 성분도대학의 한 장애인 분이 너무 신이 난 나머지 뛰어가다가 (아마도 순간적인 과호흡으로) 쓰러져 잠시 정신을 잃는 일이 있었다. 안전 담당 선생님께서 빠르게 조치해 주셨고 장애인 분께서 다행히 금방 정신을 차리실 수 있었다. 소지품을 내던지고 달려왔던 고마운 여학생도 기억에 남는다. 당시의 기억을 더듬는 지금 갑자기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내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숨이 멎을 정도로 신이 났던 적은 언제였던가?

성분도대학은 진짜 대학이 아니다. 고등교육기관에 진학하기 어려운 발달 장애인을 위해 운영되는 성분도대학같은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존재한다. 교육부 자체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고등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 중 발달 장애 학생은 1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영아~중등 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 중 발달 장애 학생이 68%를 차지함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낮은 수치임을 알 수 있다. 발달 장애 학생은 직업을 갖기도 어려워 다수의 발달 장애 학생이 고등학교 졸업 후 집에 머무르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발달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통합돼 살아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발달 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은 대부분의 비장애인이 1~2시간 수업을 듣는 평생교육 프로그램과 다소 다르게 운영되는데, 성분도대학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온종일 수업을 듣고 점심도 먹는 등 학교처럼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수업 또한 차이가 있는데 교실에서 이뤄지는 수업도 있지만 지역사회에 나가 대중교통 이용하는 법, 마트에서 장보는 법 등을 실제로 경험하고 체험하며 배우는 수업이 많다.

2년이 넘게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집에만 갇혀 있어야 했다. 꼭 나가야 할 필요가 없다면 ‘방콕’하기를 좋아하는 나도 자가 격리 기간 동안 밖에 나가 산책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는지 정부에서 규제를 완화하자마자 많은 사람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는 평범한 일상을 즐겼다. 아직 모두 마스크를 써야 하는 등 완전히 일상으로 돌아온 건 아니지만 나 또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버스 안에서 사람들의 소곤거리는 대화 소리를 들으며 평범한 일상에 행복함과 감사함을 느꼈다.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위치한 학생회관 근처에서 캠퍼스 투어를 온 학생들이 뿜어내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활기참에 절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많은 장애인이 코로나19 이전부터 지역사회에서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지하철역에 안전한 승강기가 설치되기를, 저상버스가 운행되기를, 식당과 카페에 경사로가 설치되기를, 조금은 “이상한” 말과 행동에도 눈총 주지 않기를, 그래서 장애인도 거리로 나와 식당에서 밥을 먹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나들이를 가는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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